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라진 밤’ 김강우, 한방을 노리다

입력 2018-03-09 13:31   수정 2018-03-13 11:28


[임현주 기자] 연기 열정만큼 내면이 참, 따뜻하다.

섬세하고 촘촘한 연기에 어디 하나 흠 잡을 곳 없는 명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김강우. 완벽한 그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흥행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가장 답답한 건 본인 자신이겠지만 그의 연기 열정을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더욱 안타깝다.

“한방 있는 배우라면 좋죠. 지난날에는 연기에 재미를 못 느꼈어요. 누구나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하는 것처럼 저 또한 현장에 나가서 연기를 하는 게 하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는 하나하나 평가받는 직업이잖아요. 대중들의 평가와 기준에 따가라면 너무 힘들어요. 40대 중반에 끝낼 것도 아니니까 시간이 더 흐른 뒤에 평가받고 싶어요. 긴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3월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강우는 영화 속 진한이와 다른 모습이었다. 스크린 속 주눅들어있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꾸밈없는 솔직함이 그의 눈빛을 더욱 순수하게 만들었다. 급하게 인터뷰 장에 왔던 한 취재진에게 티슈와 시원한 물을 건네며 “천천히 하시죠”라 건네는 그의 따뜻한 여유와 배려 속에 김강우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7일 개봉한 영화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 속 김강우는 완전범죄를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죽인 아내의 시체가 사라지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 남편 박진한을 맡았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하룻밤의 일을 파헤칠수록 그는 ‘국민 죽일놈’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이는 김강우의 섬세하면서도 철저한 분석 때문이다.

“작은 호흡과 떨림들. 진한이를 연기하면서 중점 뒀던 부분은 이런 작은 반응이었어요. 너무 작으면 보이지도 않아요. 감정수위조절이죠. 아내와 같이 있을 때 진한이는 항상 머뭇거리고 주눅 들어 있어요. 그러다 ‘당신은 내일이 우습지’라고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해요. 시나리오에 없었는데 감독님께 제안한 대사였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듯이 굉장히 솔직한 심정이었을 거예요.”


김강우는 박진한을 ‘나쁜 놈’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작품제안을 받고 망설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김강우는 박진한을 선택했다.

“사실 인물에 끌린 건 아니었어요. ‘데릴남편 오작두’ 같은 경우는 캐릭터에 끌렸는데, 이 작품은 오로지 작품에 끌렸어요. 이창희 감독님의 단편영화를 보고 확신이 들었죠. 한정적인 공간에서 재미와 서스펜스를 다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진한이를 보며 조금이라도 연민을 느껴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요.”

더불어 김강우는 ‘공감’에 있어서 “배우들은 끊임없이 가정을 한다”며, “내가 박진한이라면 제 아내를 떠올릴 수도 있어요. 근데 나에서 시작하면 배역에서 벗어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힘들어지죠. 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천성들을 최대한 빼고 시작해야 해요”라 설명했다. 


이번 영화에서 김상경은 극중 진한이를 의심하는 형사를 맡아 김강우와 팽팽한 대립을 펼친다. ‘가면’(2007), ‘사이코메트리’(2013) 등 형사역할도 경험했었던 김강우가 본 김상경의 형사 연기는 어땠을까.

“형사 역할은 남자 배우의 숙명이에요. 안하는 분들은 안하고 하는 분은 하더라고요. 상경이 형은 그간 형사역할을 많이 해왔으니까 이번엔 안하실줄 알았어요. 부담이 됐을 테니까. 형은 형만의 인간미가 있어요. 다른 사람이 낼 수 없는 상경이 형만의 인간미가 분명 있어요.” 


뮤즈였던 김희애와의 부부연기호흡에 대해 김강우는 “설희라는 인물은 임팩트가 세고 아우라가 있는 분이 맡아야 확 사는 캐릭터예요. 그 인물을 김희애 선배님이 하신다고 했을 때 정말 좋았죠. 개인적으로 재밌게 나올 거라 생각했어요”라며 만족스러웠다고.

이어 김강우는 “김희애 선배님의 평소 모습은 정말 소녀 같으세요. 과거 선배님의 모습이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이 여성스러워요. 그 모습을 유지한다는 건 선배님의 꾸준한 자기관리죠. 남성 여성을 떠나서 선배님은 저의 뮤즈예요. 제가 추구하고 싶은 길이죠. 저 역시 흰머리가 슬슬 나기 시작하지만 날렵함과 섹시함을 간직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풀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죠”라고 바람을 전했다.

‘식스 센스’(1999) 못지않은 반전으로 유명한 영화 ‘더 바디’(2014)를 리메이크한 ‘사라진 밤’. 이번 영화로 역대급 연기라는 평을 받고 있는 김강우는 “‘더 바디’ 속 진한이 캐릭터는 연민이 느껴지지 않아요. 감정들이 무심하죠. 우리 영화가 더 친절하고 감정적으로 이해도 잘 돼요.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원작과 다른 색을 가진 작품이에요. ‘사라진 밤’을 보고 ‘더 바디’를 보면 다른 재미를 느끼실 거예요”라 자신감을 비췄다.

한편, 영화 ‘사라진 밤’은 3월7일 개봉해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사진제공: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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