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름여름해’ 여자친구, 누군가의 꿈이 되다

입력 2018-07-23 08:00  


[김영재 기자] 7월17일 서울시 성동구 한 카페에서 여자친구를 만났다.

“둘, 셋! 안녕하세요. 여자친구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은하, 유주, 소원, 엄지, 예린, 신비가 그들 고유 인사말을 힘차게 외쳤다. 어떤 여자친구 아닌 그저 여자친구. 소원이 여자친구를 어떤 팀으로 규정하고 싶지 않다고 한 그 인사말이었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연관 태그는 늘 ‘#소녀’다. 7월19일 발표한 서머 미니 앨범 ‘써니 서머(Sunny Summer)’ 타이틀곡 ‘여름여름해(Sunny Summer)’ 소개를 보자. <‘여름여름해’는 소녀들이 느끼는 여름밤의 설렘을 담은 시원한 팝 댄스곡이다.> “탕탕탕~” 마음을 겨눈 ‘핑거팁(FINGERTIP)’ 인터뷰에서 소원은 팀 막내들(엄지, 신비) 모두 성인이 됐다고 했다. 성인임에도 소녀들의 서머 룩을 입고 소녀들의 여름밤을 이야기하는 여자친구다.

정사각형을 그린다면 여자친구가 12시 변(邊)에, 기자는 6시 변에 앉은 상황. 엄지는 “초6”, “중1”, “고3”, “사회”를 차례로 언급했다. 한 개인이 자라며 처음과 끝을 오가는 것처럼 “인생친구” 여자친구 역시 성장 속에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점진적 성장이다. 소원은 8년 만에 앞머리를 내렸고, 은하는 생애 첫 탈색을 감행했다. 안무는 “한 번 보고도 따라”할 수 있도록 쉬워졌고, 가사는 직유에서 직설로 변화했다.

-컴백 소감이 궁금합니다.

유주: “미니 앨범 앞에 ‘서머’란 단어가 붙었어요.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도 아주 여름 분위기로 가득 채웠습니다. 여름에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해요.”

엄지: “‘오늘부터 우리는’ ‘너 그리고 나(NAVILLERA)’를 사랑해주신 것처럼 이번 여름도 밝은 에너지가 담긴 ‘여름여름해’와 같이 시원하게 보내셨으면 해요.”

여자친구의 여름 컴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유리구슬(Glass Bead)’로 데뷔한 그들은 그해 여름 ‘오늘부터 우리는(Me gustas tu)’을 발표해 각종 신인상을 안았고, 2016년에는 ‘너 그리고 나’로 다수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8월에는 ‘귀를 기울이면(LOVE WHISPER)’로 ‘핑거팁’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은하는 “항상 여름마다 컴백을 해왔다. 이번에도 좋은 노래로 컴백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설렌다”고 했다.

은하가 말한 좋은 노래는 ‘여름여름해’다. 그간 여름에 강세를 보인 프로듀싱 팀 이단옆차기가 작사, 작곡, 편곡을 맡았다. 의외로 여자친구와 이단옆차기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원은 “조합이 잘 나왔다. 이단옆차기 작곡가님들의 여름과 여자친구가 갖고 있는 여름의 조합이 잘 나온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계절 ‘여름’이 타이틀곡에만 담긴 것은 아니다. 해변의 여자친구를 상상케 하는 ‘여름여름해’를 비롯, 휴가를 떠나는 부푼 마음을 담아낸 ‘베케이션(Vacation)’, 막 20대가 된 소녀들의 상큼 첫사랑을 느낄 수 있는 ‘스위티(Sweety)’, 여름밤의 설레는 감정을 표현한 댄스곡 ‘바람 바람 바람(Windy Windy)’ 등 총 5곡이 앨범 수식어 ‘서머’를 가능케 한다. 유주는 이번 앨범에서 밀고 있는 수식어로 “파워청량”과 “여름친구”를 꼽았다.

“여름을 겨냥한, 스페셜한 여름 느낌이 나는 곡들로 가득 차 있는데요. 특히 저는 ‘베케이션’이란 노래를 좋아해요. 그 노래를 들으면 춤을 추고 싶어지거든요. 실제로도 춤추면서 녹음했어요. 신나는 노래 ‘베케이션’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은하)

7월은 예술 성수기다. 음악, 영화 등이 가장 바삐 소비되는 1년 중 한때다. 그룹 세븐틴(Seventeen), 걸그룹 마마무(MAMAMOO), 가수 청하, 효린, 승리, 혼성 듀오 트리플 H(Triple H) 등이 컴백했거나 컴백 예정이다.

“저희만의 장점이요? ‘여름여름해’가 대놓고 여름을 겨냥한 노래잖아요. ‘여름!’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곡이 ‘여름여름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앨범 자체 역시 여름을 겨냥했어요. 많은 분들께 무더위 속 선물 같은 앨범으로 다가갔으면 해요.”(엄지)

-Mnet ‘프로듀스 48’ 연습생들이 ‘귀를 기울이면’ 노래를 불렀어요.

