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켓인사이트] 구광모 LG 회장 고모부 회사 깨끗한나라, M&A 매물로

입력 2019-09-10 18:00   수정 2019-09-10 18:13

≪이 기사는 09월10일(16:3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모부 회사이자 범 LG가의 사돈 기업인 깨끗한나라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현수 깨끗한나라 대표 등 이 회사 오너 일가는 보유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삼일PwC 회계법인 등 국내 회계법인들을 대상으로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있다. 최현수 대표와 어머니인 구미정씨, 여동생인 최윤수 나라손 대표, 남동생인 최정규씨 등이 보유한 오너일가 지분(보통주 기준) 35.81% 가운데 60% 가량이 매각대상이다. 깨끗한나라는 사돈 기업인 희성그룹도 핵심 계열사인 희성전자를 통해 지분 28.29%를 갖고 있다. 매각주관사와 매각 구조를 확정하면 희성전자에도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함께 매각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전체 매각가격은 500억~600억원으로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깨끗한나라 오너 일가 지분과 희성전자 지분 등을 사들이는 인수자가 단일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라며 “매각이 원활하지 않으면 오너가 지분 전부를 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깨끗한나라 오너 일가가 회사를 매물로 내놓는 이유는 심각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제지 및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깨끗한나라는 2017년 ‘생리대 파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2017년 환경단체인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에 의뢰해 조사한 일회용 생리대의 방출물질 실험 결과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브랜드인 릴리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같은해 12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릴리안과 깨끗한나라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 벌어져 시장점유율과 매출이 급락했다. 깨끗한나라 매출의 43.7%를 차지하는 생활용품 가운데 두루마리 화장지만 2016년 17.1%에서 올 상반기 18.8%로 점유율이 늘어났을 뿐 나머지 제품은 모두 반토막이 났다. 12.7%와 12.4%였던 생리대와 기저귀의 점유율은 6.8%와 5.6%로, 물티슈 점유율도 6.8%에서 4.9%로 떨어졌다. 전체 매출의 56.3%를 차지하는 제지업 점유율도 28.2%에서 27.5%로 하락했다.

문제가 된 제품을 모두 환불하고 생산을 중단한 탓에 영업이익의 타격이 더 컸다. 2016년 706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6263억원으로 11% 줄었다. 2016년까지 4년간 50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7년 이후 2년 동안 54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적자가 누적돼 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지자 깨끗한나라는 지난 3월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실시했다. 올 상반기 매출도 29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01억원)을 밑돌자 오너 일가는 제3의 전문 투자자를 최대주주로 영입해 경영을 쇄신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상당수 국내 PEF들이 깨끗한나라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1등 브랜드가 없는게 약점이지만 물티슈, 생리대, 화장지, 기저귀 등 모든 브랜드가 고른 경쟁력을 갖고 있어 PEF가 인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최현수 대표의 아버지인 최병민 회장은 여전히 회사를 매각하기보다 경영진에 복귀해 자체적으로 경영정상화를 꾀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의 보유지분 2.39%는 매각대상에서 빠졌다.

깨끗한나라는 LG가의 사돈기업이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의 아내 구미정씨는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두번이나 경영난에 빠진 깨끗한나라를 구한 인연이 있다. 첫번째는 제지업계 불황으로 깨끗한나라의 부채비율이 1200%까지 오른 2009년이었다. 구본능 회장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으로 깨끗한나라의 경영권이 제3자에게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깨끗한나라 지분 57.8%를 사들였다. 또 622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유동성 부족을 해소했다. 깨끗한나라를 지원한 희성전자의 지분율은 71%까지 상승했다. 희성그룹의 관리 덕분에 2013년 깨끗한나라의 매출과 영업익이 6000억원과 200억원을 돌파하자 구 회장은 사돈댁에 회사를 돌려줬다. 2014년 최 회장 일가에 깨끗한나라 지분 35.6%를 넘겨준 것이다. 최 회장도 2015년 6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두번째 지원은 생리대 파동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깨끗한나라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지분 10.6%에 대해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지난 2월이었다. 구 회장은 290억원을 들여 풋옵션 물량을 모두 사들였다. 지난 10년간 구 회장이 최 회장 일가를 지원하는데 쓴 돈은 1075억원이었다.

재계 일부에서는 깨끗한나라 매각을 LG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와 연결시키기도 한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의 특수관계인(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계열사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으로 본다. 깨끗한나라는 LG그룹의 동일인인 구광모 회장의 고모 및 고모부(3촌)와 고종사촌(4촌)의 회사다. 하지만 LG그룹 및 희성그룹과 완전히 분리된 회사여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법조계는 해석한다. 그런데도 깨끗한나라 매각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연결하는 건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규제는 논란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해 왔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상장·비상장을 막론하고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기업과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이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로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지만 LG그룹은 이미 논란의 여지가 있는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정리했다. 구광모 회장 등 총수 일가가 가진 판토스 지분 19.9%를 미래에셋대우에 전량 매각했고, 서브원은 지분 60%를 홍콩계 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팔았다. (주)LG는 LG CNS 보유 지분율을 50% 아래로 떨어뜨리기 위해 지분 35%를 글로벌 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맥쿼리PE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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