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없는리뷰] ‘상류사회’, 흥행을 욕망한 미완의 화제작

입력 2018-09-08 08:00  


[김영재 기자] 8월29일 ‘상류사회’가 개봉했다.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2.6/5)

상(上)과 하(下)가 있어요. ‘상’의 뜻에 ‘첫째’ ‘임금’ ‘높다’ 등이 있고, ‘하’의 뜻에 ‘아랫사람’ ‘천한 사람’ ‘열등’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개 인간은 전자를 선택합니다.

영화 ‘상류사회(감독 변혁)’는 그 상류(上流)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그간 여러 영화가 상류 사회를 다뤄왔습니다. 상류 속 그들은 대개 무례하고,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공감이 결여된 이로 표현됐죠. 그리고 대기업 사주 등의 ‘갑질’ 덕에 비현실은 현실이 됐습니다.

주인공은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사는 수연(수애)-태준(박해일) 부부입니다. 수연의 아침은 양재천을 달리는 걸로 시작돼요. 수십 억 원을 호가하는 집은 아직 그들의 것이 아닙니다. “전세를 살아도 강남에 살아야 한다고 꾸역꾸역 들어”간 두 사람이죠.

남편 태준은 경제학 교수입니다. 아내 수연은 미래미술관 부관장이고요. 우연한 기회에 태준은 보수 야당 정 대표(남문철)로부터 지역구 출마를 제안 받습니다. 정치인이 표만 생각하는 탓에 “합리적인 해결책을 못 찾는 거” 아니냐고 지적하던 그의 정치 데뷔는 모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죠. 헤어 스타일이나 어투가 기시감을 일으켜요. 수연 역시 걸음을 재촉합니다. 미래그룹 한 회장(윤제문)에게 사업 “파트너”를 제안하는 수연입니다.

순탄한 도약은 아니에요. 정치란 나만 깨끗하면 되는 게 아니니까요. 또한, 미술은 재계 돈세탁에 안성맞춤인 분야입니다. 스캔들까지 더해지면서 부부는 후퇴의 위기를 맞습니다. 난관을 타계할 수는 단 하나죠. 진실과 참회. 부부는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유연한 사고의 영화입니다. ‘상류사회’의 시작엔 작가 정비석이 쓴 ‘자유부인’이 있거든요. 감독은 한 여자의 이야기에서 상류를 지향하는 어느 젊은 부부의 이야기로 틀을 확장시켰어요. 유연한 확장이죠. 욕망의 민낯을 보고 싶었다는 게 그의 변(辯)입니다.
 
흥미로운 건 그의 욕망입니다. 그간 대학교서 학생을 가르치며 공연 연출자로 활약한 변혁 감독은, 극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라며 비굴하게 버틴 게 없지 않아 있다고 과거를 술회했어요. 이어 욕망으로 작품의 흥행을 언급했죠. 이제는 자본에 대한 도덕성을 지키고 싶다고 소원한 변혁 감독을 보면 결국 ‘욕망’은 물질과 뗄 수 없음이 떠오릅니다. 잘못됐음을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상업 감독이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욕망이죠.

하지만 그 욕망은 장애물을 만납니다. 작가주의와 상업주의의 경계서 ‘상류사회’를 만든 감독의 전작은 영화 ‘주홍글씨’(2004)와 ‘오감도’(2009)입니다. 그는 소위 ‘올드 보이’예요. 보통 연출계를 오래 떠나 있던 감독의 복귀작은 어딘가 고루한 면이 있죠.

수연과 태준의 시선으로 상류 사회를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때문에 상류 사회의 비중은 절대적이지 않아요. 그럼에도 대기업 회장 등은 앞서 말한 ‘갑질’로 숨을 쉽니다. 재미가 없죠. 이 사람들이 숨을 쉬는 이유는 주인공에게 시련을 주는 것뿐입니다.

더군다나 섹스에 중독된 상류층, 이거 너무 뻔한 설정 아닌가요. “이 녀석 정액 1cc가 얼만 줄 알아? 다이아몬드 1캐럿 하고 같은 값이야. 사람이고 말이고 씨가 좋아야 돼 씨가”, “저 놈 몸속에 있는 피 한 방울 못 이겨” 등의 대사는 하품이 나오게 합니다.

