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 오는데 우산을 뺏지 마라

입력 2019-08-23 10:38   수정 2019-08-23 10:49

해방 74주년인 올해 광복절에는 유난히 많은 감회가 스쳐갔다. 세계 230여개국가 중 바닥을 맴돌다가 세계 8위의 경제규모로 급성장한 나라! 영국도 부러워할 만큼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민주화를 이룬 나라! 아마도 앞으로는 다시 출현하기 어려운 나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 마리 토기를 잡은 개발도상국의 모범국가로 우리는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어찌 그늘이 없을 것인가. 경제성장의 이면에 드리운 양극화의 심화와 몇 차례의 정치격변이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 이후엔 성장엔진이 꺼져 ‘L자형 경제’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7년만의 경상수지 적자와 ‘수출감소- 투자감소-소비감소’ 등 이른바 트리플 늪에 빠져 정부 지출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특히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0.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최악의 결과를 나타냈다. 여기에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국및 중국의 무역전쟁까지 겹쳐 경제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면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경제주체들이 변화를 꾀하는게 급선무다. 그런데도 요지부동의 성벽(城壁)으로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다름아닌 금융분야(국내 은행)다.

실물시장을 떠받치는 한축인 금융시장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중이다. 국내 은행들은 올 1분기에 이자수익으로만 10조1000억원을 벌어 들였다. 4분기 연속 10조원 이상의 이자 수익을 냈다. 은행들은 2018년 수많은 제조 기업들이 수출 감소 및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쇼크를 겪는데도 40조3000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려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 이 돈으로 은행의 일부 임원은 수십억 원의 연봉을 챙기고 직원들은 역대 연봉에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물론 금융산업의 한축인 은행이 돈을 버는 것을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비교적 강력한 정부 규제의 틀 속에서 독과점 영업형태로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예대마진에서 얻는 이익이 은행 전체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수준이다. 선진국(60% 안팎)보다 훨씬 높다. 국내 은행들이 특별한 영업 노하우를 발휘 했다기 보다는 은행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스템아래서 돈을 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금금리를 올릴 때는 마지못해 찔끔 올리고 대출 금리는 득달같이 올리는 것이 은행이다. 힘없는 서민들은 제2금융권, 제3금융권에 이어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개발연대인 1970년대에 신용심사제가 은행권에 이미 도입됐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약 50년이 지난 지금도 주로 담보에만 의존하는 안전위주의 대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조금이라도 어려워질 기미가 보이면 가장 먼저 대출을 회수하거나 담보자산을 처분한다. ‘비 내릴 때 먼저 우산을 걷어가는 격’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3050 클럽’에 가입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고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국 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러나 국민 행복지수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회안전망 구축작업이 한창이다. 여기에는 서민들도 신용이나 담보에 관계없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신용이나 담보보다는 공존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예대마진 90%는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무상복지보다는 생산을 유발하는 은행시스템(간접 복지)이 요구된다.

은행이 변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처럼 과감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의 비호아래 안전한 이자마진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서민들에게 수전노보다 더 무서운 은행에서 따듯하고 생산을 유발시키는 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 혁신에서 은행권만 예외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금융의 키다리아저씨’를 기다려 본다.

< 이종식 사단법인 통일코리아 이사장(한국신용분석사회 초대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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