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생기자 9개월 만에 문닫는 전국 1위 성산자동차운전전문학원

입력 2019-09-03 15:35   수정 2019-09-03 15:54


전국 1위 운전학원인 서울 마포구 성산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하 성산학원)이 오는 5일 폐업한다. 사측은 ‘노조의 갑질’ 때문이라고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노조 탄압’을 한다며 고용노동부에 부당폐업 진정을 냈다. 회사와 노조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며 운전면허를 따야 하는 서부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노조 탄압” vs “회장 건강 나빠”

성산학원에서는 연 평균 1만5000여명의 수강생이 면허를 취득한다. 학원 홈페이지에 공지된 2종 보통 수강료(교육 및 시험료)는 94만8000원으로, 산술적으로 연 수입은 최대 약 142억원이다. 그러나 사측은 돌연 오는 5일 학원 문을 닫겠다고 지난달 2일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설립자(최수군 대표)의 건강이 좋지 않고 철도시설공단과 매년 부지 임대차 계약을 맺는데 임대료가 가파르게 올랐다”면서도 온라인 포털에 있는 홈페이지 소개에는 “민주노총 노조로 인해 눈물의 폐업을 한다”고 썼다.

노조 입장은 정반대다. 지난해 12월 노조가 설립된 후 사측의 노조 탄압이 이어졌고 폐업도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십수년을 일한 강사와 신입 강사가 모두 법정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노조를 세워 보너스 정례화, 근속수당 연 1만원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산학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학원은 지난 6월24일부터 주말교육을 중단했다. 사측이 운전면허 성수기인 방학을 앞두고 주말교육을 없애면서 약 250만원이던 운전강사들 월급은 190만원대로 줄었다. 반발한 노조가 지난 7월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이 폐업 공표를 했고, 이후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근로를 제공하겠다는 확약서도 썼지만 사측이 폐업을 강행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들은 지난달 13일께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부당폐업 진정을 냈다.

‘강제 근로’ 검찰 수사…“지원받았다”

사측은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했으며 이를 들어주지 않자 고소·고발 등 학원 운영을 방해해 폐업에 이르게 했다고 말한다. 노조가 요구한 사항들을 모두 들어주려면 연 13억원(연 수입의 10% 추정)의 추가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학원에서 ‘투쟁’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다니며 수강생이 줄었다고도 주장했다. 학원 관계자는 “노조가 공익 목적이라며 회사의 식당과 소방·세차 시설 등 7~8 건의 민원제기와 행정고발을 했지만 성산학원 외 다른 학원은 대상이 아니었다”며 “반복되는 고소·고발로 대표가 거듭 조사를 받으며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중 다수에 대해 정당한 노동행위라고 지난달 2일 판결했다. 노동위원회는 “관계법령과 기존 판례 등을 종합하면 노조 조끼 착용은 정당한 노조 활동에 해당하며 수강생 수가 줄었다고 인정할 명확한 자료가 없다”며 “제기한 민원도 학원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소·고발에 대해서는 노조도 할 말이 있다. 최 대표가 학원 비수기에 강사들을 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 등 본인 소유 토지에 보내 농삿일을 시켰다는 의혹이 있어서다. 이 작업에 동원됐다는 강사 임모씨(48)는 “월요일 새벽 학원에서 출발해 무주에서 3박4일간 잡초를 제거했다”며 “불이익을 받을까봐 거부할 수 없었고 ‘회사를 그만두라는 뜻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조 설립 후인 지난 3월 최 대표를 부당노역 및 근로조건 위반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신고했다. 고용노동청은 지난달 2일 최 대표를 강제 근로(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서부지검은 이 사건을 형사5부에 배당해 수사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계열사인 덕유농원 농장으로 강요가 아니었고 강사들의 지원을 받았다”며 “추가 수당을 지급했으며 거부해도 불이익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성산학원 없어지면 한강 건너야…수강생 ‘불만 폭발’

성산학원이 이대로 문을 닫으면 서울 서부지역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은 큰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성산학원이 없어지면 한강을 건너 신도림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가거나, 운전면허 취득 기능이 없는 자동차운전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후 서부면허시험장에서 면허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부운전면허시험장도 서울시가 최근 재개발 대상으로 지정하고 개발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기존 수강생들의 반발은 거세다. 서울 합정동에 사는 20대 직장인 A씨는 “7월부터 성산학원을 다니며 운전면허 시험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학원이 폐업해 다른 곳에서 도로주행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성산학원 다음으로 가까운 곳은 신도림자동차운전전문학원인데 너무 멀어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의 한 마포구 맘카페에도 “아들이 기능시험까지만 치렀는데, 학원에서 환불받으라는 연락을 못 받아 도로주행 수강료를 떼일 뻔했다”며 “환불받으러 찾아가니 도로주행 강사들이 파업해서 폐업한다더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신도림자동차운전전문학원은 “최근 마포와 서대문, 은평구에서 많은 분들이 오고 있어 셔틀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은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관할 지방경찰청의 지정을 받아 영업할 수 있다. 다만 지역별로 운전전문학원 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서울 서부에 새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 들어선다 해도 관련 기준 충족 및 심사를 하려면 경찰청 지정을 받기까지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유정/설지연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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