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할 ‘1987’의 뜨거운 온도...희망으로 불지피다 (종합)

입력 2017-12-13 18:48  


[임현주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1987년 시절 진짜 이야기를 담아내다.

영화 ‘1987(감독 장준환)’ 언론시사회가 12월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배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장준환 감독이 참석했다.

‘1987’은 1987년1월 22살 대학생이 경찰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로, 故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을 모티브 삼아 다뤘다.

영화의 진정성이 깊이 닿아서인지 이날 시사회는 다른 때보다 뜨거웠다. 여기에 장준환 감독의 눈물이 더욱 현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굉장히 창피하지만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상업영화지만 1987년 땀 흘리고 피 흘렸던 분들의 이야기다.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 해의 사람들의 가치와 의미,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순수하고 뜨거웠는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렇게 뜨겁지 않고 순수하지 않은 저에게 87년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은 힘과 용기가 됐다.”


장준환 감독은 최대한 리얼리티를 보존하기 위해 45,000평의 부지에 오픈 세트를 지어 뜨거운 열기가 하나로 모였던 연세대학교 정문부터 시청 광장, 명동 거리, 유네스코 빌딩, 코리아 극장 등을 되살려냈다. 그 시절을 겪었던 관객들이 영화를 봤을 때 당시를 회상하고 감동을 위해 1987년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고자 했다고. 이때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에 장준환 감독은 “제가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이도 생기면서 제 안의 변화가 생겼다. 또 ‘우리나라, 이 지구가 평화롭게 살아질까’하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스스로에게 미안함도 같이 있던 것 같다. 내적인 고민과 본질에 대해 고민을 했다는 변명 하에 치열하게 살았던 편은 아니었다. 시나리오 초고를 보고 김윤석이 몸조심하라며 영화로 만들지 말라고 말리더라. 하지만 이 같은 이유들과 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 때문에 만들기로 결정했다”며 ‘1987’을 기획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우연하게도 이번 2017년에도 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 촛불집회, 장미대선 등으로 뜨거웠던 이 시점, ‘1987’이 개봉한다. 이와 관련해 장준환 감독은 “1987년과 2017년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뜨거웠던 온도는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상이나 국면에 있어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장준환 감독은 “1987년보다 문재인 대통령 이전의 정권이 덜 폭력적이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물리적인 것은 덜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 스스로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했던, 그 의미 있는 큰 발자국의 1987년이 없었다면 지금도 직선제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위대한지, 얼마나 힘이 있는 국민인지를 보여주는 거라 생각한다. 지치고 힘들 때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서로에게 힘을 주는 모습이 1987년이나 지금이나 굉장히 비슷하고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장준환 감독에 이어 “날이 춥지만 영화를 보니 몸에 열이 올라 주체를 못하겠다”는 김윤석은 이번 영화에서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의 대표 캐릭터인 박처장을 맡았다. 수사에 있어서는 고문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한 역할로, 폭력의 시대의 맨 앞자리에 있었던 한 인물의 초상을 완성했다.

이에 김윤석은 “시나리오를 받고 굉장히 갈등했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 그 대사를 하게 될 줄 몰랐다. 일간지 헤드라인에 났던 신문을 본 세대인 내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사실 박종철 열사가 고등학교 선배님이다. 이 영화를 누군가가 해야 만들어지기에 출연을 결정했다. 최대한 고증을 살려 열심히 했다”며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맡은 배역을 미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악역 연기를 소화한 소감을 전한 김윤석. 이어 그는 “박처장은 자신의 권력과 정체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권력을 지향하며 잘못된 것을 바로 잡지 않고 잘못된 노선의 버스를 타서 터질 때까지 가다가 제일 먼저 주저앉는 인물이다. 이 인물의 이중성은 지혜로운 어른이 되기 위해 심각하게 정신이 깨어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박처장 역을 맡아 연기한 감회를 털어놨다.

‘1987’은 박처장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가 구성된다. 특히 박종철 열사 역에 배우 여진구가, 이한열 열사 역에 배우 강동원이 깜짝 출연해 열연을 펼쳐 영화의 감동이 배가 됐다.

이와 관련해 장준환 감독은 “처음부터 남영동 차가운 물속에서 돌아가신 박종철 열사로 시작해서 이한열 열사로 마무리 짓는 구조를 생각했다. 사실 이한열 열사께서는 박종철 열사와 간접적인 위치에 있어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하면 매끄럽게 만들어볼까 고민하다가 보통사람들의 갈등을 내재하고 있는 사람과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영화 속 유일한 허구의 인물 연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존인물이었던 다른 역들과 달리 유일하게 허구의 인물인 연희를 맡은 김태리. 연기하는 데 있어서 막중한 책임감이 있었을 것 같다는 한 취재진의 평에 김태리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고 비관적이었다. 내가 집회에 나간다고, 나 하나 백만 시민 속에 섞인다고 세상에 변화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연희는 저랑 닮았지만 영화 엔딩의 연희 모습은 분명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김태리는 “엔딩장면에서 버스 위에 올라 시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생전 처음 보는 전율에 가까운 함성소리와 사람들의 숫자, 손짓, 얼굴을 봤을 때 어떤 감정이 들까했다. 촬영을 하면서 느꼈다. 그렇게나 미루고 치우고 가려놨던 마음속 어떤 작은 희망이 확 타오르는 듯한, 희망이라는 게 불 지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관객분 들에게도 느껴지면 정말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희망”을 강조했던 김태리에 이어 박희순 또한 우리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아픈 과거는 잊고 싶어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하지만 그 과거를 기억해야할, 잊지 말아야할 이유가 있다. 지금 현재도 똑같은 일들이 되풀이 되고 있으니까.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처럼 뜨거웠던 1987년의 이야기 영화 ‘1987’은 오는 12월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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