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수출규제는 보복" WTO서 공세…美 업계도 "즉각 멈춰라"

입력 2019-07-24 17:27   수정 2019-08-23 00:31


정부는 24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일본과의 고위급 대화 창구를 열자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간 경제 갈등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 전자업계는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의견을 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세계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日에 고위회담 제의…묵묵부답”

한국 대표단은 이날 회의에서 일본의 규제 조치는 명백히 WTO 규범을 위반했고, 일본 주장과 달리 국가 안보와 관련이 없다고 회원국들에 강조했다. 정부 수석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은 조치 발표 후 20일 동안 일관되게 직접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의 조치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외교적 보복”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대화 상대인) 야마가미 신고 외무성 경제국장은 대화 제안에 답이 없고,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 대사는 설득력 없는 이유를 대며 거부했다”며 “진실되고 직접적인 대화를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은 수출규제는 국가 안보를 위해 내린 조치로 WTO 논의감이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계속 이어갔다. 이하라 대사는 “한국은 일본의 조치가 자유무역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지만, 자유무역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민감한 상품이나 기술을 아무런 통제 없이 교역할 수 있게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국 산업단체들 韓·日 당국에 서한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등 6개 단체는 24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과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일본의 수출규제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 단체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조치”라고 지적하면서 “글로벌 ICT산업과 제조업의 장기적 피해가 없도록 두 나라가 이번 사안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모색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로벌 3대 신평사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2~23일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담당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받았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WTO 협약 위반”

한국 정부는 이날 일본 정부에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근거 없는 수출 통제 강화 조치는 즉시 원상 회복돼야 하고,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역시 철회돼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공식 의견서를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의견서에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이유로 든 전략물자 관리 미흡과 양자 협의 미개최 주장의 부당성을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내용과 일본 조치가 WTO 정신과 협약을 위반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성 장관은 “일본 측이 내세우는 수출규제 사유는 모두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바세나르체제(WA) 등 4대 국제 수출 통제체제의 캐치올 통제 도입 권고 지침을 모두 채택했다”고 말했다.

구은서/성수영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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