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토박이 이춘재, 30년전 수사망 피한 까닭은

입력 2019-09-22 09:56   수정 2019-09-22 09:57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당시 촘촘했던 수사망을 어떻게 피할 수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1∼10차 사건이 벌어지는 5년 가까운 기간 내내 범행 장소 주변에 살았던 데다 당시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용의자가 20대 남성으로 특정된 상황에서 20대였던 이춘재의 꼬리가 진작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현시점에선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춘재의 본적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이다. 이춘재는 이곳에서 태어나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몇차례 주소지를 바꿨을 뿐 화성 일대에서 계속 살았다.

화성사건이 1986∼1991년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23세부터 28세까지 범행을 저지른 뒤 30세에 청주로 이사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춘재는 청주로 이사한 지 9개월 만인 1994년 1월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에야 붙잡혔다. 현재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그렇다면 왜 10차에 이르는 범행이 끝나고 난 뒤 이사를 할 때까지 경찰은 그의 실체를 포착하지 못했을까.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적 관심,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경찰이 화성 일대의 잠재적 용의자들을 이 잡듯이 뒤졌을 텐데 말이다.

실제로 경찰은 화성사건 해결을 위해 총 205만여 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 화성 일대를 샅샅이 뒤졌고, 신속 해결을 주문하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지시까지 떨어진 상황에 혹시나 이어질 추가 범행을 막기 위해 24시간 경계 근무 체제에 들어가기도 했다.

용의자에겐 당시 최고액인 5000만원의 현상금이 걸렸고, 1992년 기준 누적 수사비만 해도 5억4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2만1280명을 조사하고 4만116명의 지문을 대조했음에도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수사본부가 꾸려진 화성경찰서 서장이 2명이나 연달아 직위 해제되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당시 수사팀이 무당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거나 목욕탕에서 무모증 남성을 찾아 헤맸다는 이야기가 '팩트'로 입에 오를 정도로 범인을 잡기 위한 경찰의 의지만큼은 확고했다.

이런 정황을 놓고 봤을 때 경찰이 추정했던 범인의 혈액형이 이춘재의 것과 달라서 용의 선상에서 빠졌을 가능성이 가장 설득력 있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DNA 판독 결과 이춘재의 혈액형은 O형이지만, 화성사건 당시 경찰은 4, 5, 9, 10차 사건 범인의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판단했다.

DNA 검사의 정확성을 고려했을 때 범인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당시 판단이 틀렸을 거라는 게 중론이지만, 그때는 다른 증거가 많지 않았던 데다 빠른 검거를 위해 수사대상을 압축해야 했기 때문에 범인을 잡고도 혈액형이 다른 이유로 풀어줬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경찰이 이춘재를 수사대상으로 삼을 기회를 관할권 문제로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처제 살인사건을 접한 당시 화성사건 수사본부는 "혹시 몰라 이춘재를 한번 조사할 테니 화성으로 이춘재를 데려와 달라"고 했지만, 청주 경찰은 처제 강간살인 사건 수사를 이유로 "여기 수사가 우선이니 필요하면 직접 데려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화성사건 수사본부는 이춘재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이춘재가 당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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