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의 데스크 시각] 조국이 불붙인 '학종 폐지' 논란

입력 2019-09-01 17:43   수정 2019-09-02 00:27

1982~1993년 학력고사를 보고 대학에 들어간 기성세대는 요즘 대입제도를 잘 모른다. 당시에는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과목을 객관식으로 시험화한 학력고사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 학력고사 점수가 발표되면 입시학원에서 나온 대학배치표를 보고 적정한 대학에 지원하면 그만이었다.

그런 세대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진학 과정을 보면서 가장 의아해했던 것은 필기시험을 안 보고 대학과 대학원 그리고 의학전문대학원까지 갔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게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란 대입제도이고, 그 전형을 통과하기 위해 고등학생이 여러 개의 인턴을 하면서 의학논문 제1저자에까지 오른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불공정성 논란 이는 대입 제도

학종의 뿌리는 입학사정관제다. 수능시험이 아니라 내신과 교과 이외의 학업 관련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는 사교육 열풍을 줄이고 대학이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도록 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하지만 과잉 경쟁과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조 후보자의 딸처럼 논문 쓰기가 성행하는 등 스펙 경쟁이 극에 달하자 2014년에는 교내 활동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었다.

학종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 나아가 돈과 컨설턴트가 입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이 요구하는 학종 내용이 학생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다. 학생의 대입에 주변인이 모두 달라붙다 보니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공정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이 불공정 경쟁에 대다수 학생을 들러리 세운다는 것이다. 한 고교생이 1년에 30~40개의 상을 싹쓸이하는 사례는 과거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학교에서 성적 우수자에게 상을 몰아줘서 나온 병폐다. 해당 학교는 그래야 한두 명이라도 서울대에 보낼 수 있었다. 이는 학종의 구조적 문제에서 파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단속이나 개선 요구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학종의 불공정성에 관한 한 대학도 한몫하고 있다. 학생선발권을 공정하게 행사하고 있는지에 의구심이 많다. 시험을 치른 당사자조차 합격·불합격 이유를 모르는 ‘깜깜이 전형’이어서다.

대학 개혁과 함께 논의해야

흥미로운 점은 학종의 생명력이다. 거센 비판 속에서도 해마다 몸집을 불려왔다. 올해도 대학입시에서 학종을 통한 신입생 선발 비중은 25% 정도다. 그러나 최고 명문대라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전체 입학생의 57%를 학종으로 뽑는다. 학종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안이 마땅치 않은 데 있다. 과거처럼 100% 정시로 뽑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학 및 학생의 서열화, 강남 사교육과 과외 열풍의 시대로 회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는 점점 다양화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에서 보듯 인적 자원은 갈수록 줄고 있다. 제한된 인력을 더 유능한 인재로 키워야 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그래서 대입제도는 대학의 개혁과 함께 다뤄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대입제도 개편을 하겠다고 해놓고 정시와 수시 비중을 조정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비중 조정이 아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당·정·청 관계자들에게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 대학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사회적 에너지 소모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가 교육 개혁을 위한 사회적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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