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f②] 정혜인, ‘오직 배우’ 단 하나의 존재 이유

입력 2018-02-28 11:30   수정 2018-03-01 19:06


what if...“다른 길을 선택했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이 질문. 화려한 스타들이라고 살아오면서 단 한 가지 꿈만 쫓았으랴. 그들의 마음속에 고이 접혀있는 또 다른 모습들을 꺼내보고 싶었다. 단지 말과 글로만 설명되어지는 것이 아닌, 실제 그 모습으로 꾸며진 채로! bnt 기획 인터뷰 ‘What If’는 스타가 꿈꿨던 다른 모습을 실체화 시켜본다. -편집자 주-

[김영재 기자] ‘What If’ 열한 번째 주인공으로 배우 정혜인을 만났다.

배우 정혜인의 외모는 이국(異國)을 안긴다. 10대의 그는 화보에서도, 뮤직비디오에서도 이국의 외양으로 작품에 이색(異色)을 더했다. 20대의 그는 더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TV 드라마 출연은 물론, 유명 광고까지 섭렵한 것. 배우 김수현, 이민호 등과 얼굴을 마주한 정혜인에게 수식어 ‘광고계 샛별’은 사실의 적시였다.

하지만 ‘광고계 샛별’은 자취를 감췄다. KBS2 ‘가족을 지켜라’ 종영 이후 약 2년의 공백이 그를 질식시켰다. 정혜인은 “의도치 않은 공백”이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때는 공백을 실(失)이라고 생각했죠. 돌이켜보면 그 2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 같아요.”

2월 ‘What If’ 주인공은 정혜인이다. 복귀작 KBS2 ‘저글러스’를 만나기까지 그를 지탱한 힘은 탄츠 플레이였다. 정혜인은 연기를 안 했다면 탄츠 플레이 선생님이 됐을 것 같다고 했다. 탄츠 플레이는 현대 무용을 중심으로 발레, 필라테스 등의 장점이 결합된 운동. 사전에 만난 정혜인은 ‘What If’로 탄츠 플레이를 택했고, 더불어 무한의 애정을 드러냈다.

“예전엔 몸의 힘을 다 썼다면 탄츠 플레이 덕에 분배와 집중을 배웠어요. ‘내 몸 사용법’을 알게 됐다고 할까요?” 짧게 자른 머리는 정혜인이 공백기를 훌훌 털어버리게끔 도왔다. 뿐만 아니라 4월에는 정지영 감독의 영화 ‘밀약’을 촬영한다. ‘내 몸 사용법’을 깨달은 그가 외양의 일신으로 재도약을 이뤄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진행된 촬영은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파가 공간을 지배했다. 새하얘진 얼굴의 그에게 고생했다는 위로를 건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What If①]에서 이어집니다.
[What If①] 정혜인♥탄츠...숏컷의 톰보이, 춤과 사랑에 빠지다 (기사링크)
[What If②] 정혜인, ‘오직 배우’ 단 하나의 존재 이유 (기사링크)


Q. 중학교 3학년 때 잡지 모델로 데뷔했어요. 길거리 캐스팅이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노안이었어요. 지금에서야 제 나이를 찾았죠. 이야기가 길어요. 막내 동생 학예회에 갔다가 웨딩 쪽 일을 하고 계시는 분께 웨딩 화보 제의를 받았어요. 그게 저 중학교 1학년 때 일이에요. 그리고 일본에 아뮤즈라고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있어요. 사진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쪽과 계약을 했고요.”

Q. 모델로서 계약을 했나요?

“네. 그런데 그때만 해도 모델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Q. 왜요?

“다른 꿈이 있었거든요. 과학자요.”

Q. 공부에 소질이 있었나 봐요.

“그냥 좋아했어요. 잘하는 거와 좋아하는 건 다르잖아요. 전 과학이 재밌었어요. 어렸을 때 ‘에이플러스 과학나라’라고 실험하는 게 있었어요. 그런 실험이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는 좋아하면 다 될 수 있는 줄 알았죠. (웃음) 지금도 누가 주변에 이케아 가구 조립하는 게 어렵다고 하면 제가 하겠다고 자처해요.”


Q. 모델로 데뷔하고 꿈은 과학자였어요. 그런데 왜 배우를 꿈꿨나요?

“중학교 3학년 때 연기 선생님의 ‘유리 가면’이란 연극을 봤어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연기하고 싶단 생각이 끊임없이 들더라고요. 배우가 관객과 소통하며 살아 숨 쉬는 느낌을 맛본 거죠. 그때가 계기였어요. 배우가 이상향처럼 느껴졌고요.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데뷔작은 영화 ‘여고괴담5’였어요.

“최종 17명이 1박 2일 합숙을 하는 오디션이었어요. 방 하나당 두세 명이 팀이 됐는데, 그때 친구가 ‘저글러스’ (백)진희와 ‘가족을 지켜라’ (강)별이에요.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이렇게 다시 만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Q. 과거 인터뷰에서 배우 수애와 하지원처럼 눈빛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지금은 어떤 배우가 롤 모델인가요?

“문소리 선배님이요. 일상과 연기의 경계가 없는 분이시잖아요. 예전의 저는 보여주는 연기에 대한 집착이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보여준다는 건 진정성 있게 연기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거잖아요. 보여주는 것 다음이 진정성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연기하면 보이는 건 그냥 따라오는 거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 그게 제 꿈이에요.”


