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장 "자살 예방하려면 갑질·막말부터 줄여야"

입력 2019-09-10 17:42   수정 2019-09-11 00:40

“한국은 2016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3년 연속 자살률 1위였습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자살제로(0)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맞아 기자와 만난 강지원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장(70)은 자살예방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2003년 한국 사회의 자살 문제를 개선하고자 많은 전문가가 모여 만든 단체다. 생명존중 정신을 구현하며 자살예방을 위해 교육과 홍보, 프로그램 개발 등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자살예방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강 이사장은 오랫동안 청소년 복지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인 그는 2016년부터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푸르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강 이사장의 부인은 속칭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이다.

강 이사장이 자살예방 활동에 참여한 계기도 청소년 자살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청소년 문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청소년 자살에 관심을 가졌다”며 “청소년들이 왜 자살을 시도하는지 고민하면서 자살 문화 전반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자살예방 활동에 앞장섰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그나마 2011년 자살예방법이 제정된 이후 자살률이 조금씩 줄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자살예방을 위해 민간과 여러 부처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게 강 이사장의 조언이다. 그는 “가까운 일본만 봐도 자살 관련 예산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며 “보건복지부만의 문제로 국한하지 말고 보건·의료·복지·교육·노동 분야를 망라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범정부 자살예방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자살예방정책위원회가 출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며 관계부처 장관 등 정부의 당연직 위원 13명과 민간의 자살예방 분야 전문가 10명이 참여한다. 지난 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첫 회의에 참여한 강 이사장은 “정부 최고위층이 자살예방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한 건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강 이사장은 “사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철학적인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자살예방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관통하는 철학적인 인식은 없습니다. 한국은 ‘상처 주고받기’ 문화가 만연한 나라입니다. 정치권을 비롯해 일상생활에서도 갑질과 막말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상처를 줄이고 서로 배려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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