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델 이상정, 세계를 한 바퀴 돌고 온 ‘스포츠 특화 모델’

입력 2018-11-24 13:00  


[김강유 기자/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한국인 최초 나이키 전속모델’ 쉽지 않은 타이틀을 거머쥔 모델 이상정.

보통 대형 스포츠 브랜드들은 톱 레벨의 스포츠 선수들을 전속모델로 채용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대표되는 나이키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스포츠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당당하게 나이키 전속모델로 활동 중인 한국의 모델이 있다.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전무하지만 캐나다 밴쿠버,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글로벌한 활동을 이어온 모델 이상정이 그 주인공이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난 그는 훤칠한 키와 스포티한 올블랙 코디에 날카로운 눈매로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자 다소 차가워 보였던 첫인상이 사라지고 순박한 미소가 그의 표정을 채워냈다. 미리 해외 활동 이력을 알고 있지 않았다면, 그의 느낌은 오히려 시골에서 상경해 세상을 배우기 시작한 청년의 이미지였다.

5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듯한 모델 활동 기간에, 많지도 적지도 않은 27살의 나이.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이지만, 그의 5년은 평범함과 거리가 멀었다. 홀로 고군분투하며 쌓아온 그 시간은 이제 그를 ‘모델 이상정’으로 완성시켜가고 있다. 


Q.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에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DK엔터테인먼트 소속 모델 이상정입니다. 해외에서는 카일(Kyle Lee)로 활동하다가 요즘에는 생 리(Sang Lee)라고 많이 불러요. 1992년생 27살입니다.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스포츠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고, 하이패션 분야는 거리가 있는 편이에요. 나이키, 룰루레몬, 필립플레인 등에서 캠페인 촬영을 했습니다.

Q. 모델 활동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모델을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됐어요. 패션쇼 데뷔는 2013년에 밴쿠버 패션위크에서 했어요.

Q. 원래부터 모델이 꿈이셨나요?
네.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랑 ‘우리 꼭 모델하자’고 했었어요.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단순히 모델에 관련된 것들만 찾아보고 하다가 18살에 캐나다로 이민을 갔어요.

Q. 낯선 곳에서의 모델 데뷔, 과정이 궁금해요.
캐나다에서 대학 입학을 했는데, 학교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옆을 보니까 모델 에이전시가 있었어요. 바로 내려서 에이전시 사무실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모델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니까 프로필 사진을 앞면, 옆면, 측면 찍어서 보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전공이 컴퓨터사이언스였는데 마침 가방에 컴퓨터가 있었죠. 캠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찍어서 보내고, 그때부터 그곳에서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캐나다 에이전시에 들어간 건 2012년이었고, 2015년에는 뉴욕으로 갔어요. 뉴욕에서도 바로 회사를 구하고 모델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열 몇 군데를 다 떨어진 거예요. 절망하고 캐나다에 돌아갔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서울패션위크에 올라갔어요. 그렇게 한국에서 패션쇼 하다가 다시 한 번 갔는데 똑같은 상황이 또 벌어져서 다시 돌아왔죠. 계속 떨어지니까 너무 짜증이 나더라고요. 한 번만 더 가보자해서 갔는데 그때 뉴욕 회사랑 계약을 하게 됐어요. 1년 반 정도 걸렸죠.

Q. 그토록 꿈꿨던 모델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 같은 경우는 패션쇼를 할 때나 촬영을 할 때나 재밌어서 하는 거거든요. 촬영 할 때는 촬영 모니터에 제 포즈가 보이는데, 제가 잘 한 포즈를 보면 ‘내가 하고 싶은걸 재미있게 잘 하고 있구나’ 하고 느껴요. 패션쇼 같은 경우에는 큰 쇼에서는 몇 천 명이 보잖아요. 모델이 한 명 나갈 때 시선들이 한 번에 다 쏠리니까 어깨가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데 그 시선을 다 밀고 나가는 느낌이 좋아요.


