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애타는 로맨스’ 정다솔, 보답을 꿈꾸다

입력 2017-06-09 09:00   수정 2017-06-09 15:30


[김영재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손을 내밀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정다솔이 OCN 월화드라마 ‘애타는 로맨스(극본 김하나 김영윤, 연출 강철우)’에서 연기했던 주혜리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아나운서다. 하지만 그 매력은 차진욱(성훈)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난데없는 라이벌 이유미(송지은)의 등장까지. 이미 몇몇 클리셰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신선한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정다솔은 KBS1 ‘우리 집 꿀단지’에서 동일한 처지의 역할을 경험했던 바 있다. 경험은 새로움을 꽃피워낸다. 인물의 기능적 역할 대신 고정 관념을 부수기 위해 노력했던 그를 종영 이틀 만에 bnt뉴스가 만났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뷰①] ‘애타는 로맨스’ 정다솔, 쉼표가 없는 배우
[인터뷰②] ‘애타는 로맨스’ 정다솔, 보답을 꿈꾸다

Q. ‘애타는 로맨스’부터 ‘엽기적인 그녀’까지. 최신작을 아울렀으니 이제는 시작이 궁금하다. 배우 정다솔이 된 계기 혹은 동기는 무엇일까?

“아버지가 정말 엄한 분이다. 길거리 캐스팅 명함을 보여드리면 공부를 착실히 해서 평탄하게 사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점이 재미가 없게 느껴지더라. 부모님의 기대와 나의 행복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고3’ 시절에 온 슬럼프였다.”

선택의 기로에 선 정다솔은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래서 뭘 할 때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생각해보니까 어렸을 때가 떠오르더라. 교회 성극, 워십(Worship) 율동, 학교 수련회 장기 자랑을 좋아했던. 다시 한번 해볼까 생각이 들었고, 연기 학원을 알게 돼서 부모님을 열심히 설득했다.”

엄한 부모님이 그의 결정에 꽃가루를 뿌려주셨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정다솔은 굴하지 않고 연기를 고집했다. 고집의 연관어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불통이지만, 자아를 찾아가며 행복을 찾아 떠난 정다솔의 고집은 열정이었다.

“막강하게 계속 반대하시더라.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할 테니까 한두 달만이라도 다녀보겠다고 부탁드렸고, 결국 한 달만 해보겠다는 다짐 아래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정말 재밌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수업이 이어졌다. 하지만 강행군 속에서도 아침마다 항상 학원을 가고 싶고, 끝나고 나면 너무 행복했다. ‘아, 내가 평생을 해도 재밌게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입시를 치뤄서 ‘서울예대’를 들어가게 됐다.”

서울예술대학교. 줄여서 ‘서울예대’는 서울예술전문대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즐비한 문화계의 명문대다. 정다솔은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출신. 배우 전도연, 황정민 등 미처 다 열거하지 못하는 배우들이 모두 그의 동문이다.

“이번에 ‘엽기적인 그녀’에서도 정웅인 선배님, 장영남 선배님 등 학교 선배님들이 많이 계셨다. 정웅인 선배님 옆자리에 앉아서 연기하는 신이 있었는데 ‘선배님,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드렸다. 이시언 선배님도 학교 선배님이다. ‘쫑파티’에서 인사드리니까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하셔서 감사했다.”

이번에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의 선배가 아닌, 정다솔과 같이 땀을 흘리고 연기론을 떠들었던 후배나 동기가 궁금했다. 그는 “지금 KBS2 ‘쌈, 마이웨이’로 열연하고 있는 서준이”라는 말과 함께 배우 박서준 그리고 박진주를 언급했다.

“박서준이랑 같은 동기였고, 같은 반이었다. 같이 연극을 하기도 했다. 정말 열심히 하던 친구라서 요즘 ‘쌈, 마이웨이’ 보고 있는데, 뿌듯한 마음이 크다. ‘열심히 하더니 빛을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면서 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도 하고, 재밌게 시청 중이다. (박)진주도 동기다. 서준이랑 진주랑 친할 것이다. 대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인데 잘돼서 보기 좋다.”

Q. 캠퍼스 시절을 추억하자면?

“연기에만 매진하다가 학교에 들어간 셈이라서, 처음에는 힘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 미학 등 모두를 섭렵해야 했으니까. 듣기 싫은 수업도 들어야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다잡고 열심히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는 당시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천호역에서 안산역까지 택시를 타면 과연 요금은 얼마가 나올까. 학생 정다솔의 열정은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켰다고. “입학하고 나서 두 달이 채 안 됐을 때의 일이다.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 장학금을 받아야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열심히 다니던 중 어느 날 지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왕복 다섯 시간을 걸려서 통학하던 천호역에서 안산역까지 택시를 탔는데 거의 10만원 가까이 요금이 나오더라.”