‘돈이 많다’는 ‘탐욕이 크다’로 바꿀 수 있지만, ‘탐욕이 크다’와 안하무인 자세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관객은 알 수 없습니다. 극중 박 변호사(김승훈)는 “저희랑 다른 사람들”이라고 상류층을 표현하죠. 비상류층은 선하고 상류층은 악하다면, 세상 모든 건 선과 악 이분법적 사고로 구분돼야 합니다. 하지만 아니잖아요. 회색 지대도 있는 게 세상입니다. 돈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제”나 “겁”을 운운하거나, 인간의 상승 욕구를 “자기 자리에 만족하는 사람이 없어” 하며 평가 절하하는 그들은 재미없는 악역입니다.


사실 재밌는 부분이 있긴 해요. 배우 윤제문이 악인 한 회장을 연기한다는 점이죠. 지난해 한 영화 제작보고회서 그는 “그동안 많이 생각하고 깊이 반성했다.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그의 세 번째 음주 운전을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배우는 그때의 사과가 무색하게 약 한 달 후 일명 ‘숙취 인터뷰’를 벌였습니다. 대중과 언론의 뭇매를 맞았죠.

‘숙취 인터뷰’가 초점은 아니에요. 하지만 세 번의 음주 운전과 한 번의 안하무인이 드러난 그에게 충무로는 참 관대합니다. ‘상류사회’로 그는 또 한 번 얼렁뚱땅 복귀를 달성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윤제문에게 한 회장은 꽤 어울리는 배역이 아닐 수 없어요.

‘상류사회’를 살리는 건 배우의 힘이 큽니다. 기품 있어 보이는 외면과 다르게 시크하고 매니시한 매력이 있는 수애와, 수애가 수연 역으로 벼랑을 향해 질주할 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박해일이 ‘상류사회’의 힘이에요. 두 배우의 합이 입가를 씰룩거리게 합니다.

극중 부부는 다수 부딪히지만, 외부인과 단절된 두 사람만의 대화 신만 따지자면 그들은 총 여덟 번의 대화를 나누죠. 전부가 재밌는 건 아니에요. 예고편에도 나온 “나는 자기가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때를 만드는 사람이길 바라”, “야 너 힐러리 같다” 등의 대사는 재밌으면서 동시에 작위적이죠. 공식에 대입해서 나온 딱딱한 답 같아요.

그렇지만 그 사이엔 보물 같은 합이 숨어 있습니다. 욕을 하는 수애는 신기한 광경입니다. 그런데 그게 어울려요. 배우의 매니시한 면 때문이죠. 태준을 연기하는 박해일은 등장인물의 까칠한 면을 부드럽게 사포질하는데, 덕분에 둘은 어울리는 한 쌍으로 거듭납니다. 수애에 의하면 원래 두 부부는 불꽃 튀는 부부였답니다. 하지만 두 배우가 만나면서 티격태격이 됐다는 후문이죠. 배우들은 제 몫을 했어요. 윤제문도, 수애도, 박해일도.

회장(會場)에 들어온 수연이 지호(이진욱)에게 말합니다. “화제작의 조건은 다 갖췄네? 작품이 일단 커야 되고 비싸야 되지 그리고 이해할 수 (없어야 된다.)”

‘상류사회’ 역시 화제작의 조건은 다 갖췄습니다. ‘주홍글씨’ 감독의 신작, 박해일과 수애의 부부 호흡, 간접 체험하는 상류 사회 등. 하지만 배우의 연기를 특히 칭찬한다는 건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제대로 엮이지 못한 탓입니다.

겉만 보면 ‘상류사회’는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를 위해 상류 사회를 사용한 영화예요. 그러나 속을 보면 ‘상류 사회’는 욕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상류 사회도 한번 제대로 다뤄보고 싶어서 균형을 잃은 영화입니다. 더불어 대중성과 작가주의에서 길을 헤맨 영화입니다. 작품의 누적관객수는 61만 2198명(9월5일 기준)에 불과해요. 가질 수 없기에 욕망할 수밖에 없는 흥행을 ‘상류사회’는 욕망했습니다.(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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