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요요마 "바흐는 아늑한 집 같은 존재…인생의 멋진 동반자"

입력 2019-08-20 17:20   수정 2019-08-21 03:19

“바흐의 음악과 함께한다는 건 인생의 장마다 가장 친한 친구를 두는 것과 같습니다. 멋진 인생의 동반자이자 힘든 고비를 넘길 때 도움이 되는 존재죠. 그런 의미에서 바흐는 제게 집(home)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만 태생의 미국 첼리스트 요요마(64)가 다음달 8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요요마 바흐 프로젝트’로 한국을 찾는다. 그는 6곡 36개 악장으로 구성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맞춰 지난해 8월부터 6개 대륙 36개 도시를 순회하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4개 대륙 19개 도시에서 연주한 뒤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번 내한공연은 크레디아가 주최하는 음악축제 ‘파크콘서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요요마는 중간 휴식 없이 150분간 첼로 한 대로만 야외무대를 채운다. 20일 서면으로 먼저 만난 요요마는 36개 도시 중 하나로 서울을 꼽은 이유에 대해 “서울은 사람들이 문화의 힘으로 더 나은 미래를 그려가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활 속에서 음악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야외 공연을 좋아한다”며 “우리가 만들어낸 벽을 허물고 더 쉽게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다양한 기술적 요소에 풍부한 표현, 호소력 짙은 음색을 두루 지녀 ‘첼로의 구약성서’로 불린다. 요요마는 이 곡을 ‘에베레스트’에 비유했다. “첼로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네 살 때부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했다는 그는 “감정과 열망에 대한 거의 완벽한 해부학”이라며 “온전한 객관성과 주관성, 분석과 공감, 의식과 잠재의식이 모두 내포돼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요요마는 지난해 순회공연을 떠나기 전 이 곡의 녹음 작업을 했다. 1983년, 1998년에 이어 세 번째 녹음이다. 그는 이번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녹음하는 ‘마지막’ 작업이라고 했다.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의 바흐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0대엔 확신에 차 있었죠.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극적이고 투지 넘치는 해석을 했어요. 두 번째 음반엔 중년의 혼란이 담겼죠. 예순이 넘은 지금은 희망과 탐구의 정신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문화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올 4월 프로젝트 중 한 도시였던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역 라레도에서의 연주 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리오그란데강을 사이에 둔 미국 텍사스의 라레도와 멕시코의 누에보 라레도에서 야구 모자를 쓰고 셔츠 소매는 걷어붙인 요요마는 거리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벽 건설과 국경 폐쇄를 거론할 당시 요요마는 현장에서 “우리는 문화를 통해 장벽이 아닌 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경을 맞대고 살고 있는 그들은 언어와 음식, 종교와 음악 등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며 “국경의 양쪽에서 시간을 보내며 인간의 삶은 모든 종류의 경계로 정의돼 있지만 우리는 그 선을 넘으며 살아남았고 그 수단은 문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흐 프로젝트 이후’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음악이 우리를 하나로 묶고 대화의 장을 열게 해 줄 것’이라는 이 프로젝트의 비전이 더 많은 사람의 손과 심장에서 계속되기를 말이죠. ‘문화가 강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신념을 앞으로도 더 널리 공유하고 싶습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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