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s pick] ‘열두밤’ 홍진기, 유니콘도 될 수 있는 신뢰의 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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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1-05 17:00  

[bnt's pick] ‘열두밤’ 홍진기, 유니콘도 될 수 있는 신뢰의 빈병


[김영재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김정우] “평범함은 제 강점이에요”

별의별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수입이 없는 무명 배우가 거쳐야 할 일종의 통과 의례였으리라. 낮에는 식당에서, 밤에는 카페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무심결에 거울을 봤다. 그곳엔 입에 풀칠하는 게 꿈보다 중요한 한 인간이 서있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란 생각에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만 두겠다고 그날 바로 말씀드렸어요.”

배우 홍진기는 요즘 행복하다. 그가 행복을 느끼는 구석은 연기만 바라볼 수 있는 현재다. “아르바이트 안 하고 연기만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하는 그다. 연기가 충분한 수입을 안겨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젠 아르바이트 일정 대신 연기 스케줄만이 그를 움직인다. 오직 연기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그가 배우로서 세운 첫 목표였다.

작은 목표 하나를 이제 갓 이룬 홍진기는 최근 채널A ‘열두밤’에서 주인공 차현오(신현수)의 아역으로 그의 얼굴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작품서 그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회상 신에만 등장하는 탓이다. 홍진기와의 접점은 만남보다 조우에 가깝다.

“잠깐 회상할 때 나오는 기억 속의 어린 모습이라 대사가 없어요. 외적 이미지에 강렬한 개성을 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짧게 깎았어요.”

어린 차현오를 만나는 건 숨은 그림 찾기다. 하지만 까까머리 차현오가 등장할 때마다 시청자는 인물 전사(前史)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무용수를 꿈꾸는, 현오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어요. 때문에 춤추는 동안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난 지금 행복하다’는 생각을 되뇌며 연기했어요.” 춤은 유명 무용가 이선태에게 사사(師事)했다. 그렇지만 이번이 처음 추는 춤은 아니다. 대학교 입시 때 연기, 노래 등을 배운 그는 그때 배운 현대 무용이 이번 ‘열두밤’ 출연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배시시 웃었다.


웃는 모습만 보면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그는, 사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한 성인이다. 그렇지만 그는 KBS2 ‘추리의 여왕’에서도 아역을 공연했던 바 있다. 어린 외모 때문에 보통 고등학생 혹은 대학생 역할을 많이 맡고 있다고 소개한 홍진기는 “어려 보이는 이미지가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나도 좀 멋있는 역할 해보고 싶은데’란 생각도 했죠. 하지만 고등학생 역은 지금만 할 수 있는 역할이잖아요. 일단 현재에 충실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MBC ‘파수꾼’ 공경수 친구 역, SBS ‘사임당 빛의 일기’ 이조좌랑 역, KBS2 ‘그 여자의 바다’ 윤민재 역 등이 그의 연기 발자국이다. 차기작은 영화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신작 ‘롱리브더킹’. 그는 “참 좋은 역할이라는 말씀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며, “경쟁률 500:1을 뚫고 캐스팅 됐다. 너무 뿌듯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알바생 역을 맡았어요. 김래원 선배님과 같이 호흡하는 신도 나오니까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배우 홍진기의 시작은 다른 이와 다르다. TV나 스크린 속 누구를 보고 연기를 시작하는 게 보통의 배우다. 반면 홍진기는 공부가 재밌냐는 아버지의 물음이 그를 배우로 만들었다. 중풍 후 반신불수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랐다. 홍진기만의 길을 걷길 원한 것.

“어느 날 아버지께서 공부하는 게 재밌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시험 기간이니까 공부한다고 말씀드렸죠. 제가 다니는 학원을 다음날 다 그만두게 하시더라고요. 제 손을 잡고 절 연기 학원으로 데려가셨고, 거기서 연기에 묘한 매력을 느꼈어요.”

그가 생각하는 배우의 매력은 “정답이 없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 1 더하기 1의 결과가 3, 4, 5가 돼도 대중이 정답이라고 하는 것이 연기라고 홍진기는 설명했다. 하지만 예술의 모호함은 곧 성취의 모호함. ‘열두밤’에서 사진 전공자 한유경(한승연)은 “꾸역꾸역 버티는 기분이고 잘한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한다.

“오디션에 떨어져도 떨어진 이유를 모를 때 참 답답했어요.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고민했죠.”

사춘기 해소는 또 다른 오디션에서 비롯됐다. “1차와 2차 모두 똑같은 연기를 선보였던 적이 있어요. 주최 측 요구였죠. 그런데 2차 때는 결과가 안 좋은 거예요.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그의 결론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것. “남의 기준에 안 흔들리도록 노력 중이에요. 제 연기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면 눈여겨봐주시는 분이 언젠가 꼭 생길 거란 확신이 있어요. 요즘은 망설임 없이 저 홍진기로서 연기 중이에요.”

마냥 자신감만 믿고 연기 중인 건 아니다. 승마, 스쿠버 다이빙, 수화 등은 미래의 배역을 위해 연마한 그의 특기다. “어떤 역할을 언제 제안 받을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시간 날 때마다 연기에 사용 가능한 특기를 공부 중이에요.”

선배 배우의 연기는 신인 홍진기가 늘 가까이 두고 보는 필수 교과서다. 얼마 전 영화 ‘암수살인’을 관람한 그는 소속사에 부탁해 작품 시나리오를 손에 넣었다. 주지훈이 시나리오 어느 곳에 그만의 연기를 덧댔는지 궁금했기 때문. “요새는 연기를 다큐멘터리처럼 하시더라고요. 선배님들 연기를 보며 언제나 많이 배우고 있어요.”


홍진기는 그의 평범함을 공병(空甁)에 비유했다. 음료가 담길 때마다 이름이 바뀌는 빈병의 넓은 스펙트럼이 그의 포용성과 닮았다고 했다.

“평범한 이미지는 제 강점이에요. 빈병에 포도 주스를 담으면 ‘포도 주스 병’이 되는 것처럼 평범하기에 오히려 배역에 더 잘 녹아들 수 있죠.”

다음 목표는 세상이 홍진기를 알아주는 것이다. 그는 “출연 제의를 받는 건 사실 신뢰를 받아야 가능한 일”이라며, “큰 목표를 따라가기보단 내 앞에 작은 목표를 하나하나 이뤄가는 편이다. 지금부터 그 신뢰를 조금씩 쌓아가려고 한다”고 했다.

같은 회사 선배 지창욱을 두고 홍진기는 “유니콘”을 언급했다. 언젠가 홍진기란 빈병에 유니콘 못지않은 개성이 담기는 날이 올까. 만약 온다면 생애 첫 인터뷰를 경험한 지금 이 기사는, 신뢰를 충분히 쌓은 미래 홍진기에게 어떤 감회를 안길까.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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