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이야기] 데이터 공동저장 공간인 '클라우드'는 IT 발전의 토대죠

입력 2019-09-09 09:01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것은 비단 자동차와 빈방뿐만이 아니다. 데이터 저장공간과 정보기술(IT) 자원 역시 더 이상 소유할 필요가 없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로부터 가상의 저장공간과 인공지능(AI), 가상현실,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 소프트웨어를 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역시 쓴 만큼만 지불할 수 있으니 기업들은 PC와 서버를 더 이상 소유할 이유가 없어졌다. 몸이 가벼워진 기업들은 보다 빠르고 날쌔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필요성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무엇보다 ‘데이터’다. 데이터를 통해 발견한 인사이트를 비즈니스 모델로 반영할 수 있는지 여부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다.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이 심화될수록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제조 시대의 자동차 회사는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공급망 관리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지만,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목전에 둔 오늘날에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시스템으로는 이런 데이터를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지만, 당장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데이터의 축적과 관리를 위해 서버와 컴퓨팅 능력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란 기업에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많은 기업이 자신의 데이터센터를 버리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찾는 이유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의미와 활용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은 IT를 자원에서 소비가능한 서비스로 변화시켰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필요한 IT 자원을 기업들이 직접 소유하고 스스로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소비 대상으로 변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가상의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데 그쳤던 클라우드 서비스가 최근에는 빅데이터, IoT, 블록체인, AI 등 최신 기술까지도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초기 투자비용은 물론 유지관리를 위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정보들은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보안 문제도 한층 강화됐다.

자동차 분야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활용이 두드러지는 영역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현대·기아자동차가 아마존 웹서비스를 활용한 AI 기술을 통해 차량이 자동으로 운전자를 인식해 개인맞춤형 세팅을 제공하거나, 교통 및 자원의 수요예측에 사용하고 있다. 한편 완성자 제조사들 자체가 클라우드 기업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에 따르면 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업의 마진율 차이에 기인한다. 하드웨어 마진율은 4~6%에 불과한 데 소프트웨어 마진율은 30~50%에 달하기 때문에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 자동차는 완성차 업체들이 제조하지만, 정작 수익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가져가는 형국이 되고 만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자신들의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클라우드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도입과 국가 경쟁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인 AI, 빅데이터, IoT, 에지 컴퓨팅 등 모두 데이터 중심의 기술들이고, 이들 기술은 클라우드라는 인프라가 존재하기에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산업기반 인프라가 도로, 철도, 전기, 항공 등이었다면, 그 자리를 클라우드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자리를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클라우드 시장은 흔히 ‘빅4’라 불리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리바바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빅4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인 60%보다 높은 수준이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민간 클라우드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자국 클라우드산업의 발전을 위해 공공 부문이 선도적으로 국산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기르는 마중물이 돼 주는 것이다. 정부 역시 국산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해 공공기관의 서비스 혁신을 앞당기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산업의 발전과 공공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 공공서비스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클라우드 경쟁력은 산업경쟁력은 물론 데이터 주권의 문제와 직결된 디지털 경제시대의 핵심이다.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클라우드로의 전환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각자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어떻게’ 클라우드와 연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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