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의 인생이 곧 소설, 작가로 돌아온 배우 신동욱

입력 2017-03-27 16:31  


[마채림 기자] 드라마 ‘소울메이트’, ‘구름계단’, ‘쩐의 전쟁’ 등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신동욱을 기억하는가. 갑작스러운 병마로 모두를 놀라게 한 뒤 사라진 그가, 직접 쓴 소설을 들고 돌아와 다시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10년 군 복무 시절, 구체적인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질환인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CRPS' 진단을 받은 신동욱.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는 그는 그 어떤 병마보다 더욱 단단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그의 삶과 글,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Q. 화보 촬영 소감

사진 찍는 게 오랜만이라 포즈를 어떻게 취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조금 떨리기도 했고, 어색하기도 했는데 잘 찍어주신 것 같아 다행이다.

Q. 마음에 드는 콘셉트

화장실에서 찍었던 첫 번째 콘셉트. 장소의 느낌이 좋았다. 내가 화장실에 민감하다. 쓴 소설에도 화장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Q. 힘들었던 점

마찬가지로 첫 번째 콘셉트. 화장실이 조금 추워서 힘들었다.

Q. 근황

직접 쓴 소설을 출간했다. JTBC ‘말하는대로’라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그동안 투병 중에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했고, 다시 팬들을 만나게 됐다. 팬들을 만나 팬 사인회, 미팅을 하면서 소설에 대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우주에 관심이 많은 꿈나무들을 지원하고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우주 덕후’들을 끌어모아 함께 사회 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 중이다. 펀딩의 리워드로 팬들과 우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한데 모여 두 달마다 우주 관련 영화를 본다. 또 6개월마다 한 번씩 펀딩을 통해 모인 후원금으로 우주 꿈나무들에게 책을 증정하고 있으며 봉사활동도 겸하고 있다.

Q. 직접 집필한 ‘씁니다, 우주일지’를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간략한 소개

짧게 말하면 한국판 ‘마션’이다. ‘마션’이 우주과학 영화지만 사실 행성과학 영화에 더 가깝다. 우주 보다는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 ‘씁니다 우주일지’는 우주의 무중력 공간에서 일어나는, 미래에 분명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현실적이고 과학적으로 그렸다. 최대한 오류 없이 담아내려고 노력한 우리나라 판 ‘마션’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아내는 한국인 이론물리학자, 주인공 남자는 맥 매커천이라는 미국인이다. 테슬라 모터스의 사장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면 빠르게 이해가 갈 것. 주인공이 아내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직접 우주로 나가 소행성을 포획해오는 도중 고립이 된다. 이후 혼자 우주를 표류하게 되면서 겪는 일들과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렸다.

여기에 평행우주론을 엮어 영화 ‘인터스텔라’와 비슷한 분위기를 냈다. 칼 세이건의 ‘콘택트’처럼 시공간의 개념을 다뤄서 단조롭지 않은 구조를 쌓아 놨다. 곳곳에 미국식 유머가 많다.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Q. 집필하면서 어려웠던 점

우주 공간에서 혼자 고립되는 장면을 쓰는 게 어려웠다. 그 기분이 잘 와 닿지 않아 쓰는데 느낌이 잘 안 살더라. 고민하다 결국 스스로를 고립 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전화기도 꺼놓고 TV는 뉴스 밖에 안 봤다. 정말 우주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산책도 해가 떨어져서 어두울 때, 새벽에만 했다. 아무와 연락하지 않았다. 회사 사람들, 친구들하고도 안 했다. 전화는 물론이거니와 문자도 안 했고, 병원에 갈 때만 외출했다. 내 주치의 교수님 빼고는 만난 사람이 없다.

그 기간 동안 1년 정도를 정말 표류하듯이 살아왔다. TV 시청, 먹는 음식, 식사량, 옷 등 모든 것들을 주인공과 동일한 조건 위에 놓이도록 제약했다. 심지어 주인공이 머리를 못 감아서 지저분해지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실제로 2주 동안 머리를 안 감았다. 모든 조건에 제약을 두고 실제 표류하는 우주선 안에 있다고 생각하고 지내며 글을 썼던 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다.

