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인터뷰] ‘우리 갑순이’ 유선, 사랑과 흥행을 품에 안은 배우

입력 2017-04-08 12:00  


[김영재 기자] “대중의 사랑과, 흥행을 선물처럼 받았다”

문영남 작가의 신작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 연출 부성철)’가 금일(8일) 종영한다. 사랑과 인생을 찾아 헤매는 가수 조항조의 노래마저 유명했던 작가의 전작 KBS2 ‘왕가네 식구들’ 만큼의 인기는 아니었지만, 모바일 시청이 활성화된 2017년에 최근 회차의 시청률이 약 20%에 육박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흥행이고 기록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유선이 있었다. 김소은이 맡은 신갑순 역 대신 그가 맡은 신재순 역이 진(眞) 주인공이라며, 제목을 ‘우리 갑순이’ 아닌 ‘우리 재순이’로 바꿔야 된다고 주장하는 시청자들이 있을 정도. 유선은 이번 드라마에서 행복을 위해 재혼했지만 지옥 같은 현실을 마주한 신재순 역을 공연하며 등장인물의 성장과 함께 배우의 성장을 함께 이룩했다.

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bnt뉴스가 유선을 만났다. 드라마가 아직 종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를 마주하는 인터뷰는 기자에게 생경함을 전달했지만, 극중 러브 라인의 향방을 웃음으로 답하는 유선의 능청스러움 외에는 오히려 더 내실 있는 약 60분의 시간이었다. 부피가 클 뿐더러 깊이도 엄청난 인터뷰이의 대답들 앞에 취재진의 손은 아주 바쁘게 움직였다.

먼저 등장인물 신재순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행복하려고 재혼했는데....현실은 지옥이야’라는 드라마 홈페이지의 독백처럼 신재순은 이렇게 박복한 인물이 또 있을지 궁금할 정도로 불쌍한 삶을 살았다. 전 부인과 ‘꽁냥’하는 남편, 자신을 식모 취급하는 전 처의 아이들. 이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었고, 유선은 “처음에는 진짜 외롭더라”며 입을 열었다.

“고립된 느낌이었다. 남편은 전 부인 만나러 다니고, 애들도 엄마에게 마음을 쏟는 나머지 (신)재순이에게는 자리조차 주지 않고. 초반에 재순이를 촬영할 때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시청자들이 고구마 백만 개 먹은 것 같다며 답답해 하셨던 것처럼 배우 유선의 답답함 또한 재순의 그것과 하나 되어 쭉 누적됐던 기억이 난다.”

“결국 문영남 선생님이 한 방 터뜨려 주시더라. 처음으로 참다 참다 못해서 남편에게 쏟아내는 신이 있었는데, 대사를 외우는 과정에서 ‘드디어 왔구나!’라는 감정과 함께 눈물이 펑펑 났다. 선생님이 참 놀랍다. 캐릭터의 감정과 배우의 감정이 어느 순간 하나 되어 누적되도록 돕는 힘을 가지신 것 같다. 유선과 (신)재순이의 감정이 답답하면서 혹은 터트리면서 같이 가니까, 그 인물에 축 젖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재순이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극중 신재순은 최대철이 공연하는 조금식과 재혼하지만 결국 이혼한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유선의 말을 빌리자면 “재혼 가정의 아픔을 그리고 있는 커플”이었고, 재혼의 실패가 이혼으로 귀결되는 현실성은 드라마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좋은 장치가 될 수도 있을 테니. 하지만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한다. 사랑이 부재된 결혼과 그것의 파기 속에서 재개된 로맨스. 마치 잿가루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보이지만 이해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사랑의 부재 속에서 결혼한 커플이지만, 헤어짐이 상대방의 진실함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혼을 앞두고 설렁탕 집에서 (조)금식이 (신)재순이한테 울면서 그간의 미안함을 고백하는 신이 있다. 분명 대본에서 재순이 우는 지문은 없었지만, 상대방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순간 속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지더라.”

“그게 바로 문영남 선생님 작품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가 ‘이 사람도 불쌍한 사람이구나’라고 등장인물을 애처롭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 재순의 감정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참 안 됐다. 이 사람 불쌍하다. 참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이제 보이는데,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다시 시작됐다.”

“(최)대철 씨랑 이야기하면서도 ‘우리 너무 닭살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예뻐 보이게 로맨스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시청자들의 반감 아닌 공감을 얻는 새로운 멜로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거기에 문영남 선생님이 대철 씨와 내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부여할 수 있도록 좋은 글을 써주신 덕에 자연스러운 이입이 가능했던 것 같다.”


인터뷰 중 유선은 대화에서 문영남 작가의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그런 문영남 작가의 필모그래피는 매우 화려해서, ‘장밋빛 인생’ ‘소문난 칠공주’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조강지처 클럽’ 등 모르는 이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 ’이게 전부 한 작가의 작품이었어?’라는 놀라움이 공간을 메울 정도. 그는 히트 작가이자 드라마 업계 미다스의 손이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성공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소문난 칠공주’ 이후부터 문영남 작가를 따라다니는 해시 태그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막장’. 유선에게 막장과 문영남 작가를 물었다.

