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한국영화②] 반전의 구성 그리고 외적인 화제

입력 2017-12-31 09:00   수정 2018-01-03 10:12


[김영재 기자] 2017년 한국 영화를 종합했다.

정유년이 가고 2018년 무술년이 오는 기로에서 한국 영화를 돌이켜봤다. 기자의 눈길이 닿은 첫 주제는 ‘박스오피스 순위’. 알고 있는가? 2017년 ‘천만 영화’는 오직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뿐이란 것을. ‘강철비(감독 양우석)’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1987(감독 장준환)’의 12월 흥행 혈투 역시 기사 거리로 안성맞춤이었다.

‘한 해를 빛낸 배우’도 좋은 주제였다.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와 ‘부라더(감독 장유정)’를 통해 배우 마동석은 흥행 보증 수표가 됐다. 주연작을 세 편이나 개봉한 배우도 다수였다. 설경구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을 통해 3전 2승을 거뒀다. ‘미담 제조기’ 강하늘은 ‘재심(감독 김태윤)’ ‘청년경찰(감독 김주환)’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으로 3전 3승의 기록을 썼다.

그러나 기자는 다른 시각으로 2017년을 주목했다. 그리고 정유년을 종합하는 둘째 기사는 반전의 집중과 외적 화제를 조명해본다. 배우 이병헌이 스포일러 금지를 부탁한 영화, 최민식이 반전의 주체가 되는 영화, 언론시사회 생중계가 이뤄진 영화, 기술 발전과 기존 상식이 부딪힌 영화 등 2017년 한국 영화계는 반전과 화제가 가득했다.

#반전으로 완성되다


(※영화 ‘싱글라이더’ ‘해빙’ ‘석조저택 살인사건’ ‘침묵’ ‘기억의 밤’ 결말 단서 포함)

1999년도로 기억한다. 포스터 속에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있었다. 할리우드 액션 배우이자, 정적인 연기도 소화하는 그의 영화를 망설일 이윤 없었다. 그렇게 극장 안에 들어갔고 영화사 최고의 반전을 만났다. 영화 ‘식스 센스’에 대한 이야기다. 반전의 작동은 시계 구동의 메커니즘을 따른다. 사소한 하나라도 여럿이 모이면 시너지가 발생한다.

2월22일 개봉을 앞두고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는 한 편의 영상을 공개했다. 일명 ‘스포 금지 캠페인’ 영상에서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는 관객에게 스포일러 자제를 부탁한다. 출연진이 특별히 입조심을 부탁할 만큼 ‘싱글라이더’는 반전이 중요한 영화다. 깨끗한 셔츠, 손에 적는 주소 등 두 번째 관람에서 발견하는 반전의 도구가 머리를 즐겁게 한다. 하지만 반전이 전부는 아니다. 사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존재 의미를 구하는 기러기 아빠를 이병헌은 표현했다. 그의 연기가 없었다면 감독의 반전은 힘을 잃었을 테다.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은 개봉 당시 이수연 감독 14년 만의 장편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치매 노인의 수면 내시경 중 살인 고백을 듣게 된 의사 승훈(조진웅)이 주인공인 ‘해빙’은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범인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살인을 고백한 정노인(신구), 창고에 사람 목을 보관한 성근(김대명), 프로포폴을 빼돌리는 미연(이청아). 재차 언급하자면 승훈을 제외한 모두가 비정상이다. 그리고 이는 반전을 완성시킨다. ‘해빙’ 역시 반전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욕망을 향한 감독의 시선에서 관객은 공감을 느낀다.

“장르가 최민식.” 정지우 감독의 명언이다. 11월2일 개봉작 ‘침묵(감독 정지우)’은 최민식의, 최민식에 의한, 최민식을 위한 영화다. 우선 초중반은 딸의 무죄를 좇는 아버지 임태산(최민식)의 법정물이다. 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최민식의 큰 존재감은 법정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이 가운데 반전이 등장한다. 최민식의 임태산만이 만들 수 있는 먹먹함은 작품을 멜로물로 탈바꿈시킨다. ‘싱글라이더’ ‘해빙’과 같은 정교한 반전은 아니다. 그러나 울림이 있다. 또한, 최민식은 “한 인간의 참회와 회복 이야기”라고 ‘침묵’을 규정했다.

5월9일 개봉작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과, 11월29일 개봉한 ‘기억의 밤’도 반전을 다룬다. 두 작품은 반전이 공통될 뿐 여러 부분이 다르다. 먼저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작가 빌 S. 밸린저의 원작 ‘이와 손톱’에 기초한 각색물이고, 후자는 장항준 감독의 순수 창작물이다. 배경 또한 각각 해방 후 경성과 1997년 서울이다. 하지만 반전의 배경은 같다. ‘석조저택 살인사건’ 최승만(고수)과 ‘기억의 밤’ 유석(김무열)은 복수를 위해 하루를 산다. 인간의 복수심이 중심에 선다는 점은 두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

#화제를 몰고 오다


영화는 예술이다. 예술이란 점에서 분명 작품의 평가는 내적 요소만이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산업이다. 부수적 요소가 작품을 괴롭힌다. 아무리 잘 만든 영화도 악재를 만나면 제 가치를 평가 못 받는다. 반대로 못 만든 영화도 호재를 만나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평가를 얻는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인생은 길흉화복의 변화가 많기에 예측할 수 없단 뜻의 사자성어다. 그래서일까. 인생이 녹아든 영화에도 길흉화복이 있다.