Q. ‘저글러스’ 이후 평범한 일상을 즐긴다고 했어요. 일상 중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무엇이 정혜인을 기쁘게 했을까요? 혹시 탄츠 플레이일까요?

“탄츠 플레이는 기본이고요. (웃음) 요새 즐거움은 가족이에요. 막내가 스무 살이 되니까 모든 가족이 해방됐어요. 수험생이 사라진 거니까요. 다 성인이고, 모두 자유로운 사람이니까 그냥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지금은 제일 행복해요. 딸만 셋이에요. 결혼하면 헤어질 수밖에 없고요. 그 때문인지 요즘은 가족과의 시간이 제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Q. 인스타그램을 보면 막내 동생을 특별히 아끼는 듯 보여요.

“집에 늦둥이가 있으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동생보단 아기 같은 느낌이에요. 어렸을 때는 많이 괴롭혔어요. 가족끼리의 시간은 정말 행복한 순간이에요. 그리고 저 막내한테 많이 혼나요. 동생이 많이 어른스러워요. 저 보고 철이 없대요.”

Q. 어렸을 때부터 사회 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일찍 철들곤 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모델 일을 시작했잖아요. 동생의 지적이 신기하게 다가오네요.

“원래는 안 그랬어요. 잘하려고 항상 노력했죠. 그런데 주변 분들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제 나이답게 하면 된다고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고 좋은 사람이니까 노력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하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순간 ‘내가 정말 힘들게 살고 있구나’라고 깨닫게 되더라고요. 상대방에게 제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그 다음부터는 ‘에라 모르겠다’였어요.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굳이 절 좋아하게 애쓰려는 모습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거 같진 않더라고요.”

Q. 좋은 사람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지금도 많이 깨졌지만 더 깨져야 될 거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많은 걸 감싸고, 감추고, 가둬왔어요. 지금은 한 겹, 한 겹 벗겨내는 단계인 거 같아요. 아직 저 자신을 완전히 찾진 못했어요. 하지만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정말 진실한 절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때면 연기든 인생이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2018년 스물아홉이 됐어요.

“남들이 겪는 싱숭생숭한 기분이 저는 전혀 없어요. 스물아홉 12월31일과 서른 1월1일의 차이는 어제와 오늘 아닌가요? 그냥 숫자잖아요.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렇게 말해 놓고 누가 서른이라고 하면 글로벌 시대니까 만 나이로 얘기하자고 해요. 만 27세 정혜인입니다. (웃음)”

Q.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으로서 시간의 반추는 어때요?

“목표 지점을 가기 위한 높이가 있잖아요. 그동안은 모래를 이용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올라가려고 하면 우르르 무너지고 그랬어요. 모래로 계단을 만든 건 생각도 못하고 안 되는 것만 탓하곤 했죠. 이제는 더 확실한 재료로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과거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실패 덕분에 이런 교훈을 얻었으니까요.”

Q. 차기작은 영화 ‘밀약’이에요.

“여성이 중심인 우리나라 영화가 많지 않잖아요. 이번 영화가 지금의 판도를 뒤엎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이 이끌어가고, 여성이 사건을 일으키고. 우리나라 영화계에도 할리우드처럼 여성이 이끌어가는 영화가 많아졌으면 해요. 아마 ‘밀약’이 그런 흐름을 만들 수 있는 하나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밀약’에서 격투기에 능한 여자 진경 역을 맡았어요.

“예전부터 액션 영화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준비 기간이 길진 않아요. 크랭크 업 날짜가 4월 초니까요. 짧은 시간이라도 충분히 노력할 계획이에요. 다행히 예전에 취미로 킥복싱을 배웠어요. 그리고 현대 무용이 꽤 운동량이 많은 운동이거든요. 탄츠 플레이 덕에 근육은 많아요. 또 탄츠 플레이 이야기네요. (웃음)”

Q. 탄츠 플레이 사랑이 대단해요. 못다 한 말이 있을까요?

“쉬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쉼’이란 단어가 정말 간절히 느껴질 정도로 일하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이 말을 하는 게 후회할 정도로 연기하고 싶어요.”


이름 앞에 달고 싶은 수식어를 묻자 정혜인은 “배우 정혜인”을 외쳤다. “배우 하나면 돼요. 솔직히 다른 수식어는 필요 없습니다. 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주는 단어예요.” 정혜인의 직업은 배우다. 그럼에도 배우를 수식어로 갖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의 공백이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겼는지 가늠 가능한 부분이다.

인생은 고꾸라지는 것의 연속이다. 고꾸라지지 않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다. 전진하지 않기.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고꾸라질 일은 없다. 하지만 전진이 없다면 그것은 정체다. 그리고 정체된 동안 타인은 한 보 전진한다.

이 가운데 정혜인은 앞으로 더 깨져야 한다며 자신에게 화살을 겨눴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의 문소리를 희망했고, 쉽게 허물어지는 모래 계단 대신 과거보다 단단한 계단을 약속했다. 지금은 전진하지만 언젠가 또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 그것이 전진의 속성이자 인생의 순리다. 하지만 정혜인은 상처가 아물자마자 다시 또 달린다. 영원한 고립과 일시적 아픔 사이에서 후자를 택한 그는 지혜로운 배우다. 아픔을 두려워하는 이에게 미래는 없다. 쉬지 않고 ‘열일(열심히 일하다)’할 그의 미래를 기다려본다.

기획: 김강유
진행: 김강유, 김치윤, 윤호준
인터뷰: 김영재 기자
촬영: 윤호준 bnt포토그래퍼
스타일링: 유어툴즈 최미선 디렉터, 이슬기 디렉터
의상: 하피러브즈잇(화이트 원피스), 레이즈(스니커즈, 터틀넥, 레깅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레더재킷, 체크 수트, 액세서리)
헤어: 제니하우스 프리모 민아 디자이너
메이크업: 제니하우스 프리모 희연 팀장
장소: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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