이유는 외로움. 대화를 나눌 대상이 없어 힘들고 외로웠다. 소설 내용을 보다 보면 주인공이 해골을 자기 아내처럼 꾸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가 윌슨 배구공을 의인화해 말을 거는 장면이 있더라. 정말 외로우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어느 순간 강아지에게 “어떻게 할까? 해결책이 있을까?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을 걸고 있더라. 외로움이 가장 큰 적이었다.

Q. 쉬웠던 점

쉬운 건 없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썼던 소설이다.

Q.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하다 갑자기 누군가와 연락했을 때 어땠는지

어색했다. 사람들에게 말실수를 굉장히 많이 했다. 혼자 자유롭게 생각하고 생활하는 1인칭에서 갑자기 3인칭이 되니 타인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겠더라. 고립 생활 말고도 투병 중 거의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는 게 굉장히 버거웠다. 게다가 뇌진탕 때문에 기억이 많이 날아가서 민망한 상황이 많았다.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저 사람과의 추억이 없거나, 추억은 떠오르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거나.

평소 직선적인 성격이어서 돌려 말하는 것을 잘 못한다. 도움을 주려는 말에도 소심한 사람들은 오해를 하더라. 상대방을 위한 피드백을 상처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몇 번 겪다 보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도 상처를 받았다.

Q. 지금은 많이 편해졌는가

글쎄. 내가 편하다고 해서 편한 건 아닌 것 같다. 상대방이 편해야 하는데 그게 많이 부족하다. 직업도 배우인데다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성격도 아니다. 소속감을 만드는 걸 굉장히 중요시하는 편이라 여러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소수와 친목을 다지는 편이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말하는대로’찍을 때도 굉장히 버거웠다. 중간에 구토를 할 것 같은 상황도 왔었다. 말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되고 힘들었지만 잘 마쳐서 다행이다.

Q. ‘씁니다, 우주일지’에서 특별히 아끼는 구절

첫 시작에 헌사가 있다. “마주 본 거울 같은 공간의 평행함 속에서, 시간의 일방통행을 당신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음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우아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에는 이 글을 이 고귀한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라는 헌사로 시작한다. 중첩적인 의미가 있다. 마지막 결론이기도 하다. 팬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독자에게 하는 말이기도. 나아가 지금 이 시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Q. 책을 읽은 독자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

끝까지 읽느라 고생했다. 우리나라에도 잘 쓴 우주과학 분야의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조폭 영화나 살인을 주제로 한 소설들이 잘 팔리는데 이제는 우리나라도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소설과 영화가 많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두 번 안 된다고 포기하면 앞으로도 나올 수 없다. 계속 과학에 대한 씨앗을 이어가야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과학을 더 쉽게 접할 수 있지 않겠나.

외국을 보면 일론 머스크나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 등이 1960~1970년대 태어난 아폴로 베이비다. 미국이 우주개발을 시작했을 때 태어난 사람들.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를 가는 걸 보고 자랐기 때문에 더욱 폭넓은 사고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달나라를 가기 위해 우주관광을 시도하는 시대이지 않나. 조금 늦었지만 우리도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우주개발에서 완전히 뒤처질 거다.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의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며 꿈을 꿀 수 있도록. 우주 관련 영화나 소설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Q. 책에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90점? 나머지 10점은 앞으로 채워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더 멋있게 쓸 수도 있었지만 내용 자체가 무거워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최대한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다. 미국식 유머를 많이 넣다 보니 조금 가벼워진 것 같다. 외국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언어지만 우리나라 문화에는 조금 낯설 수 있다. 주인공이 외국인이라는 걸 감안하면 나름대로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해 90점을 주고 싶다. 과학적 인과관계를 따져 보면 틀린 부분이 없다.