첫 번째 영화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감독 홍상수)’다. 이와 관련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가 이뤄진 3월13일, 기자는 텔레비전을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어느 방송사가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실시간 중계한 것. TV 채널을 통한 공동 인터뷰 생중계는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대한민국 모든 매체가 논란 속 두 남녀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주인공 영희(김민희)는 여배우다. 그리고 그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이다. 불륜 관계를 인정한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홍상수는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가 맞다.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다”라고 김민희와의 열애를 인정했고, 김민희 역시 “(홍상수 감독과의)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믿고 있다. 진심을 다해서 사랑하고 있다”라고 했다. 사랑을 평가하는 일은 취재진의 몫이었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요란함’ 등의 단어가 기사의 제목을 덮었다. 반대의 의견도 많았다. 혹자는 연애관 변화와 대한민국 윤리 의식이 충돌한 분기점이라고 둘의 사랑을 설명했다.

7월26일 개봉작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시작부터 화려했다. ‘베테랑’을 만든 류승완 감독과 배우 황정민 등의 참여는 또 다른 ‘천만 영화’의 탄생을 예상케 했다. 여기에 제작비 225억 원이 투입된 군함도 재현은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을 고발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대중도 이에 화답했다. 작품의 개봉 첫날 예매율은 약 70%에 달했다.

그러나 독과점 논란은 ‘군함도’의 발목을 잡았다. ‘군함도’ 전까지 역대 최다 스크린 개봉작은 개봉 당일 1991개 스크린을 확보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였다. 이 가운데 ‘군함도’는 이전 최다 기록보다 36개 스크린이 추가된 2027개의 스크린을 차지하며 신기록을 작성했다. 류승완 감독은 “배급 및 상영은 감독이나 제작사가 직접 관여하는 부분은 아니다. 다만 내가 만든 영화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이 민망하고 송구스럽다”라고 전했다.

‘군함도’는 누적 관객수 약 659만 명을 기록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800만 명. 분명 ‘군함도’는 141만 명의 미달 속에 수익을 창출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흥행 실패의 한 요인은 개봉 시작부터 지적된 스크린 독과점이다.

주목해야할 것은 독과점의 주체다. 봉준호 감독은 시장이 스크린 숫자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정부 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공정 거래에 대한 룰과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주체가 명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준익 감독 역시 ‘군함도’ 논란의 핵심을 독과점 문제라고 봤다. 그는 문화적 가치의 주체인 류승완 감독이 아닌 경제적 가치의 주체인 CJ엔터테인먼트와 CGV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산업 구조를 알고 있는 언론이 류승완 감독에게만 해답을 요구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함도’ 논란에 대해 소신을 밝힌 봉준호 감독. 그 역시 2017년 화제를 몰고 왔다.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는 거대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거대 동물의 존재도 이색적이나, ‘옥자’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넷플릭스 때문이었다.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을 위해 약 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자했다. 그리고 명감독의 영화는 시중의 극장과, 안방극장 모두에서 상영됐다.

‘영화는 영화관에서’란 상식이 깨지자 ‘옥자’는 여러 암초를 만났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의 운영 방식이 충돌했다. 먼저 ‘제70회 칸 영화제’ 측은 ‘옥자’를 경쟁 부문에 초청한 것과 별개로 2018년부터는 프랑스 극장 상영을 약속한 작품만 경쟁 부문 출품이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에는 극장 상영 36개월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법률이 있다. ‘옥자’는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곤란을 겪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옥자’의 상영을 보이콧한 것.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가 이유였다.

이에 6월29일 개봉한 ‘옥자’는 넷플릭스와 더불어 대한민국에서는 대한극장 등 추억 속 영화관에서 영화 팬들을 만났다. 그리고 소규모 상영관으로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옥자’의 누적 관객수는 32만 2157명이다.(사진출처: 영화 ‘싱글라이더’ ‘해빙’ ‘침묵’ ‘석조저택 살인사건’ ‘기억의 밤’ ‘밤의 해변에서 혼자’ ‘군함도’ ‘옥자’ 공식 스틸컷)

◆2017년 한국영화 종합결산 기획 시리즈◆
[2017한국영화①] 원작의 각색 그리고 상상의 나래 (12.30.)
[2017한국영화②] 반전의 구성 그리고 외적인 화제 (12.31.)
[2017한국영화③] 변화의 북한 그리고 불변의 근현대 (01.01.)
[2017한국영화④] 엄마의 이름 그리고 약진의 여배우 (01.02.)
[2017한국영화⑤] 현재의 숙제 그리고 비극의 흔적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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