Q. 체계적으로 연기를 배웠다는 것은 배우로서 큰 자산이겠다.

“확실히 있다. 현장에서 보니까, 몇몇 배우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시더라. 처음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더 나아가지 못하고 망설이고 계시는 것이 눈에 보인다. 반면에 연기를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우면 그것을 믿고 덤벼드는 용기가 생긴다. 배움은 절대로 헛되지 않다는 것을 (연기를) 하면서 느끼고 있다. 교수님들이 가르쳐 주셨던 것들. 정말 그때는 ‘왜 이런 것을 배워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서 ‘이런 것’이란 ‘몸으로 흙을 표현해라’ ‘몸으로 나무를 표현해라’ ‘너는 라면이다. 라면을 표현해라’ 등의 구체성과 추상성을 동시에 띈 지시였다고. 이에 이런 모호함이 연기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지 묻자 그는 나무를 예를 들었다.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캐릭터를 잡을 때 걸음걸이부터 눈빛, 제스처 등이 원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정말 느낀다. 원소를 활용해서 캐릭터를 잘 나타낼 수 있더라. 나무 같이 딱딱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몸에서부터 에너지를 나무라는 생각과 함께 연기를 하게 되고, 응용이 된다. 그래서 연기를 할수록 ‘아, 정말 배움이 소중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다솔이 나무 같은 사람을 언급하자 기자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방송이 있었다. 바로 tvN ‘배우학교’다. 여기서 배우 박신양은 출연진에게 몸으로 사물을 표현해 보라고 강조한다. “박신양 선배님도 그렇고 선배님들을 보면 그런 것들을 다 알고 계신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 이것을 응용하셨구나. 저것을 참고하셨구나.’ 배경이 느껴지니까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 괜한 공부법이 아니었다.”

Q. KBS2 ‘태양의 여자’를 통해 브라운관 신고식을 치뤘다.

“대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선배님의 소개로 매니저 분을 만나게 됐고, 그것을 계기로 방송 활동을 하게 됐다. 이하나 선배님이 복수를 하기 위해서 연극을 올리는데, 오디션을 같이 보는 친구 역할이었다. 노래를 하는 신이 있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불러서 오디션 합격하는 장면이었는데 아주 잠깐 나왔다.”

생애 첫 촬영에 대한 기억을 더 듣고 싶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잠깐 나오는 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긴장이 너무 됐다. 한 번도 카메라 앞에 서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땀도 많이 흘리고, 정신없이 촬영했다.”

정다솔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유독 눈길을 끄는 한 작품이 있다. EBS1 ‘레전드히어로 삼국전’이 그것. 그는 소설 ‘삼국지’와 특촬물이 결합된 이 작품에서 주유 역을 맡았다. “어렸을 적에 KBS2 ‘지구 용사 벡터맨’을 재밌게 봤다. 게다가 한중 합작이라서 중국에도 수출된다고 하기에 고민 없이 선택했다. 액션 팀 회사로 출근해서 매일 체력 단련했고, 사계절을 보내면서 촬영했다.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CG를 입힐 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컷이 나올지 보이더라.”

이 밖에도 대중이 기억할 수 있는 혹은 정다솔에게 잊지 못할 역할을 묻자 KBS2 ‘별난 며느리’ 허순정 역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그는 “처음으로 고정에 들어간 작품이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또한, 감독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캐스팅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난다. 세트 촬영을 그때 처음 해봤다. 세트 촬영이 어렵다고 말만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배우게 되는 계기였다. 더불어 이덕건 감독님에게 많이 혼나면서 배웠다. 정말 많이 혼났다. 연기적으로 깨지면서 많이 배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Q. 필모그래피를 보면 연극과 뮤지컬이 눈에 띈다. 뮤지컬 ‘해롤드와 모드’, 연극 ‘굿닥터’ 등. 브라운관 외의 작업에 다시 도전하고픈 생각은 없는지?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를 찍게 됐다. ‘채비’라는 작품인데, 고두심 선배님이랑 김성균 선배님과 함께 촬영했다. 생애 첫 영화다. 감회가 새롭더라. 촬영장에서 선배님들이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다. ‘7번방의 선물’ 류승룡 선배님의 역할처럼 김성균 선배님이 지체 장애를 연기하신다. 대본을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 감독님도 우시고, 출연진도 울고. 감동적인 영화다. 개봉하면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인터뷰 마지막 배우로서 무얼 하고 싶고, 뭘 찾고 싶은지 물었다. 배우 정다솔이 추구하는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나무가 되라는 연기 수업처럼 추상적 질문이지만, 그는 평소 생각해온 자신만의 구체적 답을 전달했다. 신기하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모든 배우들에게 같은 질문을 건네지만, 저마다 다른 대답 혹은 같은 다른 근거의 같은 대답을 기자에게 전달한다. 정다솔도 그랬다.

“연기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태껏 이 길을 오는 데 있어서 아낌없이 응원해주셨던 지인들, 친구들, 가족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들이 힘들 때 언제든지 나서서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내 욕심이고, 꿈이고, 바람이다.” 욕심은 기화되어 꿈이란 구름이 되고 때가 되면 바람이라는 눈이 되어 내릴 것이다. 배우 정다솔의 실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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