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f②] 안예은, 그 순간들의 철학이 모여

입력 2017-06-20 11:40   수정 2017-06-20 12:16


what if...“다른 길을 선택했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이 질문. 화려한 스타들이라고 살아오면서 단 한 가지 꿈만 쫓았으랴. 그들의 마음속에 고이 접혀있는 또 다른 모습들을 꺼내보고 싶었다. 단지 말과 글로만 설명되어지는 것이 아닌, 실제 그 모습으로 꾸며진 채로! bnt 기획 인터뷰 ‘What If’는 스타가 꿈꿨던 다른 모습을 실체화 시켜본다. -편집자 주-

[임현주 기자] 나는 그냥 나일 수 있기를.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흐르는 만큼 갖는 것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나’라는 사람을 수식하는 여러 타이틀이 붙기도 하고 이미지가 연상되기도 한다.

2016년 ‘K팝스타’ 보라색이 연상되는 안예은에서 2017년 ‘역적’ OST의 안예은까지. 대중들은 그를 바라봤을 때 독특하다고 말한다. 그런 독특함 때문에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안예은은 더 자신의 감성에 충실했고, 결국 그 포텐은 터져버렸다.

“전 저밖에 못하는 음악이 좋아요. 장르가 따로 없는 저 밖에 못 부르는 노래, 제가 불러야만 하는 그런 노래 있잖아요.”

모양을 갖추고 사느라 본질을 잊고 사는 어떠한 이와는 달리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는 안예은. 26살의 순수하고도 진실된 그를 ‘What If’의 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What If①]에서 이어집니다.
[What If①] 안예은, ‘K팝스타’의 괴짜에서 ‘역적’의 뮤즈로
[What If②] 안예은, 그 순간들의 철학이 모여



Q. ‘What If’를 통해 재현하고 싶은 모습으로 ‘철학자 안예은’을 꼽았어요.

그냥 되게 막연하게 동경하게 된 것 중에 하나가 철학자나 역사 학자였어요. 깊게 생각해야하는 학문들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바로 서점에 가서 ‘철학의 탄생’이라는 굉장히 두꺼운 책을 샀는데 세 장밖에 못 읽었어요.(웃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쉽게 쓴 책들을 사서 읽었는데 제가 진짜로 철학자가 될 까봐 엄마가 진심으로 걱정하더라고요. 철학자가 된다는 게 현실적으로도 힘들고, 되도 금전적으로 어렵다고 하시면서 말리셨죠.

Q. 어떤 철학자가 예은 씨한테 영향을 줬을까요?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를 보고 너무 재밌었고 멋있었어요. 그때부터 괜히 심오한 책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죠.

Q. 예은 씨의 SNS를 보니까 맛있는 음식만큼 책을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부모님 말씀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계속 읽었대요. 그게 제 의지인건지 부모님이 책을 많이 사다주셔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청소년 때는 정말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일본 소설이나 세계 문학 전집도 읽고, 특히 철학책을 많이 읽었죠.

Q. 최근에 읽었던 책은 뭐예요?

요즘엔 인권 관련된 인문 서적들을 읽고 있는데요. 피우진의 ‘여군은 초콜렛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이렇게 세 권을 연달아서 읽었어요.

피우진의 자서전 같은 경우는 읽으면서 충격 받았어요. 군에서 성폭력이나 이런 것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심하더라고요. ‘핑거스미스’는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영화 ‘아가씨’를 되게 좋아해서 이번에 원작을 읽었는데 영화랑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특히 중후반쯤으로 가면서 반전들이 너무 재밌었어요. ‘82년생 김지영’은 워낙 유명한 책이잖아요. 책 내용 중에 제가 직접 겪은 것도 있고, 제 주변 사람들이 겪은 것도 있고... 스토리가 매끄럽게 잘 녹아있더라고요. 짜임새가 정말 좋았어요.


