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매일 새로운, 이상엽

입력 2019-01-31 15:10  


[우지안 기자] 최근 tvN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에서 만난 이상엽은 이전 작과는 완전히 달라진 뱃청년 최마돌 그 자체였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해 준 드라마 ‘시그널’에서는 소름 끼치는 연쇄 살인마 역할을, 영화 ‘동네사람들’에서는 섬뜩하고 수상한 미술 선생님으로 분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예능 ‘런닝맨’에서는 바보 같고 순진무구한 진짜 이상엽의 모습을 내비치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던 반전의 모습을 보여줬으니 그야말로 다각도 매력의 소유자임에 틀림없었다.

배우는 자고로 연기를 잘했을 때 빛나는 법. ‘공감 연기 장인’, ‘인생케 갱신’ 등의 수식어가 그의 행보를 말해주듯 새로운 캐릭터에 몰입한 순간 그는 캐릭터 자체가 됐다. ‘톱스타 유백이’촬영을 마친 직후 만났던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최마돌이 오버랩 됐으니 말이다. 정형화된 틀을 깬 연기를 보이고 싶다는 이상엽은 죽을 때까지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19년 한해는 ‘열일’로 보내고 싶다던 그의 말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Q. 촬영 소감이 어땠어요?

“4개월 만에 서울에서 한 촬영이라 오랜만에 색다른 기분이었어요. 그동안은 섬남자로 지내고 있었죠”

Q. tvN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 ‘최마돌 역으로 출연, 종영 후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열심히 잠도 자고, 하고 싶은 것들 정리하고 있는 단계에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 뭘 먹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걸 보고 싶은지 생각해 봤는데 막상 하나도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아직 대모도에 있는 것 같고 함께 출연한 사람들이랑 너무 오랜 시간 같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 상황이 낯설어요”

Q. 최마돌의 직진 로맨스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공감 연기 장인’이라는 호평을 받았던데 어때요? 상엽 씨도 마돌이와 같은 짝사랑 경험이 있나요?

“함께 하는 사람들이 너무 잘해줘서 느낀 대로 했을 뿐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공감 연기 장인이라는 수식어는 아직 과분하죠. 아마 마돌이 뿐 아니라 모든 남자의 시작은 짝사랑이지 않을까요. 그래도 마돌이처럼 가슴 아프게 끝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Q. 마돌이의 진심 어린 로맨스를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많았잖아요. 마돌이의 매력은 뭘까요? 실제 상엽 씨는 그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요?

“마돌이가 여자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자기의 감정을 관철한 게 아니냐는 말이 있더라고요. 마돌이가 조급하긴 했지만 꾸밈없이 솔직히 고백을 했던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한 고백이 최마돌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실제 저였어도 마돌이처럼 조바심나긴 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 기다려주고 참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오히려 마돌이보다 더 보채고 채근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더 무모했을 것 같은데요”

Q. 마돌이를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요?

“마돌이가 했던 여러 가지 말들이 있는데 이해를 바로 못 했던 대사들이 많아요. 마지막 원피스 고백씬도 그렇고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바로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래서 대본을 계속 읽고 생각도 많이 했어요. 겁이 났던 부분은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서 보시는 시청자분들의 집중력을 흐릴까 봐 걱정됐죠. 긴 대사 속에서 진심을 전해야 했거든요. 오히려 덤덤하게 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Q. 함께 호흡 맞춘 배우들과 절친해 보이던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소민양과는 ‘런닝맨’에서 만났던지라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지석이 형은 워낙에 배려가 많았던 사람이라 제가 뭘 해도 받아주고 맞춰줘서 좋았어요. 아무래도 섬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형이라 제가 뭘 해도 받아주고 맞춰주는 형이라 좋았어요. 섬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의지하지 않으면 힘들었을 현장이었거든요. 서로의 호흡이 좋아서 다행이었죠”