“과거 정말 막장이다 싶은 드라마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감정 이입이 도통 되지 않더라.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 자꾸 펼쳐지는데, 그럴 때 배우는 정말 고통스러움을 느낀다. 막장에 관한 시청자의 기준도 존중하지만, 배우로서의 기준은 감정 몰입의 억지와 강요다. 하지만 ‘우리 갑순이’는 배우 유선이 (신)재순에게 스펀지처럼 축 젖어들 수 있는 작품이었다. 더불어 이 말은 이번 드라마가 막장의 여지 없는 작품이란 뜻이기도 하다.”

일명 ‘홈 드라마’를 표방하는 주말드라마에서 의례적으로 나오는 모녀 관계지만, 유독 돈독해보였던 신재순과 인내심(고두심)에 대한 이야기가 뒤이어 이어졌다.

“고두심 선생님은 사실 제가 꼭 한 번 뵙고 싶었던 분이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서 ‘나도 선생님들처럼 저런 배우로서 늙어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고두심 선생님이 (신)재순이의 엄마를 연기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설렜던지. 같이 호흡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었고, 처음에는 존경심에 어려웠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어주시더라. 자식처럼. 그래서 처음부터 선생님을 ‘엄마, 엄마’라고 부르면서 촬영을 이어갔다. 실제로도 선생님이 현장의 어머니시다. 귤, 한라봉, 오메기 떡, 수제비 등 열거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올려주셨다. 정말 가족을 보듬는 것처럼 스태프들까지 챙겨주시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고두심 선생님, 이보희 선생님, 이미영 선생님. 이번에 선생님들을 보면서 ‘나도 평생 연기하고 싶은데 저분들의 힘을 뭘까?’라고 고민했던 것의 답을 얻었다. 바로 인품이다. 일을 같이 하면 편안하고 좋으니까 사람들이 그분들과의 협업을 좋아할 수밖에 없겠더라. 연기와 인품이 같이 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선생님들을 보면서 느꼈다. 어느새 고두심 선생님은 내 롤 모델이 됐다. 저렇게 가고 싶다는 어떤 방향을 제시해주신 분이다.”


롤 모델로 연기 경력 46년 차의 배우를 꼽은 유선은 2017년을 맞아 경력 19년 차에 접어든 중견 배우다. 1년만 있으면 배우 사(史)의 성년(成年)을 맞는 것. 지난 2009년 방송됐던 KBS2 ‘솔약국집 아들들’에서의 김복실 역이 여전히 생생한데, 어느새 괄목할 시간의 산에 다다른 유선을 보면 꾸준함이 곧 성공의 지름길인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가끔 깜짝 깜짝 놀란다. 한 해, 한 해 이렇게 연기를 하고 작품을 하다 보니까 어느새 누적된 시간이 이 정도라니. 좋은 것이 있다면 이제 경력이 되고, 나이가 어느 정도 차고 보니까 웬만한 것은 편안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배우들의 관계 등에 여유가 생겨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더라. 이제는 즐거운 에너지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예전에는 내 것만 생각하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힘들어 하는 사람이 보인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챙기게 되고, 그런 사람을 챙겼을 때 흐뭇함과 보람이 따라 오고. 연기는 같이 하는 작업이다. 절대 나 혼자 잘해서 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 경력이 주는 제일 좋은 장점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유선은 ‘우리 갑순이’가 자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인지 묻는 질문에 갈증이라는 단어를 두 차례나 사용했다. 아마 목마름이 컸기 때문이리라. 장녀를 출산하며 가졌던 연기 공백. 그 이후 찾아온 두 번의 후퇴와 슬럼프. 그것을 해갈(解渴)해준 이번 작품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유선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번 ‘우리 갑순이’는 연기에 갈증이 있을 때 만났던 작품이고, 흥행에 갈증이 생길 때 찾아온 드라마였다. 왜냐하면 MBC ‘달콤살벌 패밀리’라는 앞선 미니시리즈가 사실 잘 안 됐고, 영화도 ‘퇴마: 무녀굴’이라고 공포 영화를 찍었지만 잘 안 됐다. 출산 후 복귀 작품들 모두가 성적이 안 좋았던 셈이다. 그 순간 문영남 선생님을 만났다.”

“기대와 바람을 잔뜩 안고 촬영을 시작했다. 스타 작가님이시고, 늘 신화를 만드셨던 작가님 아닌가. ‘이번에는 내 갈증을 시원하게 풀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했는데, 역시나였다. ‘우리 갑순이’를 통해서 대중의 사랑과, 흥행을 선물처럼 받았다. 이제는 드라마 자체도 선물로 느껴질 정도로 절대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 유선은 미국 CBS ‘크리미널 마인드’의 리메이크작을 언급했다. 그리고 그는 “한번에 하나 밖에 집중을 못 하는 성격이다.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하는데, 병행하는 것이 너무 힘들더라. 지금은 (신)재순이에게 너무 몰입한 상황이다. 아쉽지만 ‘우리 갑순이’ 대본을 덮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신재순과의 안녕을 소원했다.

금일(8일) 종영을 앞둔 ‘우리 갑순이’. 이미 유선은 대본을 덮었을 것이고, 시청자들도 조금씩 신재순을 잊을 것이다. 하지만 배역이 잊힐지라도 배우는 사라지지 않는다. 조연일지언정 진 주인공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열연을 펼쳤던 배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슬럼프를 이겨내고 재도약한 유선의 앞날을 응원한다.

한편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는 금일(8일) 오후 8시 45분 60회와 최종회가 연속 방송된다.(사진제공: 모션미디어)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