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사우디 '드론 테러' 유발한 예멘 내전

입력 2019-09-23 17:13   수정 2019-09-24 00:10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첨단 방어망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지구촌이 충격에 빠졌다. 공격의 주체가 예멘 후티 반군이고, 배후로 이란이 지목되면서 예멘 내전은 미국·이란·사우디의 군사적 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전면전 가능성은 낮지만 시리아 내전에 이어 또 한 번 중동의 대혼란이 예고되는 시점이다.

2014년 시작된 예멘 내전은 5년째로 접어들었다. 네 파벌의 알력에서 비롯됐다. 수도 사나를 중심으로 서부 해안지대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무함마드 후티 세력, 동부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 만수르 하디 대통령 세력, 남부과도위원회 세력, 알카에다 잔존 세력 등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각자도생을 위해 갈등하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 사우디가 하디 정권을, 이란이 후티 연합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면서 사실상 양국 대리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 군사 지원을 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가 예멘 남부과도위원회를 지원함으로써 아랍국가 간 분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예멘은 19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남북 두 나라로 쪼개졌다. 지금 후티가 장악한 북부는 자본주의 체제가 들어섰고, 구소련이 통제한 남예멘은 사회주의로 출발했다. 1990년 북예멘이 남쪽을 병합하면서 명목상 통일이 이뤄졌지만 통합은 요원했고,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1인 독재는 부패로 인해 갈수록 민심을 잃었다. 2004년 최초의 조직적인 반정부 저항이 시작됐다. 후세인 바드레틴 후티가 이끄는 북부 시아파 지역이었다. 오랜 차별과 박해에 시달려온 후티 세력은 많은 희생에도 복수와 독재 타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2011년 아랍민주화운동은 예멘에도 봄바람 같은 희망이고 도전이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18년간 집권한 포악한 독재자 살레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사우디로 도망갔다. 대혼란과 정치적 우여곡절 끝에 당시 부통령 만수르 하디가 2년간 대통령을 맡기로 했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속 집권했다. 공정한 선거를 통해 민의를 수렴할 여건도, 바닥에 떨어진 삶의 형편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14년 후티 세력이 등장해 권력을 잡았다. 새로운 헌법을 만들고 정부와 의회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로 쫓겨난 살레 전 대통령이 후티를 강력 지원했다.

후티는 사우디와 북쪽 국경을 맞대면서 정적 하디 대통령을 지원하는 사우디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후티 정권은 곧바로 서방에서 ‘반군’으로 지칭되기 시작했다. 이를 놓칠세라 같은 시아파인 이란이 개입해 고립무원인 후티의 최대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를 느낀 사우디는 2017년부터 내전에 직접 개입하면서 후티에 대한 군사 공격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이제 예멘 내전은 후티와 사우디의 직접 전쟁이 됐고, 미국과 이란이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우디의 미사일 공격으로 수만 명의 예멘 민간인이 희생되고, 홍해 연안의 유일한 보급항인 후다이바항을 봉쇄하면서 수십만 명이 굶주림에 직면해 있다. 사회 기반시설이 초토화된 상태에서 콜레라까지 창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후티의 반격 대상은 당연히 사우디다. 수십 차례의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에 크고 작은 타격을 줬지만, 군사적 열세 상황에서 한계를 절감해 왔다. 극단적인 보복의 한 형태가 이번에 벌어진 사우디 동부 아람코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이다. 예멘 내전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기 전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 경제의 급소를 공격하는 무모하고도 비열한 공격을 용인할 수는 없다. 무고한 예멘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해 드론 공격의 빌미가 된 사우디의 군사 행태도 국제사회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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