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50년 넘게 지속된 '한·일 경제인회의'가 한·일 관계 돌파구 마련할까

입력 2019-09-22 14:57   수정 2019-09-22 21:00


오는 24~2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경제인회의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양국 주요 기업을 이끄는 경제인들의 모임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시킬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까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1회 한·일 경제인회의가 양국 간 관계개선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행사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행사는 매년 5월에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열립니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50주년 행사가 열렸던 만큼 올해는 당초 5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말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판결로 껄끄러워진 한·일 관계를 고려해 가을께로 연기됐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월에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가 시행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강행되면서 이번 행사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급변하는 세계 경제 속의 한일협력’을 주제로 열리는 올 해 행사에는 한국 측에서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과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밖에 200여명의 주요 기업 경영자와 임원급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기조강연을 맡을 계획입니다.

일본 측 참석 인사로는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인협회 회장(미쓰비시 상사 특별고문)과 고가 노부유키 부회장(노무라 증권 회장)을 비롯해 아나홀딩스, 이토추상사 등 100여명의 일본 경영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일 경영인들은 ‘한일관계와 서플라이체인의 변화’, ‘최근 한일관계의 움직임과 과제’ 등에 대해서도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한·일 경연인들이 내놓을 공동성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어렵게 성사된 이번 행사와 관련 행사 이전부터 이번 행사를 경색된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실제 일본 경제인단체 수장들이 최근 들어 양국 기업인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은 최근 암 투병으로 게이단렌 회장직을 3개월간 비웠다 돌아온 자리에서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지만 실제 비즈니스 협력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다시 한 번 좋은 상황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쿠라다 겐고 경제동우회 간사도 “소모적인 대립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번 서울 대회에 한·일 정치권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관심사안 입니다. 지난해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열린 50회 행사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아베 총리는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가 어려울 때도 한·일 간 경제인 교류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지속됐다”며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세 번째로 큰 무역대상국이자 자원개발, 인프라 정비, 저출산 고령화 대책, 환경 문제 등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돈독한 파트너”라고 강조했었는데요. 이후 아베 총리의 실제 행보는 축사 내용이 무색하게 한국에 대한 공격 일변도로 진행돼 많은 아쉬움과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때가 때인 만큼, 한·일 정치권이 행사에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향후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중한 내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한·일 경제인회의는 1969년 서울에서 1회 회의를 연 뒤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유서 깊은 행사라고 합니다. 이 행사를 계기로 한·일 양국이 이제 그만 소모적인 대립을 멈추고, 건설적인 협력으로 나가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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