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읽기|억지 웃음은 이제 그만…요즘 시대 '힐링' 예능

입력 2019-08-24 08:27  

'착한'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자극적인 억지 유머 코드를 줄이고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유발하는 프로그램들이 다시 '대세'가 됐다. 2019년 하반기 방영 중인 예능은 한때 유행했던 프로그램들보다 더 자연친화적이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삼시세끼 산촌편'과 SBS TV '리틀 포레스트', JTBC '캠핑클럽', MBN '자연스럽게'와 방영을 앞두고 있는 tvN '일로 만난 사이'의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시청자를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초록초록'한 자연을 벗삼아 먹고, 자고, 놀고, 일하는 연예인들의 소탈한 모습을 담았다.

◆ '쓰앵님' 염정아가 이렇게 웃길줄이야 '삼시세끼 산촌편'


'언제적 '삼시세끼'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나 PD는 이같은 걱정도 기우로 만들었다.

'삼시세끼 산촌편'은 닐슨코리아 기준 첫 방송 시청률 7.2%, 2회 7.8%를 기록하며 '명불허전 나PD'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여덟 시즌째 계속된 '삼시세끼'의 재미는 신선한 캐릭터에서 왔다. 기존의 이서진, 차승원-유해진의 얼굴로 대표되는 ‘삼시세끼’는 이제 여배우 3인방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의 얼굴로 대체됐다.

나영석 PD는 "농촌, 어촌 시리즈를 했으니 산촌을 론칭하고 싶었고 새로운 인물을 생각하다 이서진, 유해진에게 자주 이야기를 들었던 염정아를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 PD와 '1박2일' 촬영 경험이 있던 염정아는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고, 그와 같은 소속사인 박소담, 절친 윤세아가 '산촌편'의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지난 2주간 방송에서 염정아는 도회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털털한 '시골언니'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화제를 모은 JTBC '스카이캐슬' 예서 엄마의 모습은 훌훌 털었다.

염정아 스스로는 "요리를 잘 못한다"고 했지만, 박소담과 윤세아의 지원사격을 받아 뚝딱뚝딱 세끼를 차려냈다.


양슬기 PD는 "여러시즌을 거듭하며 요리를 잘 하는 분들이 보기 좋은 요리를 해 주셨다. 가끔 좌충우돌 하는, 풋풋한 모습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그리움을 찾다 보니 재료를 덜어내고, 열심히 만드는 모습을 담게 됐다"고 말했다.

나영석, 양슬기 PD는 '산촌편'은 '삼시세끼'의 초심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음식은 못 해도 미운 맛에, 서툴러도 자연스러운 맛에 보는 프로젝트"라며 "우리끼리 맛있게 밥을 먹은 뒤 마시는 시원한 보리차와 같은 휴식을 시청자에게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방송된 3회에서는 산촌의 첫 손님 정우성과의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정우성은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과 함께 감자를 수확하고 시장 나들이를 떠나며 '세끼 하우스'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후 첫 손님을 보낸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은 본격적으로 '세끼하우스' 리모델링에 나서기도 했다. 우천 대비 천막 치기부터 빨랫대를 고정 시키기 위해 끝 없이 땅을 파는 등 세 사람은 '힐링'을 잊고 '열일'함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선사했다. 매주 금요일 밤 9시 10분 방송.

◆ '핑클'의 참우정 만들기, 자연은 거들 뿐…'캠핑클럽'


아이돌 1세대 '핑클'은 2019년에도 '흥'했다. 활동 종료 이후 처음으로 '완전체'로 모인 이효리, 옥주현, 이진, 성유리에게 많은 이목이 쏠렸다.

'사이 안 좋은건 아니지만 소름끼치게 친하진 않았다'는 이효리의 말 처럼 네 사람은 이 방송을 통해 오랜 세월의 거리감을 점차 좁히고 있는 상태다.

4년이나 함께 활동했는데 왜 데면데면할까 싶기도 하지만 '캠핑클럽' 속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면 '어른의 사정'이 이해가 된다.

'캠핑클럽'의 미덕은 '추억팔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팬들만 이해할 수 있는 방송이 아니라 일과 육아로 지쳐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성인들에게 '공감'을 느끼게 한다.

'리더' 이효리는 리더답지 못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내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싶었다. 내 인생의 숙제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너희가 날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나이가 있으니 내가 잘못을 한걸 알아서 미안한게 많아서 싫어할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진은 미국 뉴욕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다가 결혼과 함께 배우 활동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 고백했다. 그는 "마지막에 했던 작품이 내 인생에서 정말 많이 힘들었다. 주인공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 컸다"고 말했다. 이효리는 "나는 이해해"라면서 이진을 다독였다.


옥주현은 이효리에게 "언니의 존재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솔로 활동 당시 옥주현의 모친이 '너도 효리처럼 대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해야지'하고 말했던 것. 옥주현은 "언니가 잘 되고 있는게 너무 좋으면서 괴로웠다. 나중에는 언니가 잘되니까 되게 감사하게 됐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누구나 타인보다 뛰어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온다. 10대 때부터 연예계에서 활동한 네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덧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전북 진안 용담섬 바위, 경주 화랑의 언덕, 경북 울진 구산해변 등 아름다운 캠핑장은 덤이다.

'캠핑클럽'은 1회 4.2%의 시청률로 시작해 지난주 6회 3.9%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시청할 수 있는 클립 영상 조회수는 회당 453만 뷰(스마트미디어렙 조사)를 육박했다. 6회 방영 만에 누적 재생수는 2700만 뷰를 훌쩍 넘겼다. 특히 이효리의 '해초댄스'는 170만 뷰라는 어마어마한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매주 일요일 밤 9시 방송.

