[기자파일]소비자는 왜 전기차 연비는 안따질까

입력 2017-03-17 09:10   수정 2017-03-17 16:09


 여기 두 대의 자동차가 있다. 하나는 한 번 연료를 채워 320㎞를 주행하고 다른 하나는 420㎞를 달린다. 이 조건을 주고 소비자에게 어떤 차를 구매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앞선 보기가 내연기관차라면 소비자가 선택을 망설이겠지만 전기차라면 대부분 후자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주행 가능거리는 연료탱크 용량과 정비례한다. 연료탱크가 크면 주행거리가 길어지는 단순한 관계다. 따라서 자동차 구매시 주행 가능거리나 연료탱크 용량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대신 ℓ당 효율이 몇 ㎞인지가 핵심이다. ℓ당 효율이 높을수록 더 낮은 가격에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더 멀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평범한 논리가 전기차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연료효율보다는 연료탱크 용량, 즉 주행 가능거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테슬라는 이를 마케팅에 가장 잘 활용한 브랜드다. 테슬라 모델S 90D는 1회 충전으로 378㎞를 주행, 파격적인 수치로 세계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다. 비교 대상인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91㎞, 기아차 쏘울EV는 약 180㎞에 그친다. 다만 최근에 주행거리를 크게 늘린 차들이 등장했는데 곧 판매를 시작할 쉐보레 볼트는 383㎞로 모델S 90D를 앞지른다. 

 앞서 말했듯 주행 가능거리는 연료를 많이 담을수록 늘어난다. 전기차에서 연료탱크 역할을 하는 부품은 '배터리'다. 즉 배터리 용량(㎾h)이 클수록 1회 충전 주행거리도 길어진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을 늘려 주행 가능거리를 확장하는 것은 연료탱크를 키워 거리를 늘리는 것과 같을 뿐, ℓ당 효율, 즉 ㎾h당 주행거리에는 불리하기 마련이다. 

 국내 판매중인 전기차의 ㎾h당 효율을 환산해보자. 제조사나 국가별 측정방식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배터리 용량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 경우 모델S 90D는 90㎾h 배터리를 장착해 ㎾h당 주행거리가 4.2㎞에 머문다. 아이오닉 일렉트릭(배터리용량 28㎾h)이 6.8㎞/㎾h, 쏘울EV(배터리용량 30㎾h) 6.0㎞/㎾h, 볼트(배터리용량 60㎾h 배터리) 6.4㎞/㎾h를 기록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소비자들의 환호를 받는 이유는 뭘까?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켰기 때문이다. 여전히 전기차에 대한 불신은 '언제 어디서 설 지 모르는 불안함'에서 나온다. 기름이야 가까운 주유소에서 쉽게 채울 수 있지만 충전은 거점을 찾기가 힘들뿐더러 시간도 오래걸린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충전료가 저렴한 ㎾h당 효율보다 전체 주행거리를 따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경향은 충전 인프라가 전국망을 갖출 때까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쟁점은 돌고 돌아 다시 충전 인프라 확대로 맞춰진다. 사실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 싸움은 에너지와 연관된다.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보급되지 않으면 결코 자동차의 주력으로 올라설 수 없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당겨지려면 제품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 확충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소비자들이 전기차 연비를 따져 구매하는 날이 오게 되고, 그게 곧 대중화의 시작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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