며칠 전에도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님이 “잘 썼다, 잘 봤다. 스토리 펀딩도 응원하겠다”라고 메일을 주셨다. 과학 전공도 아닌데 이런 칭찬을 받을 때면 참 뿌듯하다. 이명환 박사님,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님, 많은 과학자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Q. 자칭 ‘우주 덕후’,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책 뒤에도 쓰여있는데 2006~2007년에 화보를 찍으러 유럽을 간 적이 있다. 옆자리에 배우 박시연이 앉았더라. 처음 보는 사이라 어색했다. 알프스 산맥을 넘고 있는데 말을 걸기 어색해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은색 물체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목격했다. UFO였다. 너무 놀라 주위를 둘러봤는데 식사 시간이라 다들 창밖에는 관심이 없었다. 앞뒤로 독일인, 프랑스인이 앉아있어 대화가 안 되고, 옆자리에는 처음 보는 여배우가 앉아있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다 다시 창밖을 봤는데 사라졌더라. 잘못 봤나 생각하고 또다시 창밖을 봤더니 이번엔 제대로 UFO가 나타났다. 그러더니 완전히 날아갔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정도 속도로 날아가면 공기 중 분자가 압축되면서 빛, 열이 발생해야 하고 대기가 흔들리기 때문에 소닉붐이 울려야 맞는데 그게 없었다. 내가 잘못 봤나 보다, 물리적으로 안 맞는다, 아니구나 생각했다.

‘씁니다, 우주일지’를 출간한 다음 예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인 박사님을 만나 얘기를 드리고 여쭤봤다. 정황상 진짜 UFO가 맞을 거라고 하시더라. 비행기를 타면 내부 엔진 소리가 커서 못 느낄 수 있다며. 그분이 미국으로 치면 NASA 국장 정도다.

칼 세이건이 이런 말을 했다. “이 광막한 우주 공간 속에서 우리만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시공간의 낭비다.” 넓디넓은 공간에 우리만 존재할 리 없지 않나. UFO는 있을 거다.

Q. 그 사건 이후로 관심을 갖게 된 건가

그걸 계기로 우주에 관심을 갖게 돼서 우주 영화, 소설을 보게 됐다. 물리학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관심 영역이 넓어졌다. 항공역학, 천체역학, 우주생리학, 우주물리학,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우주에 관련된 모든 부분을 다 건드렸다. 그걸 베이스로 글을 쓰게 됐다.

Q. 평소 성격

시끄러운 곳에 오래 못 있는 편. 진지하고 직설적이고 조용하다.

Q. 어린 시절 장래희망

교수, 작가, 배우였는데 둘은 이룬 것 같다. 교수는 못 할 것 같다. 교수가 되려면 학위를 취득해야 하는데 나이도 많고, 박사가 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

Q. 배우라는 직업은 작가-교수와 조금 동떨어져 보인다.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

고등학교 때 아서 밀러의 ‘시련’이라는 연극을 봤다. 너무 멋있었다. 마침 친구가 연극반에 있어서 연극반에 들어가게 됐다. 원랜 농구부였다. 그날 이후 연극을 시작했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공채시험을 통과해 탤런트가 돼 배우를 하게 됐다.

Q. 작가로서의 목표

출판사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종이에 내 꿈을 써드렸다. 과학소설계의 노벨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꼭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 아시아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중국에서 2번이나 받았다. 국적, 언어와는 무관한 것 같다. 번역만 잘 되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것 같다.

Q. 작가로서 ‘우주’ 외 다뤄보고 싶은 주제

로맨스가 아닌 본질적인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주제, 장르는 굳이 정해놓지 않는다. 판타지도 좋고, 기욤 뮈소와 같은 로맨스도 좋다. 댄 브라운의 몰아붙이는 서사와 같은 글도 쓰고 싶고, 스티븐 킹의 호러와 같은 글도 쓰고 싶다. 장르에 굴하지 않고 여러 작품을 쓸 거다.

Q. 현재 건강 상태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다. 약으로 많이 조절되는 단계까지 왔다. 추위에 대한 통증만 조심하면 되는 정도. 아직 추위에 대한 조절이 잘 안 된다. 추운 곳에 가면 아직 아프다. 추위만 조심하면 되는 단계까지 와서 다행이다. 서울대학교 통증의학과 교수님들이 많이 신경을 써 주셔서 회복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CRPS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투병 중 가장 힘들었던 것

아픈 건 참으면 된다. 약을 먹으며 참고, 치료를 하면 된다.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다. 본질적인 외로움.

누구에게도 위로받기 싫어 친했던 사람들을 모두 외면하고 치료만 했다. 거의 5~6년 동안 사람들을 안 만났다. 독방에 갇혀 지냈던 시절이나 마찬가지다.

