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조세전쟁서 얻을 게 없는 애플

입력 2019-09-23 17:56   수정 2021-07-21 16:06

애플은 최근 130억유로 규모의 체납 세금 납부를 명령한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소송전을 개시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2016년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받은 조세 혜택은 EU의 정부 보조금 규정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것이었다며 아일랜드에 체납 세금 130억유로를 징수할 것을 명령했다.

130억유로는 애플이 2003~2014년 아일랜드 자회사를 통해 거둔 해외 수익분에서 아일랜드의 표준 법인세 12.5%가 적용된 금액이다. 애플은 그때(2014년)까지 아일랜드와 맺은 이익 이전에 관한 계약을 근거로 해외 매출에 대한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애플은 이 기간에 낸 세금의 세율을 평균 27%(해외는 평균 5%)로 보고했지만, 그 세금의 상당수가 지급되지 않고 연기됐다. 2017년 미국 세제 개정 이전에는 기업이 해외에서 거둔 이익을 본국으로 되돌린 경우에만 미 정부가 이연세금을 징수했다.

애플, EU 중과세에 소송 제기

아이러니컬하게도 애플은 유럽재판소 소송에서 승리하더라도 실제로는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제 개혁으로 애플이 해외에 보유한 현금은 미국에선 세율 15.5%의 과세 대상이 된다. EU의 결정이 유효하다면 130억유로가 아일랜드에 지급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유럽 법원이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을 뒤집는다면 그 이익은 더 높은 세율로 미국 국세청에 귀속될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며 모든 항소 수단이 끝날 때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유럽에서 정치적인 대립이 장기화하면 세련된 애플의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우려도 있다. 유럽은 지난해 애플 수익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 중요한 시장이다. 이번 소송에서 애플이 EU에 승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택스 레이디’(세금 아줌마)라고 부르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에게 일련의 강력한 무기를 안겨줄지도 모른다.

EU는 각국 정부의 조세 수익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배가시킬 계획이다. 새 유럽위원회는 기술대기업에 대한 과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베스타거는 그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EU는 세금 개혁을 세 갈래로 접근하고 있다. 우선 미국 중국 등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는 국제법인세 체계를 정비하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기더라도 美국세청에 세금내야

하지만 OECD의 노력이 실패하고 합의점을 찾는 게 어려울 경우 EU는 새로운 유럽 디지털세를 제안할 계획이다. EU 전체에 디지털세를 도입하려는 노력은 유럽 국가들의 정부 사이에서 만장일치의 승인을 얻지 못해 실현에 이르지 못했다. 새 위원회는 승인 요건의 문턱을 낮춰 새로운 세금 도입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EU 경쟁당국은 또 유럽에서 그들이 특별 취급을 받고 있다고 여기는 기업을 계속해서 표적으로 삼을 방침이다. 이케아, 나이키, 핀란드 음식 포장업자 허타메키는 현재 공식 조사를 받고 있다.

애플이 유럽에서 승소하더라도 얻을 것은 별로 없다. 아마도 기업 이미지를 둘러싼 싸움에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방식을 감안할 때 유럽이 승리하더라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 건 마찬가지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로셸 토플렌스키 칼럼니스트가 기고한 ‘Apple Can’t Win Its $14 Billion European Tax Battle’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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