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공항 이틀째 폐쇄…항셍지수 '급락'

입력 2019-08-13 17:51   수정 2020-11-10 15:38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지난 12일에 이어 13일 다시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해 시위를 벌였다. 홍콩국제공항 측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다시 항공편 운항을 중단시켰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대의 공항 점거를 두고 “홍콩 시위에서 테러리즘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홍콩에선 중국 정부가 반(反)테러리즘을 명분으로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기 위해 무장경찰 등을 홍콩에 보내는 것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선 중국 정부가 홍콩을 접수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을 떠나 홍콩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홍콩 대표 주가지수인 항셍지수는 2.10%(543.42포인트) 떨어진 25,281.30에 마감했다.

中, 홍콩시위 무력진압 임박…월가 "중국군 접수 땐 홍콩경제 붕괴"

중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의 시위를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조만간 홍콩에 무장경찰 등을 보내 시위를 무력 진압하기 위한 명분으로 풀이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로 운영되는 홍콩을 중국이 접수하면,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잃는 것은 물론 경제 자체가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13일 홍콩 증시는 2% 넘게 급락했다.

1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공보실의 양광 대변인은 전날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홍콩 시위에서 테러리즘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를 테러라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정부 홍콩 주재 연락사무실도 이날 “테러 행위를 용납한다면 홍콩은 바닥없는 심연으로 추락할 것”이란 성명서를 냈다.

중국 정부가 ‘테러’를 언급한 것은 전날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이에 따라 홍콩국제공항이 운영 중단 결정을 내린 이후 나왔다. 송환법에 반대하는 한 여성 시위자가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안구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자 분노한 시민 1만여 명이 전날 오후 공항으로 몰려갔다. 이에 공항 측은 이날 오후 4시30분을 기점으로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지하고 공항을 사실상 폐쇄했다. 홍콩국제공항은 시위대가 자진 해산한 이후인 13일 오전 6시 공항 운영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시위대가 다시 모여들어 시위를 벌이자 오후 4시30분부터 항공편 운항을 중단시켰다. 전날 230여 대에 이어 이날 300대 이상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경고 수위가 강경해지는 것을 두고 무력 진압이 임박했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홍콩 법률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테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공식화한 것은 반(反)테러법을 적용해 직접 테러를 진압하기 위한 행동에 들어갈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분석했다. 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지난 10일부터 무장경찰의 테러 대비 비상훈련이 이어지는 것도 조만간 중국이 직접 개입할 것이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 사태가 갈수록 커지자 이달 초 시작된 베이다이허회의에선 본토의 병력 투입을 통한 무력 진압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가 모여 중대 현안의 해결 방향과 노선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회의는 이번 주말께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에 대규모 진압 작전이 시행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은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력 투입을 크게 우려하며 잇따라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해 영국 고위관리와 홍콩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과 영국이 1997년 홍콩 반환 때 맺은 협정을 거론하며 “협정을 이행하는 것은 중국의 의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홍콩 시위 사태가 홍콩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 월가에선 중국군이 홍콩을 접수하면 해외 투자자와 글로벌 기업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홍콩 경제가 거의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시위가 글로벌 경제의 ‘블랙스완(검은 백조)’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인민해방군을 투입해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면 중국과 서방 전체의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자산운용사 노이버거버만의 스티브 아이즈먼 펀드매니저는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블랙스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홍콩”이라며 “세계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사태를 예견한 인물이다. CNBC의 해설가 겸 진행자 짐 크레이머도 “홍콩 시위가 미·중 무역전쟁보다 글로벌 시장에 더 심각한 이슈”라고 했다.

베이징=강동균/뉴욕=김현석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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