Q. 힘이 되었던 것

팬들을 만날 찰나의 순간을 위해 버텼다. 진심이다. 보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팬들을 참 좋아한고, 팬들 때문에 존재한다. 배우라는 직업은 빛이 나야 되는 직업인데, 혼자 빛날 순 없다. 태양의 광선이 와서 지구를 비춰 지구가 밝게 빛나듯 나에게는 팬들 하나하나가 태양의 광선이다. 팬들이 내게 사랑을 쏴줘야 나라는 배우, 작가가 빛이 날 수 있는 거다. 팬들의 사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팬들 덕에 버틸 수 있었다. 오로지 팬들을 보기 위해 견뎠다.

SNS를 안 해서 팬카페로만 팬들과 소통한다. 예전에는 카페에 글을 많이 썼는데 아프다 보니 오랫동안 글을 못 썼다. 그러다 내가 책을 들고 돌아오니 팬들이 너무 반갑게 맞아주더라. 반가운 마음에 매일 게시글을 올린다. 팬들과 대화하거나 편지에 답글을 달고 있다. 똑같은 일상이라 매일 쓰다 보니 쓸 말이 없더라. (웃음) 그게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즐겁다. 카페에 접속해서 매일 팬들이 뭐 하는지 염탐 한다. 


Q. 사람들을 안 만났던 시기에도 팬카페를 통해 팬들과 소통해왔는지

아니다. 그때 글을 남겼으면 못 버텼을 거다. 너무 돌아가고 싶은데, 지금 당장 안 되니 괴로워 스스로 붕괴되고 무너졌을 거다. 그 기간 동안에는 전혀 접속하지 않았다.

Q. 팬들은 그 5~6년의 공백 동안 믿음 하나로 기다려준 건가

기다려 줬다. 2013년에 팬들 때문에 투병 생활 중에 강제 소환됐던 적이 있다. 그때 약속을 했다. 꼭 뻔뻔한 얼굴로 돌아오겠다고.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 돌아갈 컨디션이 아닌데 약속을 지키고 싶어 택한 것이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설로 먼저 돌아오게 됐다. 쓰다 보니 몸이 많이 좋아져 이렇게 화보도 촬영하게 됐다. 앞으로 점점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Q. 투병 중인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환우들에게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뻔한 말이지만 사람들에게 격려를 받아선 안 된다. 주위에서 하는 말들이 다 똑같다. “아프니, 괜찮니, 몸 좀 어때”라는 말들을 듣다 보면 나 스스로 굉장히 안 좋은 병에 걸렸다는 생각에 더 우울해지고 힘들어진다. 그런 말들을 듣는 것보다 스스로 용기를 내서 병마와 싸웠으면 좋겠다.

나 같은 경우 촉각, 촉감에 대한 통증을 견뎌내기 위해 재활치료를 할 때도 계속 통증의 강도를 올렸다. 안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디게 만드는 거다. 아프다고 쓰러지지 말고 용기를 내서 할 수 있다고 자기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덤볐으면 좋겠다.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폭포가 행복이라면, 폭포는 긴 시간을 굽이쳐 흘러오는 법이다. 낙하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하여.” 폭포가 떨어지는 순간이 짧지 않나. 폭포는 긴 시간을 굽이치고 굽이쳐서 흘러오는 법이다. 그것처럼 힘든 분들이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행복을 위해 꼭 견뎌냈으면 좋겠다. ‘말하는대로’에서도 말했던 “시련은 얼음과도 같아서 언젠가는 녹기 마련입니다.”라는 말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Q. JTBC ‘말하는대로’ 출연 계기

먼저 섭외가 들어왔다. 고립되는 동안 TV를 안 봐고 지내서 어떤 프로그램인지 전혀 몰랐다. 찾아보니 진정성이 있는 프로그램이더라. 회사에서도 좋게 얘기를 해줬다. 부담 없이 내 이야기를 하면 될 것 같아 출연하게 됐는데 잘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나처럼 시련을 겪은 분들에게 힘을 주려고 나갔는데 오히려 내가 힘을 받았다.

