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KFC' 양념치킨 제2 전성기

입력 2019-08-21 18:06   수정 2019-08-22 01:07

기름이 스며져 나오는 누런 봉투, 그 안에 담긴 통닭. 1960~1970년대 아버지들이 퇴근길에 사오던 최고의 야식이었다. 1984년 ‘켄터키후라이드치킨(KFC)’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소비자들은 통닭이 아닌, 튀김옷을 입힌 치킨 맛에 빠져들었다. 이 즈음 ‘세상에 없던 한국식 치킨’도 탄생했다. 고추장과 물엿 등을 넣은 매콤달콤한 소스로 버무린 양념치킨이다. 페리카나(1981년), 처갓집양념치킨(옛 처갓집양념통닭·1987년), 멕시카나(1989년) 등은 양념치킨을 앞세워 매장을 늘려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위기를 맞았다. 외식 메뉴가 다양해지고 새로운 치킨 브랜드들이 나오면서 밀렸다. 한동안 지방 상권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전통의 강자들이 최근 1, 2년 새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브랜드별로 100개 이상 매장을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잊혀지던 원조 브랜드의 부활

처갓집양념치킨은 닭고기 가공업체인 체리부로가 2002년 처갓집양념통닭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브랜드다. 지난해 매장이 100개 이상 늘었고, 매출은 696억원으로 전년보다 27.4% 늘었다. 점포 급증은 신규점 안착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본사는 신규 점포가 문을 열면 3개월 매출 목표를 정하고 점주와 공유한다. 개점 첫날엔 본사 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하루 매출 700만~800만원에 도전한다.

메뉴도 다양해졌다. 광둥식 탕수육인 ‘궈바오러우’ 방식으로 닭튀김을 만든 ‘더화이트 유자 파인유자’ ‘매운불 양념치킨’ 등을 내놨다. 기존 브랜드 캐릭터 붉은 닭은 ‘처돌이’로 바꿨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오래된 브랜드를 새롭게 단장하고,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시장 선점…야구장·병원에 입점

멕시카나도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실적이 좋아졌다. 매출 642억원으로 전년보다 14.6% 이상 늘었다. 멕시카나는 치토스치킨, 미스터김치킨, 오징어짬뽕치킨 등 협업을 통한 신제품에 공을 들였다. 대상 농심 등 10~20대에 익숙한 브랜드와 협업해 치킨을 개발했다. 워너원 팬사인회, 아이유와 함께하는 글램핑 행사도 판매에 도움이 됐다.

영업 장소도 다양화했다. 올해 한화이글스, 기아타이거즈 등 프로 야구단 홈구장에 점포를 냈다. 또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등이 운영하는 대학가 식당이나 병원에서도 멕시카나 치킨을 맛볼 수 있게 했다. 염은선 멕시카나 마케팅부장은 “전국 800여 개 가맹점 중 90% 이상이 배달과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이라며 “치킨 프랜차이즈 중 가장 빨리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과 제휴한 효과가 나타나 지난해 100여 개 가맹점을 새로 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생긴 페리카나도 매장 수가 2017년 1176개에서 1년 만에 1382개로 늘었다.

해외에서도 ‘KFC=양념치킨’ 열풍

뉴욕타임스는 매콤달콤한 양념치킨을 “가장 한국적이면서, 한국에 살아본 외국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맛”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 대만 등에도 간장 등으로 양념한 치킨이 있지만 고추장을 기본으로 한 치킨은 한국이 원조라고 평가받는다.

해외에서 양념치킨은 ‘KFC(Korean fried chicken :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로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KFC는 호주에서 브랜드 이름을 아예 옛날 방식인 ‘켄터키후라이드치킨’이라고 쓰기로 했다. 해외 치킨 브랜드들도 ‘양념치킨’이라는 신메뉴를 내놓고 있다.

국내 대표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페리카나는 2017년 캐나다, 대만에 진출했고 올해 호주 1호점을 냈다. 처갓집양념치킨은 올해 중국 허베이성에 1호점을 열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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