Q.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감독님께서 컷을 되게 늦게 하시는 편이었어요. 한 몇 초간은 그냥 보시거든요. 그러면 그 부분에서는 애드리브를 해야 됐는데 한 번은 지석이 형이랑 술 취해서 소민양을 찾으러 가는 씬이 있었거든요. 동선을 맞추기 어려운 길이 있었는데 예측하지 않고 서로 같이 넘어지기도 했고요. 형이 신발을 던져서 순간 멍했다가 가까스로 모면했던 적도 있어요. 생각해보니 지석이 형과의 추억이 많네요(웃음)”

Q. 육지가 아닌 섬에서 촬영하느라 힘들었던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책도 가져가고 게임기도 가져갔는데 확실히 촬영 중에는 대본 외에는 집중이 안 돼서 촬영 끝나고는 멍하니 있었어요. 평소 촬영 때보다 멍을 많이 때려서 나중엔 멍 때리는 거에 지쳤던 것 같아요(웃음). 아무래도 좀 심심했죠. 가끔 저녁엔 치킨도 먹고 싶고 햄버거도 먹고 싶고 피자도 먹고 싶은데 정말 밥차만 먹었거든요. 서울에서는 흔하게 먹을 수 있던 테이크 아웃 커피도 섬에서는 공수 받아서 먹었으니까요”

Q. 2007년 드라마 ‘행복한 여자’로 데뷔, 줄곧 선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연기하다가 2016년 ‘시그널’에서 연쇄 살인마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죠. 이후 ‘당신이 잠든 사이에’, ‘동네사람들’등의 작품에서 모두 어두운 역할을 맡았어요.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는 어떤 것 같아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캐릭터가 한정적으로 되면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들을 할 수 있잖아요. 저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는 게 목표긴 하거든요. ‘동네사람들’ 직후에 마돌이라는 캐릭터를 하게 된 거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많이 어색 했을 텐데 그래서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이 정말 고마워요. ‘런닝맨’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마돌이도 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요”
 
Q. 연기할 때는 어떻게 몰입하는 편인지 궁금해요.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줄곧 맡아왔잖아요.

“흔히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처음에 생각나는 것들은 다 거둬내요. 어떻게 할지 생각만 하다가 현장 공기를 느낀 다음에 구체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죠. 너무 몰입했을 때는 제가 어떻게 연기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기억이 안 날지언정 희열이 남으니까 집에 갈 때 뿌듯한 마음도 들고 그래요”

Q. 지금까지 출연했던 작품 중에 인생작을 꼽자면요?

“지금까지 모든 작품들이 다 소중하지만 아무래도 제 인생의 전환점은 ‘시그널’이었던 것 같아요. 또 최근작인 ‘톱스타 유백이’는 오랜만에 짝사랑하게 돼서 그런지 심리적으로는 좀 힘들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집이 아닌 곳에서 생활도 해보고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건 다 해봤던 것 같아요”

Q.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요?

“격정 멜로요(웃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도 좋고요. ‘밀회’처럼 표현을 다 하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좋을 것 같아요. ‘500일의 썸머’도 좋고요. 완전 반대겠지만 ‘23 아이덴티티’처럼 독특한 캐릭터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말하고  니 결국엔 다 하고 싶은 거네요(웃음)”

Q. 격정 멜로라면 어떤 배우와 연기하고 싶어요?

“김성령 선배님(웃음), 김선아 누나도 함께 해보고 싶고요”

Q. 예능 ‘런닝맨’을 통해 상엽 씨의 새로운 모습이 화제가 됐죠. 출연해보니 어땠나요?

“그렇게 바보 같은지 몰랐는데 그런 모습들이 가장 저다웠던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 계산했던 상황들이 아니잖아요. 가장 솔직한 제 목소리고 표정이지 않았던가 싶어요. 보면서 저도 놀랐거든요. 원래 모니터를 많이 하는 편이긴 한데 ‘런닝맨’은 지금 봐도 광수와 만보기를 흔들던 장면은 정말 바보 같지만 정말 재밌게 놀고 있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힘들 작품들만 하고 있을 때라 침체기 아닌 침체기였던 것 같은데 ‘런닝맨’을 할 때는 정말 좋았나 봐요. 작품 하는 동안에는 ‘런닝맨’ 멤버들을 못 만났는데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요. 이제 만날 약속을 잡아봐야죠”