◆ 자연+힐링+육아 트렌드 총집합 '리틀 포레스트'


SBS는 기존 월화드라마 자리에 '리틀 포레스트'라는 대형 예능을 편성해 방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찍박골'에 아이들이 생활하는 '돌봄 하우스'를 열어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느 취지다.

'리틀 포레스트'는 먼저 출연진이 빵빵하다. '나 PD'의 페르소나, 'tvN 공무원'이라 불렸던 이서진이 자연 속 육아에 도전했다. '집사부일체'로 진행 능력을 인정받은 이승기와 가장 핫한 코미디언 박나래, 배우 정소민이 함께했다.

자연 속 힐링, 육아, 요리와 목공 등 자급자족, 관찰예능 등 최신 트렌드란 트렌드는 모조리 섞어 넣은 포맷인 만큼 첫 방송에서 6%대 시청률을 보이며 초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이서진은 "시골도 아이도 좋아하지 않아 고사했는데 이승기가 '모두 다 할테니 하자'라고 해서 결국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꽃보다 할배'에선 이순재 등 선생님들이 주인공이었다면 '리틀 포레스트'에선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며 "저는 서포팅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승기와 정소민은 아동심리상담 자격증을 취득하며 진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정소민은 "많은 것들은 현장에서 나오더라. 자격증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면서 "몸소 체험하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네 명의 출연자들은 텃밧에서 나는 싱싱한 블루베리를 따 먹으며 아이들에게 자연친화적 체험을 선물했다.

아이들의 귀여움과 서툴기만 한 네 멤버의 모습은 힐링과 웃음을 유발했다. 지난 20일 방송분은 평균 5.4%, 최고 7.4%까지 치솟았다. 매주 월, 화 밤 10시 방송.

◆ 데뷔 36년 만, 전인화의 첫 예능 '자연스럽게'


MBN '자연스럽게'는 캐치프레이즈부터 '소확행 힐링 예능'이다.

예능에 첫 출연하는 전인화와 은지원, 김종민, 조병규가 빈 집이 늘어 가는 시골 마을에 새로운 이웃으로 입주, 평화롭지만 설레는 휘게 라이프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입주자들은 1000원을 내고 지리산 자락의 전남 구례 현천마을에 터를 잡았다.

전인화는 데뷔 36년 만에 처음으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해 그 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인화는 ‘이웃’ 중 한 명인 은지원의 신곡 ‘불나방’을 모닝 뮤직으로 선곡해봤지만 "전혀 못 알아 듣겠다"며 넋두리 했다.

그는 "카메라 앞의 모습만 평생 보여드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점점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얼굴로 촬영하는 게 편안해지더라”며 ‘인간 전인화’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반지하 자취방을 공개했던 배우 조병규는 김향자 할머니 댁 '머슴집'을 개조해 살기 시작했다. 그는 할머니가 "산에 가서 나무도 해 와야 머슴이지"라고 투덜거리자 "저 빨래도 하고 일 많이 한다"며 시골 생활에 완벽 적응했음을 인증했다.

'자연스럽게'는 KBS '1박2일' 출신 유일룡 PD가 MBN에서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늘 가지고 있던 소망같은 프로그램"이라며 "시골에 예쁜 마을들이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조그마한 화두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는 지난 17일 시청률 2.3%, 회당 재생수 평균 30만회를 기록했다. 매주 토요일 9시 방송.

◆ 유재석이 지향하는 예능의 미래 '일로 만난 사이'


유재석이 새로운 콘셉트의 예능을 들고 시청자를 찾는다. 노동 힐링 프로젝트 tvN '일로 만난 사이'의 이야기다.

24일 첫 방송되는 '일로 만난 사이'는 유재석이 매회 스타 게스트와 함께 '끈적이지 않게, 쿨하게, 일로 만난 사이끼리' 일손이 부족한 곳을 찾아가 땀흘려 일하는 프로그램이다.

첫 회 게스트는 무려 이효리-이상순 부부다. 이효리는 예능계에서 '치트키'라 통할 만큼 화제성을 불러온 바 있다. 특히 이효리와 유재석은 '해피투게더',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국민 남매 케미를 선보인 바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제주도의 한 녹차밭을 찾아 구슬땀을 흘리며 일손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쉴 새 없이 일하는 사이에도 걸핏하면 투닥투닥하는 세 명의 독보적인 케미가 보는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세 명이 녹차밭에서 일하는 현장을 포착한 사진에서도 무언가 설전을 하는 듯한 유재석-이효리, 그 옆에 무심한 듯 신경쓰는 표정으로 잎을 따고 있는 이상순의 모습이 담겨 웃음을 자아낸다.

한 손에는 생수를, 한 손에는 식혜 병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는 이효리의 사진도 시선을 끈다.

제작진은 "서로 티격태격 하다가도 유재석이 목 마를 타이밍을 딱 알고 생수와 식혜를 챙겨주는 게 바로 이효리였다"며 '20년지기 일로 만난 사이'의 훈훈함이 돋보였다는 후문을 전했다.

또한, 일터에서 만났을 때 서로를 '재석씨', '상순씨'라고 어색하게 부르던 유재석과 이상순 역시 함께 땀을 흘리며 부쩍 가까워져 호칭이 어느새 '형', '상순아'로 바뀌어 훈훈함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방송.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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