Q. 출연 소감

가장 큰 장점은 작가로 복귀했다는 신호탄을 쏠 수 있었다는 점. 두 번째로는 숨어있던 팬들, 카페에 가입돼 있지만 접속이 뜸했던 팬들도 ‘말하는대로’를 보고 다시 모였다. 다시 모일 수 있어 기뻤다. 출연을 계기로 팬들을 만날 수 있게 됐고 팬미팅, 사인회도 하게 됐다. 팬들을 하나하나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나는 스스로 ‘팬 덕후’라고 말할 정도로 팬들을 좋아한다. 팬들이 올린 사진 속 포즈를 따라 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특정 음식을 먹고 싶다고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면 그 음식을 직접 요리해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린다. 2월 14일에는 초코 케이크를 만들어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Q. 출연 이후 달라진 것

팬들을 만나게 된 것,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

Q.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상형은?

따로 이상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 성격이 진지한 편이다 보니 밝았으면 좋겠다. 다른 거 없다. 밝고, 건강하고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 세 개면 된다.

Q. 결혼관

예식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형식적인 결혼식을 한 뒤 헤어지는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를 반대한다. 축의금을 주고받는 것도 굉장히 싫어한다. 나는 보내지도 받지도 않을 거다. 워낙 그런 주의라 결혼을 해도 조용하게, 진심으로 축하해줄 사람들만 모아서 식을 치르고 싶다. 최근 스몰 웨딩이 대세인데 나는 예전부터 그러고 싶었다.

만약 화려하게 할 계획이라면 조그마한 경비행기를 빌려서 정말 친한 지인들을 2~30명 모아 가까운 휴양지로 가고 싶다. 가는 동안 흔히 말하는 ‘야매’로 결혼식을 하고 휴양지에 도착하면 다들 흩어져서 재미있게 노는 거다. 저녁에는 다시 모여 결혼에 대한 이야기, 조언을 듣는 즐거운 파티 분위기. 그게 꿈이었는데 그것도 막상 귀찮을 것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결혼생활, 사랑은 모두 조율이지 않나. 상대방과의 교집합을 찾아 서로의 입맛에 맞는 결혼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Q. 연기 계획

할 거다.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몸도 많이 좋아졌으니 날이 따뜻해지면 연기자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꿈이 ‘1책 1드’이다. 1년에 책 한 권을 쓰고 드라마 한 편을 하는 것. 책은 시간이 날 때마다 쓰고 있으니 드라마는 더 많이 하면 좋고. 앞으로 작품을 많이 할 계획이다.

Q. 탐나는 작품, 캐릭터

영화 ‘데드풀’. 섹시한데 귀여운 캐릭터. 아니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같은 캐릭터도 좋다. 약간 능글맞지만 할 건 다 하는 역할. 재미있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Q. 올해 목표

앞서 말한 대로 ‘1책 1드’. 작년에 팬들과 버킷리스트를 쓰기도 했다. 한 달에 10권씩, 일 년에 총 120권의 책 읽기. 나만의 헤어스타일 찾기. 여러 가지 있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1책 1드’가 가장 큰 목표다.

Q. 꼭 이루고픈 꿈

꾸준히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나를 좋아해 주는 분들에게 사랑받으며 같이 늙어갈 수 있는, 내 작품들을 아끼는 모든 분들이 두고두고 사랑해줄 수 있는 그런 배우, 작가가 되고 싶다. 한 마디로 세계적으로 ‘덕후’를 생산해 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배우는 팬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나라는 스타, 배우 하나가 세상 밖에 다시 나왔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저를 빛나게 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은데 내가 사랑을 많이 안 해봐서 잘 모른다. 습작으로 써놨던 글이 있다.

“위대한 순간은 언제나 사랑의 시작으로부터 비롯된다. 사랑이 없는 자에겐 행운과 열정 무엇보다 영감이 없다.” 사랑을 많이 하는 시간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들을 포함해 포괄적인 사랑을 많이 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나에게도 줬으면. 그래야 나라는 배우가 빛이 날 수 있으니까.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찾아봤다. 멋있는 말이 아니라, 내가 쓴 글이기 때문에.

기획 진행: 마채림
포토: 이관형
의상: FRJ Jeans, 지니프, 크리스크리스티
슈즈: 수페르가, 하티스, 에이레네
액세서리: 티에르
아이웨어: 마크&로스
시계: 에테르노
헤어: 김활란뮤제네프 도산라벨르점 박승택 부원장
메이크업: 김활란뮤제네프 도산라벨르점 예미진 디자이너
장소: AR Studio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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