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는 '규제 공무원' 확 늘었다

입력 2019-07-23 17:39   수정 2020-11-08 20:01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기업 규제·감독부처 공무원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증가한 규제·감독부처 공무원은 박근혜 정부 4년간 증원 인원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공정위 직원은 694명으로 2016년 말(588명)보다 18.0% 늘었다. 같은 기간 △환경부 2070명→2424명(17.1%) △금융위원회 293명→327명(11.6%) △고용부 6365명→7055명(10.8%) △관세청 4926명→5346명(8.5%) △대검찰청 1만300명→1만926명(6.0%) △국세청 2만1549명→2만2490명(4.3%) 등 다른 규제·감독부처도 전체 국가공무원 증가율(2.9%·65만149명→66만9077명)을 크게 웃돌았다. 기업 지원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증가율은 6.0%(1412명→1498명)였다.

2년간 늘어난 공정위 직원은 106명으로 박근혜 정부 4년간(2013~2016년) 증원된 22명보다 다섯 배가량 많았다. 환경부 증원 인원도 354명으로 전 정부 증원 인원(128명)을 크게 웃돌았고 고용부(192명→690명) 대검(390명→626명) 국세청(788명→941명) 등도 현 정부에서 더 많이 늘렸다.

정부는 2022년까지 경찰관 소방관 교도관 등 현장 공무원 위주로 17만4000명을 증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증가율로만 보면 규제부처가 현장 공무원이 많은 경찰청(3.3%)과 법무부(3.4%)를 압도했다.

공정위에는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전담 규제조직인 기업집단국과 유통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감시할 유통정책관이 신설됐다. 고용부는 기업의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법 준수 여부를 따지는 근로감독관을 대거 증원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기업을 옥죄는 부처의 공무원을 늘리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1명 늘때 규제 하나씩…기업 "숨도 못 쉴 지경"

삼성은 요즘 재계에서 ‘동네북’에 비유된다.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규제·감독하는 부처로부터 수시로 두들겨 맞고 있어서다. 삼성 경영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등으로 검찰에 불려갔고, “지배구조를 바꾸라”는 공정위원장과 금융위원장의 협박에 가까운 훈계를 들어야 했다. 고용노동부와 환경부는 작년 11월 삼성전자 경기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가 터지자 산업안전보건법과 화학물질관리법 등을 들이밀며 앞다퉈 특별조사를 벌였다.

“공무원 수가 늘면 밥값을 하느라 자꾸 일거리(규제)를 만들어낸다. 규제를 없애려면 시장경제에 맞게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한다”(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늘어나는 규제, 강화되는 조사

공정위는 현 정부 들어 공무원 증가율(18%)이 가장 높은 부처다. 기업 지원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6%) 증가율의 세 배에 달했다. 정권 실세로 꼽힌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취임 직후 대기업을 규제·감독하는 전담 조직인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고 ‘일감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조사에 속도를 내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삼성(웰스토리) 현대자동차(현대글로비스) SK(SK실트론) LG(판토스) 등 기업집단국 조사관들이 훑지 않은 대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작년에 신설한 유통정책관실은 ‘시장경제 원칙에 반한다’는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원가 공개를 밀어붙였다.

검찰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4차장 자리를 신설했다. 서울중앙지검의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로 나누는 동시에 서울고등검찰청에도 공정거래팀을 구성했다. 전국 12개 지검에 설치된 ‘중요경제범죄조사단’도 의정부 울산 전주 청주 등 16곳으로 확대했다.

고용부는 기업들이 주 52시간 근로제와 산안법 등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감독할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감독관을 대거 늘리고 있다. 환경부는 화관법 등을 현장 단속할 인력을 충원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서울세관에 불법 외환거래 등을 단속할 조사2국을 신설했다.

금융당국은 잃어버린 권한을 되찾는 데 힘을 쏟았다. 금융감독원은 말 그대로 특정한 목적 없이 종합적으로 금융회사를 검사하는 ‘종합검사’를 올해 부활했다. 보복성 검사, 저인망식 검사란 비판에 2015년 폐지한 걸 다시 살린 것이다. 금융위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해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율 선임하면 이후 3년 동안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강제 지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규제 공무원 증원은 진행 중

기업 규제·조사 부처의 ‘몸집 불리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24년 만에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안을 지난 4월 내놓은 고용부가 대표적이다. 근로감독정책단 고용지원정책관 등 국장급 조직을 2개 신설하자 “고용부가 역대 최악의 고용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 고용부터 늘렸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고용부는 2년간 공무원 수를 6365명에서 7055명으로 11% 늘렸다.

검찰 조직도 커지고 있다. 검사 정원은 올 들어 또다시 40명 늘었다. 지난 3월에는 수원에 고등검찰청을 새로 구성했다. 금감원은 이달 18일 주가조작 등을 감시할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출범시켰다. 금융위 공무원 1명과 금감원 직원 15명은 과거에는 없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을 갖게 됐다. 국세청도 조직 신설(빅데이터센터)과 현장인력 보강(근로장려금 제도 관련)을 명분으로 올해 374명을 충원했다.

재계는 규제·감독 부처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무원 17만 명 증원 공약과 ‘반기업 친노동 정책’에 편승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경제 등 공약실행 차원에서 새로운 규제 관련 법안을 만들고 이를 집행하기 위해 공무원을 확충하고 그 공무원들이 새로운 현장규제를 쏟아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을 대하는 태도는 규제를 넘어 통제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는 “규제 공무원을 늘린 건 국내 기업들에 ‘탈(脫)한국의 이유’를 또 하나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오상헌/성수영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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