Q. 한국인 최초로 나이키 전속 모델로 활동했어요.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한국에서 아카데미 수료하고 서울컬렉션도 몇 개 하면서 한국에서 모델을 계속 하려고 했었는데, 가족들은 다 캐나다에 있고 저 혼자 한국에 있으니까 부모님한테 도움을 받아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캐나다에 잠깐 갔다 와야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때 회사 대표님이 차라리 그럴 거면 밀라노를 가던가 몸을 조금 더 만들면 홍콩에 나이키를 한번 노려보자고 말씀 하셨어요.

결국 캐나다에서 몸을 만들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이키가 캐나다에서 촬영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걸 기다리고 있다가 결국에는 미팅을 한 번 했는데 거기서 마음에 들어 해주셨어요. 원래 캐나다 촬영이 한 번이었는데 결과가 좋아서 세 번을 했어요. 꿈이었던 나이키 촬영을 해서 엄청 좋아하고 있었는데 전속모델 계약하자고 계약서가 날아 왔어요. 그래서 그 후에 독일에도 가서 나이키 촬영을 했죠.

Q. 나이키 글로벌 캠페인을 촬영할 때는 어땠어요?
그땐 너무 힘들었어요. 옆에는 막 르브론 제임스가 농구하고 있는데 제가 그걸 따라서 해야 되잖아요. 선수들은 그게 몸풀기인데 저한테는 최고 강도 운동이니까. 물 마시다가 토하기도 하고 그랬죠.

Q. 나이키 촬영 후 반응은 좋았나요?
네. 엄청 좋았어요. 밴쿠버에 있는 저희 집 앞에 나이키 스토어가 있는데, 부모님께서 매장에 걸린 제 사진을 매번 찍어주세요. 이번에 나이키에서도 사진을 좀 더 쓰겠다고 계약을 연장했어요. 그리고 도쿄에 곧 촬영하러 갈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밴쿠버에 있을 때는 스시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되게 오래 일한 곳인데, 거기서 일을 하다 보면 손님들이 나이키 스토어에서 봤다고 많이 알아봐주세요. 그래서 사장님한테 서비스 좀 달라고, 모르는 사람 아는 척 하면서 샐러드 주고 미소수프 주고 그래요.

아무래도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시죠. 저희 부모님은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건 다 하게 해주시는 편이예요. 결정은 제가 하고 뒷감당도 제가 하라는 스타일이죠.

Q. 나이키 전속모델로 선정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나이키 전속모델 전에 필립플레인 스포츠 쇼에도 제가 알기로는 동양인 중엔 중국인이 한 명 섰었고 한국인은 제가 최초로 섰었어요. 제가 저만의 캐릭터를 만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다른 친구들은 슬림한 패션모델의 느낌을 많이 살렸다면, 저는 태닝하고 몸 만들고 이미지도 강하게 머리도 짧게 하고.

그러다가 제가 겐조(KENZO)랑 촬영을 한번 했었거든요. 그때 겐조 포토그래퍼가 자기 SNS에 제가 촬영한 사진을 올린 적이 있어요. 그 후에 나이키에서 밴쿠버 촬영이 있었는데 담당하셨던 밴쿠버 관계자 분께서 그걸 보고 ‘얘 어떠냐’고 하셨대요. 머리도 완전 비와이 머리처럼 짧고 운동도 엄청 해서 웃통 다 깐 상태에서 아우터만 걸친 사진이었어요. 그게 시작이었던 거 같아요.


Q. 캐나다부터 밀라노, 런던, 뉴욕 등 해외 활동이 많았어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밀라노나 뉴욕 같은 곳은 패션위크 시즌 때만 쇼를 하려고 나갔는데, 쇼를 하는 게 한계가 있더라고요. 옷에 몸도 잘 안 맞고 하니까.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지’ 하고 있다가 갑자기 저도 모르게 캠페인, 광고 쪽으로 넘어간 거 같아요. 해외에서는 주로 캠페인 촬영하러 다니고 있어요. 한두 달에 한번 정도 촬영하는데 보통 3~4일 정도 걸려요.

