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대차 고성능을 남양(N)에서 만나다

입력 2018-05-08 10:48   수정 2018-05-08 13:49


 -고성능 'N' 두 번째 라인업...한국 땅 밟은 최초의 'N'
 -남양 연구소 개발 설비와 신차 동시 공개
 
 현대차가 고성능 N 브랜드의 두 번째 신차 벨로스터 N을 오는 6월 출시한다. 앞서 선보였던 i30N이 유럽과 북미에서만 판매되는 것과 달리 벨로스터 N은 국내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판매에 돌입한다. 벨로스터 N의 올해 목표 생산 대수는 3,000여대, 이 중 200여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량을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다. 

 내수 목표는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벨로스터 N의 의미는 적지 않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N'인 만큼 신차 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차가 지난 3일 R&D의 중심인 남양연구소에서 미디어 시승 행사를 열고 고성능차 개발 시설을 공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는 그 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현대차 고성능 개발의 실체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현대차 고성능 개발팀은 N브랜드를 비롯해 고성능차 개발과 모터스포츠 사업을 전담하는 부서다. 회사 곳곳에 흩어져있던 고성능차 부문과 모터스포츠 사업을 한 곳으로 모았다. 벤츠의 AMG, BMW의 M처럼 고성능차 개발을 담당하며 일반 양산차까지 기술력을 공유하고, 브랜드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모터스포츠 사업에도 적극 참여한다.

 현대차는 지난 3월 고성능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토마스 쉬미에라 전 BMW M 북남미 사업총괄 임원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쉬미에라 부사장은 2014년 고성능차 개발을 위해 합류한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30여년 동안 BMW에서 근무하며 비어만 사장과 오랜 우정을 쌓았다"며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남양연구소 테스트 서킷서 짧은 주행 체험
 -코너링, 배기음, 레브 매칭 등 인상적

 쉬미에라 부사장은 벨로스터 N의 특징으로 코너링 역동, 일상 속 스포츠카, 레이스 트랙 주행 능력 등을 꼽았다. 뉘르부르크링에서 다듬은 코너링 실력이 운전자 심장을 뛰게 할 것이라며, N의 가치는 엔진 회전수(RPM)이 아니라 운전자 심장박동수(BPM)으로 측정될 것이란 설명도 내놨다.

 벨로스터 N은 3도어 해치백이라는 독특한 현대차의 아이코닉카 벨로스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고성능 차다. 고성능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 275마력, 최대 36.0㎏·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고성능 핫해치의 대명사로 불리는 골프 GTI 등보다 제원표상 성능은 우위를 점한다. 구동방식은 앞바퀴 굴림으로 전용 수동 6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여기에 각 주행모드 간 반응성 차이를 극대화한 전자제어식 서스펜션(ECS), 전문 드라이버의 '힐앤토' 기술이 없어도 다운시프트 등 급격한 변속 상황에서 동기화를 통해 변속 반응성을 극대화한 레브 매칭 기술. 정지 상태에서 최상의 가속 성능을 발휘하는 런치 컨트롤, 미쉐린과 피렐리 고성능 타이어 등을 기본 탑재했다. 국산차에선 보기 드물게 달리기 실력 자체에 초점을 맞춘 상품 구성이다.

 고성능사업부 임직원들의 제품 설명 발표 이후 차에 올랐다. 인스트럭터가 운전대를 잡고 동승하는 택시드라이빙이었다. 주행은 연구소 내 위치한 고속핸들링시험로 서킷에서 진행됐다. 14개의 가파른 코너와 최대 6~7m에 달하는 고저차가 공존하는 고난도 코스다. 직접 운전해보지 못했던 만큼 코너에서 차의 움직임을 느끼는 데 집중했다.

 숙련된 인스트럭터는 시험주행로의 급격한 회전구간을 거침없이 공략해나갔다. 조수석에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여느 때보다 주행 강도가 높았다. 전륜구동의 특성 상 차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코너에서 언더스티어링(운전자가 의도했던 것보다 차가 적게 회전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충분히 감속하지 못한 상태에서 코너에 진입하게 되면 차가 코스를 이탈하며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벨로스터 N은 과격하면서도 정확하게 코스를 파고들며 '코너링의 악동'이라는 애칭(?)을 회사가 왜 내세웠는지 보여줬다.