신비: “굉장히 감사한 일이죠. 뿌듯하고 감사해요. 저희도 연습생 때 항상 선배 가수님들의 곡을 커버하곤 했어요. 어떤 마음으로 부르셨을지 알 거 같아요. 저희 노래를 커버해주시는 걸 보면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생겨요.”

예린: “가수 처음 시작할 때의 포부가 누군가의 꿈이 되는 거였어요. 저희 노래가 불린다는 건 결국 여자친구가 누군가의 꿈이 된 거잖아요. 볼 때마다 어, 먹먹하게 행복하더라고요. 옛날 시절도 떠오르고요. 행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유주: “저희 노래를 들으시거나 흥얼거리시는 분을 보면 아직도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어요. 그것만 봐도 짜릿한데, 저희 무대를 커버하신다는 소식을 들으면 신기하고 감사해요. 다르게 해석 가능한 것이 신기하고, 그분들의 무대를 보면서 배우는 것에 감사하죠. 항상 좋은 자극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게 돼요.”


“아닙니다. 갈 길이 멉니다.”

소원의 한마디에 전에 없던 웃음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소속사 쏘스뮤직 규모가 ‘유리구슬’ 때보다 커졌다는 말에 리더는 “회사에 저희밖에 없다. 모든 직원 분께서 저희만을 위해 애써주신다. 어디에 비할 수 없다”고 중소 기획사의 장점을 알렸다.

‘3대 기획사’ 출신 아이돌이 데뷔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1위를 거머쥐는 데 반해 타 기획사 아이돌은 출중한 실력과 좋은 노래에도 불구, 무관심 속에 해체하는 경우가 잦다. 현(現) 가요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소속사 선배 가수 팬덤을 기대할 수 없는 악재에 굴하지 않고 ‘오늘부터 우리는’으로 인기 걸그룹이 됐다. 소위 ‘꽈당 사건’이 도화선이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기회가 와도 못 잡는 이가 수두룩하다.

“데뷔 전부터 환경은 크게 생각 안 했어요. 열정만 믿고 왔어요. 연습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큰 연습실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희 모두 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어요. 거기에 회사 분들 노력이 같이 더해져서 이루어진 결과가 지금이라고 생각해요.”(유주)

환경보다 열정을 믿는 여자친구의 다음 도전은 일본 가요계다. 5월23일 일본 데뷔 베스트 앨범을 발표한 여섯은 약 1500여 명의 팬이 운집한 야외 공연장서 ‘떼창’을 이끌어냈다. 특히 엄지는 하이틴 패션지 ‘팝틴’ 전속 모델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유리구슬’ 때 느낌으로 일본에 데뷔했어요. 한국에선 4년 차 아이돌이지만 일본에선 아직 낯선 아이돌입니다. 때문에 새로 데뷔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했죠. 트렌드 검색어 순위에 저희 ‘2배속 댄스’가 올라왔다고 들었어요. 너무 감사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소원)


“뭘 하든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멤버들이 섹시한 거 하려고 하면 못하게 해요. 억지스러워서. 앞으로 뭐가 됐든 그때에 맞는 자연스러운 걸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소원은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갓 성인이 된 엄지와 신비가 아직 ‘#소녀’에 가까운 것은 리더가 언급한 자연스러움이 이유이리라.

엄지는 “우리 모습에 맞는 옷과, 나이대에 맞는 노래와 콘셉트로 많은 분들께 다가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사랑해주셨다”라고 했다. ‘맏내(맏언니와 막내의 합성어)’도 막내도 입 모아 이야기하는 자연스러움이 여자친구의 성공 비결이라면 몇 년 후 지금보다 성숙한 여자친구의 성공 비결은 청순의 반대가 될까. ‘파워청순’은 ‘여린터프’ 혹은 ‘여린섹시’가 될까. 모를 일이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대중에게 추측은 금세 휴지 조각이 되곤 한다. 때론 비이성적인 그들의 마음을 여는 건 감성뿐이다. 그리고 음악은 감성의 첨병이다.

‘오늘부터 우리는’ ‘너 그리고 나’ ‘귀를 기울이면’을 잇는 네 번째 “여름친구”다. 더불어 수년간 여름을 머금은 여자친구는 아직 소녀가 어울리는 인생의 여름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 은하, 유주, 소원, 엄지, 예린, 신비 여섯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 때 과연 어떤 자연스러움을 감성에 녹여낼까. 점진적 성장이 두껍게 포개질 그날이 궁금하다. 

한편 여자친구는 19일 오후 6시 타이틀곡 ‘여름여름해(Sunny Summer)’가 포함된 서머 미니 앨범 ‘써니 서머(Sunny Summer)’를 공개했다.(사진제공: 쏘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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