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기자의 사만모③] 패션모델 한지안, 굳건하게 한 걸음 더

입력 2018-12-18 20:52   수정 2018-12-21 18:34


[김강유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사.만.모. 서울패션위크 취재 9년 차 기자가 ‘사심으로 만난 모델’들을 소개한다.

이제 연말 특집 [사만모] 대망의 3편이다. 바리스타와 바텐더로의 한지안을 만나지 못하고 3편을 보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로 확인하면 된다.

[G기자의 사만모①] 바리스타 한지안, 가슴에 태극기를 달기 위해 (기사링크)
[G기자의 사만모②] 바텐더 한지안, 멈출 줄 모르는 대회요정 (기사링크)
[G기자의 사만모③] 패션모델 한지안, 굳건하게 한 걸음 더 (기사링크)

1편과 2편에서는 평소 알려진 모델 한지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그를 만났다. 그렇지만 역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를 ‘패션모델 한지안’으로 인지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에 대한 짧은 이야기로 3편을 마무리할까 한다.

모델 한지안의 이름을 가장 많이 알리는 계기였던 2014년의 ‘도수코’. 그 이후 4년이 지난 그에게 가장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머리가 많이 달라졌죠! 4년 전 이후로 머리를 단 한 번도 자르지 않았어요. 혹시 모르니까요.(웃음) 한 번도 자르지 않았습니다. 4년 내내. 손을 안 댔어요. 웨이브를 해서 조금 줄었는데 꼬리뼈까지 옵니다. 이젠 조금 다듬을 예정이에요.”

“그리고 회사가 바뀐 것도 제일 큰 것 중에 하나죠. 그리고 나이가 이제 20대 중후반이 됐다는 것도 굉장히 크고.(웃음) 그리고 4년 전에는 모델 활동만 해왔었다면, 지금은 함께 다른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까지가 큰 변화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일반적으로 객석에서 혹은 TV에서 패션쇼를 보는 느낌은 ‘화려함’이 가장 클 것이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런웨이 끝에서 모델들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자리를 잡기 때문에 조금 더 쇼의 의상과 모델들의 워킹에 집중하게 된다. 느낌이라기보다는 ‘분석’에 가깝다. 패션모델들을 인터뷰하며 기자가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는 런웨이에 오를 때의 느낌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느끼며 워킹을 할까. 같은 질문을 데뷔 11년 차 한지안에게도 던졌다.

“(예전보다) 오히려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도수코’ 때도 활동한 연차가 있다 보니까 심사위원 분들이 ‘너무 올드하다’ 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 후에 요즘 친구들은 어떻게 촬영을 하나 그런 것에 대해서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됐죠. 어떤 느낌을 요즘에 더 추구하는 지 오히려 더 많이 찾아보기도 하고요.”

“쇼 할 때 워킹 같은 경우도 트렌드가 있어요. 저도 요즘 트렌드에 맞는 워킹으로 바꿔봤었는데, 그건 저랑은 또 그렇게까지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저의 방식대로 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래도 바뀐 트렌드에 대한 것들도 제가 할 줄은 알아야 선택을 할 수 있는 거니까 공부도 하고 연습도 많이 했죠.”

기자가 몇 년 새에 느낀 워킹 트렌드는 ‘자연스러움’이었다. 예전에는 인형처럼 칼 같은 워킹으로 ‘저게 캣워크구나’하는 느낌이었다면, 요즘 런웨이 워킹은 ‘멋지고 당당하게’의 테두리 안에서 한껏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예전 캣워크가 섬세하게 단련된 ‘아이돌의 칼군무’였다면 요즘 캣워크는 매력이 가득한 ‘솔로 가수의 버스킹’의 느낌이랄까. ‘모델테이너’라 불릴 만큼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요즘의 패션모델들에게는 캣워크의 비중이 조금은 줄어 듯 것이 아닐까. 11년 동안 런웨이에 올랐던 베테랑 패션모델에게 조심스레 질문했다.

“아무래도 좀 그런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모델 활동 중에 패션쇼의 비중 자체가 줄지 않았나 싶어요. 브랜드 쇼도 많이 줄어가는 추세고. 또 해외 모델들도 과거보다 더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해외 모델들만 하는 쇼들도 굉장히 많아졌고요.”


한지안의 이름을 알린 ‘도수코’는 2014년이지만, 그는 일찌감치 2007년에 데뷔해서 벌써 11년 차의 모델이다. 그 긴 시간 동안 모델 일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해외 에이전시 찾으러 간 적이 있어요. 진짜 돈 조금 들고 갔는데, 유명 에이전시들에서 전부 ‘다 좋은데 키가 작아서 안 된다’는 거예요. 그렇게 에이전시 찾아다니며 파리에 있을 때 어떤 메일이 한 통 왔어요. 넥스트라는 에이전시에서 답장이 왔는데, ‘사진 좀 더 보내줄 수 있을까’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타지에서 계속 ‘넌 페이스도 좋고 다 좋은데 키가 너무 작아’라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 상처를 받았는데, 파리에서 그 메일 하나를 받았을 때 진짜 엄청 울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는 나를 이렇게 더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구나. 그리고 거기랑 계약을 못했죠. 시간 내서 찾아갔더니 담당자가 휴가를 갔더라고요. 세상에.”

