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hr모놀로그] ‘성난황소’ 마동석, 황소의 탈을 쓴 군자 (인터뷰)

입력 2018-12-01 08:00  


[김영재 기자] 11월22일 개봉작 ‘성난황소’ 동철 役

“저런 새끼 진짜 옛날에 우리한테 한번 확 걸렸어야 되는데.” 춘식(박지환)의 푸념이 아스라이 사라진다. 동철(마동석)의 옛날과 지금은 다르다. 요즘 동철은 건어물을 유통 중이다. 아내 지수(송지효)에게 남편은 “이렇게 조용히 지내주는 게 너무 고맙고 좋”은 존재. “이제까지 맨날 사기만 당”해온 동철은, 떼인 돈도 제대로 수금 못하는 사람 좋은 이다.

동철에겐 꿈이 있다. 같이 고생해온 아내가 사모님 소리 듣도록 성공하는 것. 하지만 납치범 기태(김성오)의 등장은 부부의 일상을 일순간 산산조각 낸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남편의 속은 매 순간 까맣게 타들어간다. 게다가 공권력은 안일한 대응을 일삼을 뿐이다. 더는 말썽 없이 살고 싶은 동철은 자의로 축사에 들어간 육중한 황소다. 이제 그 황소가 우리 밖으로 나와 투레질을 한다. 황소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영화 ‘성난황소(감독 김민호)’는 ‘부산행’(2016), ‘범죄도시’(2017)를 잇는 배우 마동석의 새 액션 영화다. 그리고 배우의 익숙한 주먹은, 언제나처럼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감독은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남자의 순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후문. 이에 마동석은 이번엔 정의 대신 순정을 지키는 남자를 연기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정의든 순정이든 ‘성난황소’ 역시 장르는 마동석이다. 우스갯소리 ‘장르가 마동석’엔 믿고 보는 액션 배우를 향한 관객의 기대가 잔뜩 묻어난다.

11월15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출연 제안을 받는 시나리오 대다수가 액션 영화”란 말로 마동석이 액션 영화에 특화된 이유를 설명했다. 물리적 한계는 또 다른 이유다. 10년 전 사고가 배우 체중에 제약을 가한 것. 

또한, 마동석은 영화 ‘공작’ 같은 작품이 제안 안 온다며 입맛을 다셨다. 다만 재밌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일명 ‘마동석 캐릭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現) 입지를 자랑할 법도 하다. 그럼에도 “뭐가 됐다는 생각은 아직 안 하고 있어요” 하는 마동석에겐 ‘성난황소’ 동철 역으로 보여준 황소의 저돌성 대신 군자의 겸손함이 묻어났다. 좋은 사람 및 ‘범죄도시’를 비롯한 작품의 힘으로 지금에 다다랐다고 하는 겸허한 그와, 약 1시간(1hr) 동안 나눈 대화를 모놀로그로 재구성했다.


완성 버전을 본 건 언론시사회 날이 처음이었어요. 통쾌하게 봤어요. 만족스럽더라고요. 재밌고요. 시간도 빨리 가던데요? 특히 ‘이 부분에서 터졌으면 좋겠다’ 생각한 부분에서 관객 분들 웃음이 많이 터져서 다행이었어요.

‘성난황소’는 오락 액션 영화예요. 액션만큼 오락성도 필요한 영화죠. 감독님의 의도를 제가 속속들이 알 순 없지만, 액션만 보여주면 아무래도 재미가 없잖아요. 통쾌한 액션을 만들기 위해선 장치가 필요해요. 그 장치를 쌓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거절을 계속 당하면서 제작사까지 옮겨야 하는 상황이 왔고요. 결국 감독님께서 영화 일을 그만 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과 하나 약속했어요. 만약 감독님께서 쓰신 이 시나리오가 영화화 된다면 그때는 꼭 감독님을 불러서 함께하겠다고요. 사실 안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근데 너무 운 좋게 현실이 됐어요. 영화가 아쉽게 나왔으면 마음이 아플 텐데 다행히 재밌게 나온 거 같아요.

‘부산행’ ‘범죄도시’에 이어 또 한 번 허명행 무술 감독님과 호흡을 맞췄어요. 제목이 ‘성난황소’잖아요. ‘와이프 구하는 데 장애물 있으면 황소처럼 뚫고 나간다’는 의미에서 동철은 천장도 뚫고 벽도 뚫죠. 그래서 키 2m, 몸무게 130kg 배우를 번쩍 들어야 했어요. 40도에 육박하는 실내에서 바람 안 통하는 잠바 입고 찍으니까 한 7kg가 쏙 빠지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웃기고 또 어떻게 보면 살벌하겠다’는 생각에 감독님께서 액션을 디자인 해주신 거 같아요. 그 한 장면만 4시간을 찍었는데, 다행히 잘 나온 듯해요. 뙤약볕 아래 아스팔트 위에서 차 액션 신도 찍었는데, 차 액션 할 때는 에어컨을 못 틀잖아요. 소리 때문에. 어휴. 너무 많이 더웠어요. 다들 고생하는 촬영장이었어요. 그래도 분위기만큼은 즐거웠죠.

