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재 서류 준비에만 수개월…'싸고 빠른' 중재 매력 되살려야"

입력 2019-09-22 17:17   수정 2019-09-23 03:07

지난해 말 체코 프라하에서 국제중재의 비효율성을 성토하는 중재인들의 회의가 열렸다. 법원 재판보다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중재의 장점이 퇴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분쟁 당사자들에게 광범위한 문서를 요구하고 복잡한 절차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탓에 변호사 좋은 일만 한다는 얘기였다.


“지금 중재는 변호사들만 좋은 일”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와 법무부가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등과 함께 지난 17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개최한 서울 국제중재 페스티벌에서도 국제중재 과정의 군더더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홍석환 한국조선해양 수석변호사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건설 관련 중재 사건에 참여했을 때 엔지니어와 변호사들이 7개월을 매달려 문서 준비 작업을 했다”며 “국제중재 비용과 시간의 70~80%가 서류 작성에 드는데, 이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기업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변호사뿐만 아니다. 지난해 영국 런던퀸메리대가 국제중재 경험이 있는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중재의 문제점을 비용에서 찾았다. 사건 처리 기간이 늦어진다는 반응도 34%로 나타났다.

정교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는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서로 각종 문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판정부와 합의해 어떤 서류로 다퉈야 할지 제대로 조율한다면 쓸데없는 준비로 공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김갑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한상사중재원이 1년 반 정도면 국제중재 사건을 마무리하는 비결은 사전에 판정부와 당사자들이 모여 사건의 쟁점과 절차를 논의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라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을 때 불필요한 증인 신문을 줄이고 핵심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재 판정문 공개를 활성화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더그 존스 전 공인중재인협회장은 “판정문을 누구나 볼 수 있게 되면 다른 사건 관계자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며 “중재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사건을 빨리 처리하도록 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을 비롯해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 대한상사중재원 등은 기업인들의 기밀보호를 중시한다면서도 부분적으로나마 판정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사내 변호사 더 깊숙이 개입해야

지난해 말 등장한 프라하 규칙은 중재 판정부의 개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중요하지 않은 쟁점에서 소모적 논쟁이 벌어지거나 불필요한 ‘문서 요청 전쟁’이 생겼을 때 과감하게 정리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임수현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사무총장은 “중재업계 전반에서 판정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다”며 “판정부가 쟁점을 명확히 파악해서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분쟁 당사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사건 처리도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중재 비용 절감과 관련해서는 기업 사내변호사들의 역할도 강조됐다. 40년 넘게 중재인으로 활동해 온 레스터 슈펠바인 실리콘밸리 중재센터 대표는 “초반부터 사내 법무팀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경영자(CEO) 등 의사결정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국제중재페스티벌에는 전 세계 중재인을 비롯해 국내외 로펌 관계자, 사내변호사, 학계 인사 등 약 800명의 관계자가 참가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미디어 파트너를 맡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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