“그리고 밀라노에도 갔어요. 당시에 베아트리체라는 에이전시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캐스팅 디렉터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케이트 모스도 키가 작은데 성공했잖아. 너도 충분히 매력 있으니까 포트폴리오 가져와서 우리랑 계약하자’고 했는데, 비자가 만료돼서 못 갔어요. 계속 연락하고 지내다가 다시 가려고 준비를 했는데 그 캐스팅 디렉터가 회사를 그만 뒀어요. 그러면서 자기가 다른 에이전시로 옮기면 연락 준다고 했는데 연락은 아직도 안 왔죠. 그게 한 5~6년 전이에요.(웃음)”

요즘 패션모델은 런웨이 밖에서도 다양한 이미지와 매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중에 11년을 살아남은(?) 모델 한지안 만의 강점이 있을까.

“음.. 늙지 않는 외모? 동안인 것도 있고, 철이 안 들어서.(웃음) 항상 사람들이 제 나이를 잘 모르세요.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게 강점이죠. 성격적으로는 항상 밝은 거. 그리고 항상 살 길을 잘 찾아가는 것! 먹고 살 길을 잘 구하는 것! 어디 가서도 굶어 죽지 않을 강인한 생명력!(웃음)”


한지안은 최근 소속 에이전시 에이코닉 내에서 ‘마마님’이라는 애칭이 생겼다. 모델 주원대와 함께 소속 에이전시의 ‘얼굴 마담’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었지만 ‘마마님’까지 갔을 줄이야.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속 후배들을 알뜰히 챙겨서 그렇단다.

“저희 대표님이 지어주셨어요.” 인터뷰를 지켜보던 에이코닉 김혁 대표가 바로 한 마디를 거들었다. “지안이가 평소에 워낙 털털해요. 후배들 밥도 잘 사주고. 마마님처럼.”

“저도 예전에 힘들 때 언니들이 사주고 그랬으니까요. 밥도 많이 사주고, 고민 상담 많이 해주고, 장난도 제가 제일 많이 치고. 회사에선 약간 호구예요.(웃음) 동생들 밥 사주고 난 안 남아요.”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았다. 이제 막 모델 일을 시작하는 후배들이나,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더니 나이답지 않은 말투의 구수한 농으로 답했다.

“떠나~ 하지 마~ 왜 이 포화 상태의 레드오션에 들어와 가지고~! 하지 마, 내가 벌 것도 없어~!”

김혁 대표가 또 한 번 끼어들었다. “이런 말투가 마마님.(웃음)” 웃음이 가득하게 분위기가 잠시 확 올랐지만, 한지안이 이내 진지한 답변을 꺼냈다.

“잘 되는 친구도 분명히 있잖아요. 근데 그게 다들 ‘나’ 일거라고 생각해요. 막연하게 희망을 가지고 접근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건 정말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제가 11년 동안 활동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막연함과 싸우는 거였어요. 내가 돈을 언제 벌지, 언제 성공할지, 언제 어느 정도의 위치에 갈지. 근데 그게 하늘에 별 따기라는 거죠. 물론 10년 하면 한 번쯤은 오겠죠. 저처럼. 근데 그 10년을 버티기가 정말 힘들어요. 스무 살에 시작해도 10년 지나면 서른이예요. 그럼 그 땐 어떻게 할 거예요. 그러니까 결론은, 모델 일 외에도 다른 일을 같이 하라는 거예요. 돌파구를 하나 더 찾는 거죠. 계획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을 봐야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공식적인 직업이 무려 3개다. 하루가 부족한 일과를 보내고 있는 그에게도 일하는 것 외에 평소 취미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

“자요. 동.면.(웃음) 짬을 내서 동면에 들어가죠. 아니면 밤에 좀 일탈을 많이 해요. 새벽에 퇴근하고 혼자 영화 보거나, 혼자 맛있는 거 먹거나. ‘낙곱새’ 같은 거.(웃음)”

“그리고 공부도 계속하고 있고. 마고라는 브랜드를 하나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오픈만 안한 상태예요. 근데 뭔가 콘텐츠를 더하면 좋을 것 같아서 상의하고 있는 중입니다. 론칭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저는 디렉터 겸 바지사장으로 있죠.(웃음)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전 아무래도 주얼리 쪽을 맡아보고 싶어서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어요. 주얼리는 100% ‘메이드 인 마고’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식상할 수 있지만, 모델로의 최종 목표를 묻는 질문을 던졌더니 미리 준비라도 한 듯 대답이 바로 나왔다.

“빅토리아 시크릿이요! 가슴 좀 빠방하게 키워서.(웃음) 혹시 모르잖아요. 꿈과 희망을 저버리면 안돼요.” 예상외의 대답에 이유를 물었다. “그냥 로망이 있어요. 저 나름의. ‘모델이라면 빅토리아 시크릿은 한 번 해줘야지!’ 이런 게 있는 거죠. 저희 대표님이 잘 알아봐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웃음) 뉴욕 갈 거예요!”


바리스타 한지안과 바텐더 한지안도 그랬지만, 모델 한지안 역시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었다. 바리스타 국가대표, 모델 매니지먼트 설립, 패션이 결합된 바(bar) 오픈. 그리고 브랜드 론칭까지. 한 시간을 조금 넘긴 인터뷰 시간 동안 밝힌 목표만 4가지였다. 짧게 보는 목표도 있었고 길게 내다보는 목표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스스로 정한 목적지는 꽤나 구체적이었으며 이미 한 걸음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지칠 법도 하건만 쉼 없이 걸어가고 있는 그의 세 갈래 길. 굳건하게 내딛은 발걸음이 먼 여행 후에도 스스로 만족하며 여전한 웃음으로 남기를 응원한다.

길었던 인터뷰의 마무리로 인터뷰 이후의 일정을 물었다.

“다시 돈 벌러 갑니다. 바텐더 한지안 출근해야죠. 남의 돈 벌기가 이렇게 힘듭니다.(웃음)”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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