‘장르가 마동석’은 과찬이고 감사한 말씀이에요. 노린 건 아니었는데. (웃음) 저에게 들어오는 책을 보면 대개 저를 주인공으로 상정하고 써주신 액션 영화예요. 거의 모든 시나리오가 다 액션 영화죠. 제가 액션 영화를 주로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제 몸 때문이에요.

저는 10년 전 사고로 척추랑 어깨가 부러졌어요. 수술을 두세 번 했고, 몸 여기저기에 쇠가 박혀 있죠. 무릎 연골도 없어요. 사고가 나기 전엔 30kg를 감량한 덕에 다양한 역할을 했어요. 근데 사고가 난 후에 의사 선생님께서 이제 살을 빼면 몸이 다시 망가질 수 있고 늙어서 못 걸을 수 있으니까 다시 체중과 근육을 늘려야 된다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체중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해요. 유지하다 보면 당연히 역할에 한계가 생기겠죠? 근데 저는 그 안에서 제 살길을 찾아나가야 해요. 배우를 그만둘 순 없으니까요. 사실 마동석화(化) 캐릭터를 향한 지적은 과거에도 많았어요. 작품의 흥행 여부가 그 지적의 많고 적음을 결정하는 듯해요. ‘부산행’ 때도 제 캐릭터였고, ‘범죄도시’ 때도 제 캐릭터였거든요. 영화가 재밌을 때는 그 지적이 상대적으로 덜 나오는 거 같아요.

얼마 전 ‘공작’을 엄청 재밌게 봤어요. 근데 저한텐 잘 안 들어오는 류의 영화예요. (웃음) 그래서 ‘장르가 마동석’ 이야기가 구체화되기 전에 이미 다 선택해놨죠. 영화 ‘백두산’에서 과학자 역을 맡았어요. 기사는 얼마 전에 나왔지만, 얘기는 예전부터 해왔죠. 그리고 저를 보는 시각이 ‘범죄도시’를 기점으로 달라졌어요. 다행히 요샌 색다른 역도 받곤 해요.

그렇다고 마동석화 캐릭터를 포기하진 않아요. 그 캐릭터를 어디에 담을 건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용이 재밌다면 저는 또 할 거예요. 저 같은 경우가 이전엔 없었잖아요. 때문에 이 상황을 조금 싫어하시는 분, 당황하시는 분 등 (웃음) 여러 반응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작품을 계속 하면 어떤 이미지가 구축되겠죠. 그걸 깨는 게 제 숙제 같아요.

주연을 맡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제가 좀 자극적으로 생겼나 봐요. (웃음) 조연 출연작을 주연작으로 착각하시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실제 주연을 맡은 시간은 2년밖에 안 됐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뭐가 됐다는 생각은 아직 안 하고 있어요. 뭐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처럼 작품을 많이 하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고등학교 때 성극으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전 운동을 오래 한 사람이잖아요. 기초가 많이 없어요. 때문에 지금도 저는 현장에서 실력을 쌓고 싶은 배우예요. 실전에서 치열하게 최선을 다하고 싶죠.

누구는 ‘스카페이스’ 알 파치노를 보고 영화를 시작했다고 해요. 또 누구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보고 연기를 시작했다고 하고요. 각자의 시작점이 있겠죠. 저는 ‘록키’를 보고 영화를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다 실베스터 스탤론 연기가 이상하다고 했지만 저는 좋아했어요. 그런 액션을 계속 만들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실베스터 스탤론이 복싱을 하다가 ‘람보’에선 머리를 기르고 나왔는데 똑같더라고요. (웃음)

한 10년 전에, 액션 배우는 피로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한 제작자 분께서 해주셨어요. 저 역시 동감해요. 액션 배우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걸 개선하는 게 제 숙제고요.

고전 영화를 보곤 해요. 장동휘 선생님이라고 계세요. 액션 1세대 배우님이세요. 영화를 500편 정도 찍으셨어요. 거의 대부분이 액션 영화고요. 액션 배우의 길을 많이 터주신 분이세요. 감히 그 분의 길을 따라갈 순 없지만, 흥미는 있어요.

연기는 마라톤이에요. 마라톤 뛰는 것처럼 굉장히 긴 시간을 가야 해요. 지금은 마라톤 여러 구간 중 한 구간인 셈이죠. 이 구간 다음은 어떨까요? 속도가 처질 수도 있고, 아니면 무리해서 빨리 달릴 수도 있어요. 구간 다음에는 다음 구간이 또 오고요. 마동석의 액션이 앞으로 어떤 그릇에 담길진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과 다른 그릇에 담으면서 계속 하고 싶어요. 다른 장르 영화도 색다른 게 들어오면 할 거고요. 지금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있어요. 작품을 계속 하는 게 목적입니다.(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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