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없는리뷰] ‘메이즈 러너3’에게서 ‘옥자’를 떠올리다

입력 2018-01-20 09:00   수정 2018-01-20 10:18


[김영재 기자] 1월17일 ‘메이즈 러너3’가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메이즈 러너3’는? 물론, ‘스포’는 없다.

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감독 웨스 볼/이하 메이즈 러너3)’의 개봉을 앞두고 2014년작 ‘메이즈 러너’를 되새겼다. 누가 소년들을 글레이드로 보냈는지, 바깥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 여러 의문점 가운데 주인공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는 이야기한다. “싸우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야겠어.” 이제 관객도 토마스도 상대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위키드는 선하다’의 위키드다.

사실 ‘메이즈 러너’가 트릴로지로 완성될 깜냥의 시작점일지 미처 몰랐다. 프리퀄 2부작을 제외한 작가 제임스 대시너의 3부작은 목마른 할리우드의 좋은 먹잇감이었을 테다. 하지만 진취적 자세의 신참, 그를 이해하는 지도자, 매사 불만인 훼방꾼 사이의 갈등은 소년들의 캠프 파이어처럼 뻔했다. 미로와 글레이드가 배경의 전부인 한정된 공간은 저예산으로 제작된 한계도 전했다.

11일 아시아 프리미어 행사로 열린 ‘메이즈 러너3’ 기자간담회. 사회자는 “전 세계 약 6억 6천만 달러 수익을 거둔”이란 말로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흥행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기자의 강조점은 발전을 거듭하는 시리즈의 저력이다. 부피는 커지고 밀도는 낮아진다. 할리우드 속편의 비애다.

그러나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다르다. 2편이 그러했듯 ‘메이즈 러너3’ 역시 전편보다 더 나은 만듦새를 보여준다. “감독님도 여정을 통해 감독으로서 성장했다”라고 말한 배우 토마스 생스터의 말에 수긍이 가는 이유는 미술이든, 연출이든 전보다 더 나아진 속편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속편은 메시지가 강조됐다. 3편은 2편의 막바지처럼 개인의 신념에 끊임없이 집중한다.

트리사(카야 스코델라리오)의 배신으로 동료 민호(이기홍)와 헤어진 토마스. 그는 빈스(배리 페퍼), 호르헤(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등의 도움으로 바이러스 항체를 가진 면역인 귀환에 성공한다. 그러나 민호는 최후의 도시에 묶여있는 상황. 3년 만에 벽을 넘어온 뉴트(토마스 생스터)는 다시 벽을 넘어야겠다고 자조를 드러낸다. 민호의 구출 그리고 위키드의 종말을 위해 토마스는 다시 또 달린다.

신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굳게 믿는 마음’이란 해석이 나온다. 1편에서의 신념은 두 가지였다. 규칙은 지키는 것이 맞다고 믿는 갤리(윌 폴터)의 신념과 미로에 갇힌 삶은 강제라고 믿는 토마스의 신념. 미로를 탈출했으니 2편의 신념은 보다 확장됐다. 토마스는 소년들이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없었고, 트리사는 고통에 신음하는 수백만 명을 버릴 수 없었다. 3편에서 토마스는 묻는다. “우리에게 한 짓 후회해?” 트리사가 답한다. “내 신념대로 행동한 거야.”

트리사가 선천적 악인이기에 토마스를 배신하고, 민호를 실험 대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것을 희생했으니 치료법을 찾아야 된다고 말하는 트라사를 보면 그의 신념 뒤에는 일말의 죄책감이 있다. 에바 페이지(패트리시아 클락슨) 박사도 마찬가지다. 소년들이 그리버를 물리치고 연구실에 도착했을 때 박사는 모두가 그들(위키드) 방식에 동의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철저한 객체화다. 하지만 발언은 선택에서 시작되고, 선택은 공감에서 비롯된다.

‘메이즈 러너3’의 예고편을 보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떠오른다. ‘옥자’의 주인공 주미자(안서현)는 강원도 소녀다. 그는 슈퍼 돼지 옥자(이정은)를 구하기 위해 여러 수고를 겪는다. 고향을 떠나고, 유리 문도 부수며, 뉴욕이란 낯선 곳에까지 간다. 옥자는 가족이란 신념이 배경에 있다. 토마스는 어떤가. 그의 신념은 정의 수호다. 민호는 시작일 뿐 면역인 모두를 납치할 위키드를 막기 위해 토마스는 제 발로 “사자굴”을 향해 걸어간다.

신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강하기 때문일까. 주조연도 겪는 갈등은 주인공의 선함 뒤에는 쉬어갈 자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만날 갈림길이지만 토마스와 주미자에게는 그의 신념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정이 없다. ‘옥자’ 속 주미자의 행동은 미란다 자매(틸다 스윈튼)에게는 그저 행패일 뿐이다. 동물 학대는 그른 일이다. 그럼에도 옥자는 미란다 주식회사의 정당한 재산이다. 가족의 정이 소동의 정당화가 될 순 없는 것이다.

이런 주미자의 안하무인은 ‘어른을 위한 동화’란 해석과, 봉준호 감독이 의도한 소녀 버전 ‘미래소년 코난’이란 특징이 면죄부다. 그렇다면 토마스는?

‘메이즈 러너3’는 토마스와 반대되는 신념을 지닌 다수에게 죄를 묻는다. 더불어 재판도 없이 비자발적 속죄가 이뤄진다. 죄인이 벌을 받는 것은 대형 자본으로 제작된 영화의 전형적 패턴이다. 극이 진행될수록 주인공에게 가일층 감정 이입한 관객은 권선징악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지만 정말 토마스의 신념이 절대적으로 옳은 걸까.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언제나 악인의 논리로 사용됐다. 그렇다고 고민도 없이 폐기 당할 성격인지는 의문이다. 고민이 없는 주장에 무게를 실어야 할지도 의문이다.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은 토마스가 3편에서는 흑백을 향한 내적 갈등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위망이 좁혀지는 가운데 면역인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은 ‘위키드는 선하다’를 떠올리게 하는 새로운 이기주의로 다가온다.

완성된 트릴로지와, 신념의 충돌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깜짝 등장하는 과거의 동료다. 극 중반부터 얼굴을 비추는 이 옛 동료는 토마스-뉴트-트리사-민호 사이를 헤집으며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2편에서 첫 등장한 빈스 역의 배리 페퍼. 그는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선 미국 국가안보국 간부 토마스(존 보이트)를 도와 공화당 의원에게 심정지 주사를 놓았던 바 있다. 영웅 토마스와 악인 토마스 모두를 보조한 것. 무색무취의 선역이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정리하는 그의 대사에는 무게감이 있다. 1월17일 개봉. 12세 관람가.(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개봉 첫 주말을 맞이한 두 편의 영화를 함께 고민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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