Q. 대화를 나눠보니까 예은 씨의 학창시절이 궁금하기도 해요. 어떤 학생이었어요?

음... 초등학교 때는 나서는걸 정말 좋아했어요.(웃음) 그땐 맞고 틀린 그런 기준이 생기지 않았을 때였기도 했고, 창피한 것도 몰랐고 되게 외향적인 성격인줄 알았는데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사춘기도 오고... 원래 장기자랑 같은 자리에 꼬박 꼬박 나가는 스타일이라서 그때도 나갔었어요.

근데 제가 그 시기에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서 무대를 하고 있는데 야유를 받았어요. 그 경험 때문에 무대 공포증이 생겼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니지만 몇 년 전까지 만해도 되게 심했거든요. 그게 거기서 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때부터 말도 잘 안하고 음침해지고 그랬던 것 같아요.(웃음) 며칠 전에 ‘꿈의 제인’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이민지 배우가 연기한 학생이랑 정말 똑같았어요. 제 안에 굳이 보고 싶지 않은 심연을 보고 온 느낌이었어요.

Q. 예은 씨가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순간이 됐을 것 같아요.

그렇죠. 철학책에 이런 내용들이 있어요. ‘흘러가는 대로 둬라. 다 지나가리라’. 이런 부분들이 참 좋았어요. 제 좌우명이 ‘그럴 수도 있지’거든요. 기분이 안 좋은 일이나 짜증나는 일이 생기면 5분 정도 가만히 있어요. 그러면 화가 잘 안 나는 편이에요.(웃음)

Q. 가수가 아닌 철학자 안예은이었다면 어땠을 것 같아요?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시는 분들처럼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웃음) 서울엔 안 살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엄마가 되게 속상해할 것 같아요.


Q.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건 뭐예요?

1~2년 전부터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가면서 보니까 소수자들의 이야기와 다 연결이 되어있더라고요. 인종차별부터 성소수자와 아동 인권도 있고 복지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모든 걸 완벽하게 알진 못하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공부하고 해가려고요.

Q.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분은요?

장기하 선배님이요.(웃음) 일집을 듣고 정말 충격이었어요. 어떻게 한글로만 쓸 수 있는 표현들을 다 골라 쓸 수 있지? 싶더라고요. 영어로는 ‘누리끼리하다’라는 표현이 없잖아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꼭 한번 함께 작업해보고 싶어요.(웃음)
 
Q. 마지막으로 왓이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집에 가서 항상 생각하는 게 있는데 전 정말 작은 사람이거든요. 그런 사람의 음악을 이렇게나 많이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영광이에요. 맨 처음 ‘역적’ OST 음원이 나왔을 때 정말 실감도 안 나고 감사해서 SNS에 길게 글을 썼던 기억이 나요. 고작 음원 하나 나온 건데 엄청 길게 글을 썼어요.(웃음) 안예은이라는 작은 사람을 좋아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곧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는데 ‘그럴 수 있지’ 하시면서 더위를 이겨내시고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이번 7월에 미니앨범으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웃음)


인터뷰가 끝날 무렵, 안예은에게 ‘행복’이란 어떤 건지 물었더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요.(웃음) 특히 PC방에서 튀김우동을 먹을 때가 정말 행복해요”라 했다. 한 순간 순간을 사랑하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안예은의 답변이었다.

안예은은 영화를 보는 그 순간, 소설을 읽는 그 순간에 자신이 그 속의 인물이 되어본다고. ‘역적’의 아모개도 되었다가 ‘왕의 남자’ 연산군과 공길이 이야기 속에도 들어가 보면서 영감이 떠오른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안예은을 만들었다. 이번 7월에는 또 어떤 순간을 말해줄지 기대가 된다.

기획/진행: 김강유
인터뷰: 임현주 기자
촬영: 이은호 bnt포토그래퍼
스타일링: 유어툴즈 최미선 디렉터
의상: 스타일리스트 개인 소장품
헤어/메이크업: 크로체나인
장소: bnt스튜디오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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