Q. 요즘 한국에서는 어떻게 지내세요?
이번에 가족이랑 다 같이 들어왔는데, 가족들이랑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10년 만에 처음이에요. 요즘은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요. 여행도 자주 다니고 특히 아빠랑 드라이브도 자주 다녀요.

Q. 한국 활동에 대한 욕심도 있나요?
그럼요. 한국에서 쇼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서울패션위크는 2015년에 처음 올라갔어요. 그 해에 두 시즌 쇼에 올라가고 캐나다로 넘어갔어요. 서울패션위크가 로망이었어서 처음 올라갔을 때 너무 떨려서 잘 걷지도 못했어요. 그 첫 쇼가 최무열 디자이너의 블라디스 쇼였어요.  정말 한번 해보고 싶은 게 일단 서울컬렉션 오프닝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강남역 전광판에 제 사진을 올려보고 싶어요.

Q. 국내에서 이상정의 소식을 듣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이상정 혹은 닌자페이스라고 치면 나와요. 아직은 대부분 외국 팬들이 많아요.


Q. 스포츠 분야에 특화된 모델이시잖아요.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일단 저는 밥을 하루에 두 끼만 먹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서 체지방 분해를 해요. 그 후에 공복인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뱃속에 아무것도 없고 에너지가 없으니까 한 시간만 해도 칼로리 소비량이 몇 배로 돼요. 그런 식으로 운동을 매일 하고 있어요. 운동법은 크로스핏 많이 해요. 15분은 무조건 크로스핏하고 나머지는 분할 운동 하고 있어요.

Q. 운동을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평소에는 어떤 운동을 주로 하시나요?
많이 움직이는 건 복싱도 하고 헬스, 농구 같은 걸 많이 해요. 캐나다에선 외국 친구들이랑 같이 레슬링도 하고. 학생 때는 학교에서 하는 미식축구 대회도 나갔었고, 아이스하키 대회도 몇 번 나갔어요. 하고 싶은 게 많은 편이에요.

Q. 다양한 재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운동 쪽으로는 생각해보지 않으셨나요?
운동은 그냥 취미로 친구들이랑 하는 정도예요.


Q. 마지막으로 해외활동을 꿈꾸는 후배 모델들,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릴게요.
해외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을 하려면 인터넷 사이트로 프로필을 보내야 되는데, 하루에도 몇 백 명이 지원을 하다보니까 사진이 깨지거나 잘 안보면 그 자체를 아예 안 열어봐요. 그래서 만약 보냈는데도 답이 안 오면 저 같은 경우는 그냥 날아가서 그 회사 문 열고 들어가거든요.
근데 그 시기를 잘 맞추면, 패션위크 기간 바로 2주 정도 전이면 캐스팅 기간이에요. 그 캐스팅 기간에 가서 ‘내가 메일을 보냈는데 너희가 답장을 안 해서 직접 왔다’고 하면 회사는 비행기 표도 안 해줘도 되고 숙박도 안 해줘도 되고, 그냥 모델이 직접 알아서 하고 들어왔으니까 나갈 돈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대부분 계약을 6개월이라도 해주고 패션위크 한 시즌은 세워주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그렇게 해서 좀 했었어요.

뉴욕에서는 약속을 안 잡아주면 에이전시 문을 열고 약속이 없는데도 ‘내가 여기 누구랑 약속이 있다’고 들어갔어요. 누구랑 약속이 있냐고 하면, 보통 데스크 옆에 명함들이 쫙 있어요. 그 중에 한명 이름을 대고 그 사람과 약속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을 불러와요. 그러면 그 사람은 모델들이랑 약속이 많은 사람이니까 그 중 한 명이 전줄 알고 일단은 의자에 앉아서 얘기를 할 수 있죠. 거기서 어필을 잘 하거나 북(book)이 잘 만들어졌으면 쓰이는 거고, 만약 정말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그 회사는 저랑 이미지 자체가 안 맞는 회사니까 애초에 들어갈 수 없는 회사인거죠. 그럼 다른 회사를 또 가보고.

원래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라, 연락이 안 오면 왜 안 올까 계속 생각해요. 어찌 되든 자신감 있게 부딪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서른이 되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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