 아무리 운전자 기술이 뛰어나도 차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코너링 공략이 다소 공격적인데 차의 거동은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인스트럭터에게 물었다. 앞축에 장착한 전자식 디퍼렌셜 덕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N 코너 카빙 디퍼렌셜(E-LSD)'이란 이름의 장치는 현대차가 'N'을 통해 국내 브랜드 최초로 선보이는 기술이다.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주행 상황에 따라 배분해 토크와 접지력을 최적으로 배분한다. 축 사이에 물린 모터가 전자 신호에 따라 정확히 작동한다. 기존 기계식 디퍼렌셜보다 반응속도가 빠르고, 운전자가 의도했을 때만 구동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서킷 체험 후 다목적핸들링 시험로로 이동, 잠시 동안 운전대를 잡아볼 수 있었다. 슬라럼 구간과 레인 체인지, 급제동 등으로 구성한 짧은 코스를 공략했다. 급격한 스티어링 휠 조작에도 정확히 움직이고, 가속 페달의 반응성이 상당히 예민했다. 코스 마지막에선 후배기음을 잠시 느껴볼 수 있었다. N 주행 모드에서 다운시프트(고 RPM을 유지하기 위해 변속기 단수를 임의로 낮추는 것) 후 재가속을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니 차 위에서 '퍼퍼퍽' 하는 후배기음이 강하게 들려왔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사용하기엔 곤란하지만 양산차에서 이런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웠다.

 -고성능차 개발 시설 중 일부 언론 최초 공개
 -축구장만한 연구동에 최신 개발장치 가득

 시험 주행 체험 후 남양 연구소 내 고성능차 시험동 중 R&H동을 잠시 둘러볼 수 있었다, 2014년도에 완공된 곳으로 축구장 1개동 너비에 14개의 시험기를 운영하는 곳이다. 실제 도로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을 시험 장치와 가상현실 프로그램으로 재현, 제약 없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보안 문제로 사진촬영 등은 할 수 없었지만 각 설비를 들여다보고, 연구원들의 자세한 설명도 들어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실제 차뿐만 아니라 모듈이나 부품만 가지고도 주행 시험이 가능했단 점이다. 실제 주행 시험에선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부품 단위의 움직임까지 원하는 조건 하에 정확히 계측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날 측정기에도 완성차가 아니라 앞뒤 차축과 서스펜션, 휠 등 모듈 일부만 올려져 있었다.

 노면과 스티어링 조작 등 주행 상황에 따른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시험하는 K&C 시험동에선 이런 특성을 잘 확인할 수 있었다. 주행 중 서스펜션 관련 부품들의 기구학적(Kinematics) 운동과 코너링 시 타이어와 휠에 가해지는 힘에 의한 변형(Compliance) 등을 정교한 실험 장치를 통해 재현하고 확인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초당 상하 1.5m의 속도의 움직임을 0.1㎜ 단위로 제어하고, 최대 50㎐의 진동까지 재현할 수 있는 다이내믹 K&C 시험장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최초로 도입한 설비라고 연구소 관계자는 강조했다. 

 -고성능차, 당장 판매보다 양산차 기술력 선도해

 고성능 해치백 i30 N은 현재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만 판매된다. 국산차 브랜드 제품이지만 한국에선 정상적인 경로로 구매할 수 없다. 이를 두고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하는 제품정책'이라고 지적하는 의견이 있다. 다른 한 편에선 '굳이 많이 팔리지도 않을 차를 내수 시장에 투입할 필요가 있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벨로스터 N은 많이 판매될 차는 아니다. 수동변속기만 선택 가능한 최고 275마력의 고성능 해치백은 확실히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벨로스터 N을 위시한 'N 브랜드' 알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제 한국 소비자들도 운전의 즐거움에 집중한 차를 즐길 준비가 됐다는 사실을 현대차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변화로 느껴졌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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