Q. 배우의 예능 출연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상엽 씨는 어때요? 

“진짜 제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여자친구나 가족을 만났을 때 저러면 안 되겠다 싶은 부분도 있었고요. 나이에 맞지 않게 순진한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이상엽을 본 계기였던 것 같아요. 진짜 제 모습을 모른 채로 연기할 수 있었는데 예능을 통해 저를 알게 돼서 오히려 연기에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아직 나를 다 잃지 않았구나 싶었어요” 


Q. 예능 출연에 대해 두려움은 없었나 봐요.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을 꼽자면요?

“물론 처음에는 너무 제 모습을 전부 보여드릴 것 같아 두려움도 있었죠. 예능에 출연하면서 내려놓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아는 형님’같은 경우도 첫 출연 때는 형들의 성향을 공부해서 갔거든요. 두 번째 갔을 때는 이미 ‘런닝맨’을 14번 하고 간 상태라 편하더라고요. 다시 하게 된다면 ‘런닝맨’에 다시 한번 출연해서 더 내려놓고 해보고 싶어요. 이제는 어떤 예능을 해도 내려놓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려움보다는 힐링하는 계기가 됐거든요”

Q. 보통 작품 끝나고는 어떻게 시간 보내는 편이에요?

“딱히 특별한 거 없이 평범해요. 사람들도 만나고 일주일에 책 한 권 읽자 해서 읽기도 하고 이번엔 뭔가 배워보고 싶은 게 많아요. 이번 작품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섬에서 다 같이 너무 고생하는데 메이킹 필름이 거의 배우 위주더라고요. 제가 사진을 배워서 스태프들을 찍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제가 사람들을 좀 찍어주려고요”

Q.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은 누가 있어요? 

“온주완, 김동욱, 장성규 아나운서, 뮤지컬 배우 김호영 씨요(웃음). 다들 83년생 동갑이거든요. 만나서 술도 마시고 보통 수다를 떨죠. 장성규 아나운서는 ‘아는 형님’을 통해 알게 됐는데 너무 좋아서 공개 프러포즈까지 했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성덕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캐릭터고 아직 무수한 매력이 방송에 많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친구가 연기했으면 좋겠어요(웃음). 단둘이 밤새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라 좋고 그래서 세상이 더 많이 그를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예전에는 잠을 많이 잤는데 그게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막힌 공간에서 이런저런 노래를 불러요. 얼마 전에는 제니의 ‘솔로’를 불렀네요(웃음). 비디오 게임도 하고 히어로 영화도 보고요”   

Q. 상엽 씨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절대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 스스로도 오글거리는 게 싫어서 그런 대사가 있을 때는 신경이 곤두서거든요. 어디든 자연스럽게 녹아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론 연기 잘하는 이상엽이 되고 싶은데 그건 죽을 때까지 목표겠죠”

Q. 2019년 목표

“열일.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뭔가 하나에 빠지면 하나만 하는 스타일이라 다른 걸 아예 못하거든요. 올해는 멀티가 될 수 있는 한 해를 보내고 싶어요”

에디터: 우지안
포토: 권해근
영상 촬영, 편집: 정인석, 안예진
의상: 프롬마크, 버쉬카, 자라, 무홍
슈즈: 마더그라운드
안경: 프론트(Front)
선글라스: 루이까또즈
헤어: 수퍼센스에이 하나 이사
메이크업: 에이바이봄 조혜영 원장
장소: 스튜디오 유난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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