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정, 7주만에 시즌 2승…결혼하고 더 빨라진 '우승 시계'

입력 2019-09-30 17:19   수정 2019-12-29 00:01

30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브릭야드크로싱GC(파72·6456야드). 10번홀(파5)에서 허미정(30)이 버디 퍼트에 성공하자 선글라스와 흰색 모자를 쓴 채 박수를 치는 검정 반팔티 차림의 남성이 TV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해 1월 결혼한 두 살 연상 남편 왕덕의 씨다. 앞선 대회에선 우비를 입고 수중 응원전을 펼쳤던 그는 3주 만에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도 등장해 허미정에게 힘을 실어줬다.

허미정이 남편의 그림자 외조 속에 평소 꿈꿔오던 두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 한 시즌 다승과 나흘 내내 선두를 내주지 않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허미정의 새 우승 공식은 4타차?

두 타 차 선두로 시작한 최종 라운드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우승 경쟁을 하던 마리나 알렉스(29·미국)가 파3인 3번홀과 7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두 타를 잃는 사이 허미정은 전반에만 두 타를 줄여 격차를 벌렸다. 4위로 출발한 나나 마센(24·덴마크)이 5타를 줄이며 맹추격했지만 허미정은 후반에도 두 타를 더 줄여 18번홀(파4)에 들어갈 때 격차가 이미 4타가 벌어졌다. 마지막 홀 버디 퍼트를 아깝게 놓쳐 고진영(24)의 ‘5타 차 우승’과 타이 기록을 세우진 못했으나 여유 있게 승부를 매듭지었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 ‘허-왕’ 커플은 경기가 끝난 직후 진한 키스로 우승을 자축했다.

신들린 듯한 쇼트게임과 ‘짠물 퍼팅’이 빛을 발했다. 나흘간 퍼트 수(26-29-24-28)는 모두 30개 이내였다. 한희원 프로(JTBC골프 해설위원)는 “백스윙이 짧아지는 등 갈수록 스윙이 간결해지고 있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도 어느 때보다 부드럽고 정교해졌다”고 말했다. 허미정은 힘들이지 않는 스윙으로 270~280야드를 쉽게 보내는 ‘소프트 장타자’다.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선 286야드를 치기도 했다.

허미정은 이번 우승으로 시즌 2승, 통산 4승을 수확했다. 2009년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생애 첫승을 따낸 그는 2014년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지난달 레이디스스코티시오픈 등 5년 주기로 3승을 쌓았다. 네 번째 우승은 불과 7주 만에 수확해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첫 우승을 제외하면 모두 4타 차 우승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우승 상금 30만달러를 확보해 시즌 상금 순위는 28위에서 15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K골프, 시즌 최다승 기록 경신할까

허미정은 우승이 확정된 후 대회 코스의 4개 홀을 품고 있는 자동차 경기장 트랙에 입을 맞췄다. 마시고 남은 우유를 머리에 붓는 ‘밀크 샤워’도 했다. 2017년 창설된 이 대회 전통이다.

허미정은 “대회 초대 챔피언인 렉시 톰프슨과 지난해 우승자 박성현의 세리머니를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늘이 됐다”고 좋아했다.

이번 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브론테 로(24·잉글랜드), 브룩 헨더슨(21·캐나다), 한나 그린(23·호주)에 이어 네 번째다. 다승자로는 고진영(4승), 헨더슨(2승), 박성현(26·2승), 김세영(26·2승), 그린(2승)에 이어 여섯 번째다. 이들을 비롯한 태극낭자들은 올 시즌 LPGA투어 26개 대회에서 13승을 합작했다.

골프계는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고쳐 쓸지 주목하고 있다. 기존 최다승 기록은 2015년과 2017년 세운 15승이다. 올 시즌 남은 6개 대회에서 3승을 추가하면 사상 최초로 16승 고지를 밟을 수 있다. 다음 대회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은 10월 3일 미국 텍사스주 더 콜로니에서 열린다. 허미정의 집이 텍사스주에 있다. 그는 “지금처럼 즐기면서 플레이하면 3승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10월 시댁 부산에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해 한국 팬들에게도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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