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해명 창구 자청한 SBS '한밤'…시청률·화제성 잡았으니 만족하십니까

입력 2019-09-18 15:25   수정 2019-09-18 15:26


병역 기피 논란으로 17년째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유승준이 답답하고 억울하다며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이번에는 개인 SNS도 아닌, 아프리카TV도 아닌, 지상파 방송 SBS를 통해서였다.

지난 17일 SBS 연예정보프로그램 '본격연예 한밤'(이하 '한밤')은 유승준과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유승준은 2002년 한국 입국을 거부당한 후 처음으로 지상파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방송 전부터 '한밤' 측은 '유승준이 처음으로 꺼내놓는 17년 전 이야기'라며 대대적으로 이를 홍보했다. 그러면서 "유승준의 이야기를 그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인터뷰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전파를 탄 유승준은 그가 미국 시민권을 택해야 했던 이유부터 그간의 심경, 한국에 다시 돌아오려는 이유 등에 대해 구구절절 해명했다.

먼저 유승준은 "나는 군대를 가겠다고 내 입으로 솔직히 처음으로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일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서 아는 기자가 '이제 나이도 찼는데 군대가야지'라고 하더라. 그래서 '가게 되면 가야죠'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그런데 다음날 1면에 '유승준 자원입대하겠다'라는 기사가 났다"라고 말했다.

당시 각종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 남자면 다 겪는 일이기 때문에 나한테 크게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을 어긴다든지, 편법을 사용한다든지 그런 건 생각을 안 하고 있다'라고 발언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좀 떠밀렸던 것 같다"면서 "나는 그때 정말 가려고 했다. 그 약속은 진심이었지만 그걸 이행하지 못한 거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민권 딸 거 다 (준비)해놓고, 군대 갈 거라고 하다가 싹 (미국을) 가 버린 것처럼 그렇게 비열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버지와 목사님의 설득으로 미국행을 택하게 됐으며, 재외동포의 한국 내 영리활동이 가능한 F-4 비자를 신청한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그는 "영리활동 계획이 전혀 없다. 한국 땅 밟지도 못할 상황에 무슨 계획이 있고, 생각이 있겠냐"라면서 "왜 꼭 그 비자 받아서 오려고 하느냐고 하는데 나는 어떤 비자로도 못 들어간다. 그걸 고집한 게 아니라 변호사님이 한국 땅 밟기 위한 비자로 그걸 추천해 주신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가위', '나나나', '열정', '찾길바래'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내며 독보적인 남자 솔로로 큰 인기를 구가했던 유승준은 2002년 군 입대 시기가 다가오자 미국 시민권을 택했다. 바른 청년의 이미지가 강했던 터라 대중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병역 기피 의혹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병무청은 출입국 관리법 11조에 의거해 법무부에 유승준에 대한 입국 금지를 요청,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유승준은 17년간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 발을 딛고자 꾸준히 문을 두드린 그였다.


유승준은 2015년 5월 아프리카TV를 통해 '유승준 13년 만의 최초 고백, 라이브'라는 제목으로 눈물의 사과 방송을 했다. 당시 유승준은 "나이 제한을 떠나 군에 입대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라는 질문에 "그렇게 선처만 해준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입대하겠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지난 1월 18일에는 기습 신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앞서 반대 여론에 부딪혀 한 차례 국내 컴백이 무산됐음에도 굴하지 않고 강행한 것이었다.

유승준의 한국 입국 의지는 강력했다. 그는 2015년 9월 주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인 F-4를 신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 해 10월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에서 비자 신청 거부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고 판단한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올 7월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날 판결로 유승준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파기환송심 공판을 앞두고 있고, 여전히 유승준을 향한 대중들이 반응이 싸늘한 가운데 '한밤'은 그의 해명 창구가 되길 자청했다. 이에 '한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 특히 시청자들은 그간 유승준이 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내용들만 담긴 인터뷰에 황당함을 드러내고 있다. 네티즌들은 클립 영상에 "대체 왜 미국까지 찾아가서 인터뷰를 해주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하소연을 하기 위한 방송이냐", "대체 왜 인터뷰까지 해서 관심을 주는건지", "해명을 들어주기 위한 인터뷰인가" 등의 댓글을 달며 불편함을 표했다.

그러나 '한밤'은 어느 정도 유승준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시청률 조사업체 TNMS에 따르면 이날 유승준 인터뷰는 '한밤' 1부에서 방송됐는데 시청률이 지난주보다 1.0% 포인트 상승한 7.0%를 기록했다. 최고의 1분 역시 8.0%로 유승준 인터뷰가 차지했다.

화제성도 두드러졌다. 방송 전부터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유승준은 방송 다음날인 18일에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네이버TV에 올라온 해당 인터뷰 클립 영상은 재생수 2만5000회를 넘어섰다. 이는 많아야 1000~2000회 정도의 재생수를 기록한 '한밤'의 다른 영상들과 확연히 비교되는 수치다.

그렇게 지상파 인터뷰를 발판 삼아 유승준은 한국 입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칠 수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에 가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니냐. 이유가 없다. 한국이 그립다"라면서 "내 정체성이고 뿌리"라고 호소했다. 병역 기피 논란으로 17년째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유승준의 하소연을 '팩트체크'라는 미명 하에 황금 시간대에 내보낸 SBS. 지상파 방송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한편, 유승준의 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파기환송심은 오는 20일 열린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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