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분장만 30년째…年 20편 맡아, 요즘 트렌드는 튀는 것보다 자연스러움"

입력 2019-09-23 17:08   수정 2019-09-24 03:19

뮤지컬 분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화려함’이다. 멀리서도 잘 보일 만큼 짙은 화장과 눈에 띄는 가발로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상을 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무대 트렌드는 정반대다. 올해로 30년째 뮤지컬 무대 분장을 하고 있는 김유선 분장 디자이너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분장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며 “외국엔 아예 노메이크업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이크업도 가발도 관객들의 기억에 유달리 남거나 지나치게 튀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뮤지컬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5년 ‘명성황후’ 초연, 2001년 ‘오페라의 유령’ 국내 초연 등 한국 뮤지컬사에 길이 남을 만한 무대의 분장을 맡았다. ‘모차르트’ ‘레베카’ ‘엘리자벳’ ‘브로드웨이 42번가’ ‘웃는 남자’ 등 수많은 대형 뮤지컬이 그의 손을 거쳤다. 많을 땐 1년에 40편까지 했고, 최근엔 연 20편가량 맡고 있다. 올해도 ‘엑스칼리버’ ‘맘마미아’ ‘사랑했어요’ 등의 분장을 담당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1989년 미용사 친구로부터 분장사 이야기를 전해 듣고 무대 분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남자 분장사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지만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분장이란 직업 자체보다 음악을 워낙 좋아해 뮤지컬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1993년부터 ‘킴스프로덕션’이란 회사를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직원 30명과 함께 끊임없는 도전으로 국내 무대 분장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그는 최근 무대 분장에서 가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이 메이크업을 먼저 떠올리지만 무대 분장에선 가발이 80%, 메이크업이 20%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무대 분장 디자이너 중 유일하게 가발을 직접 제작한다.

가발 제작엔 많은 시간이 투입된다. 100% 인모를 활용해 한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머리 형상을 하나씩 떠서 만든다. 작품당 최대 140여 개까지 제작한다. “캐스팅이 확정된 순간부터 시작해 꼬박 3개월을 만듭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일일이 다 빨아 건조기로 말리고 습자지에 싸서 보관하죠. 다음 시즌에 다른 배우가 캐스팅되면 다시 수선해서 써야 합니다.”

지난달 개막한 ‘시티 오브 앤젤’에선 더 정교한 작업이 이뤄졌다. 이 작품에선 한 무대 위에 흑백과 컬러 조명으로 공간이 구분된다. “한 배우의 가발도 색깔을 달리 제작했어요. 흑백과 컬러 조명 아래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줘야 했거든요. 흑백 조명에선 회색, 컬러 조명에선 라이트 브라운색의 가발을 주로 만들었죠.”

가장 까다로운 작업은 ‘사랑했어요’처럼 현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다. “가발 수는 시대극보다 많지 않아요. 어려운 점은 가발처럼 보이면 안 되게 제작해야 한다는 거죠. 사극이야 누구나 가발인 걸 알지만, 현대극에선 누구도 배우가 가발을 썼다고 인식하지 않도록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연말까지 무대에 올릴 작품도 수두룩하다. ‘빅피쉬’ ‘보디가드’ ‘레베카’ ‘아이다’ 등 대형 뮤지컬들로 스케줄이 가득 차 있다. 그는 “30년 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앞으로 20년 정도는 거뜬히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장 분야에서 더 많은 발전을 이뤄내고 싶다”고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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