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역량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기업 다양성·포용성 확보해야"

입력 2019-10-01 17:07   수정 2019-10-02 01:40

‘승차 공유’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선보여 글로벌 모빌리티(이동수단) 산업의 혁신을 이끈 미국 우버(Uber). 음식 배송(우버이츠), 화물 운송(우버카고), 퀵서비스(우버러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세계 최고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창업 8년째인 2017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해 2월 우버에서 일했던 한 여성 엔지니어가 사내 성희롱과 성차별 문제를 폭로하면서 우버의 혁신에 제동이 걸렸다. 강압적인 조직 문화와 다른 기업의 기술 절도 의혹 논란도 잇따랐다.

결국 우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이던 트래비스 캘러닉은 각종 추문을 방관하고 조장한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우버는 이듬해인 2018년 3월 한국계 미국인인 이보영 씨(사진)를 최고 다양성·포용 책임자(CDIO·chief diversity&inclusion officer)로 임명했다. 우버의 잘못된 사내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국내에는 익숙지 않은 직함이지만 인종, 성차별, 이민자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는 상당수 기업들이 관련 조직과 책임자를 두고 있다. 오는 11월 6~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9’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이 CDIO는 “다양한 인재들이 역량을 왕성하게 발휘하기 위해선 기업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보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환경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용어가 생소합니다.

“다양성(diversity)은 각자의 ‘다름’을 이야기합니다. 연령, 성별, 인종, 신체적인 능력 또는 장애, 성적 지향 등을 넘어 개인의 성격과 경험의 다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죠. 포용성(inclusion)은 ‘누구든 있는 모습 그 자체를 존중받으며 서로의 다름이 제약 없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기업에 왜 중요한가요.

“직원들이 다수의 문화에 속하는 행동 방식만 따르게 되면 그들이 가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기업들이 최적의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데 실패하게 마련이죠. 모든 구성원이 각자 본래의 모습을 강점으로 인정받을 때 자신의 역량을 왕성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기업이 다양성을 인위적으로 강조하면 전체적인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다양성을 갖춘 기업이 재무와 혁신 측면에서 모두 더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양성과 포용성 확보는 특정 업무 과정을 재설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직원에게 실질적인 계발 기회를 제공하죠. 이제 다양성과 포용성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가치입니다.”

▷지난해부터 우버 CDIO를 맡아 사내 문화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다양성 자문위원회를 설립해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제언을 받고 있어요. 다양성 워크숍도 신설했고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를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4000여 명의 직원들과 공유했습니다. 성과 관리 및 승진 제도에서는 관련 실무자들이 어떻게 다양성을 다루는지 투명하게 공개했어요. 그 결과 지난 승진 평가에서 성별 간 차이가 줄었습니다. 장애인 평등지수는 91%를 달성했고, 미국 최대 인권단체 중 하나인 인권캠페인재단이 발표한 기업 평등 지수에서 최고 점수(100점)를 받았죠.”

▷한국 기업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보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 기업들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비자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보한 한국 기업은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얻고 이는 곧 혁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지만 노동시장 참여율은 낮은 한국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 여성들이 한국 경제를 다시 힘차게 달리게 하는 경제 엔진이 될 수 있죠.”

▷한국 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직장 내 ‘다름’에 대한 공개적인 대화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동안 구성원들이 경험한 차별, 괴롭힘, 불평등은 대부분 비밀로 다뤄졌기 때문에 발생했죠. 비차별, 괴롭힘 금지에 대한 명확한 방침도 세워야 합니다. 차별을 경험한 직원들이 이를 제보할 수 있고,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스템도 만들어야죠. 관련 제도를 수치화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해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실무자들은 해당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데 익숙해져야 하죠.”

▷한국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가정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포용성이 없는 일터와 사회적 압박으로 퇴직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출생률이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 중 하나죠. 기업들은 성별에 상관없이 직원의 육아 활동을 포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버도 모든 직원이 가정을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그동안 이 CDIO가 쌓은 경력 자체가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보해온 과정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전 중 하나가 백인 남성 집단에서 소수 인종의 여성으로 살아남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외부인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죠. 제 이름도 사람들이 어려워해 이보영, 영 리 보, 보 리, 영 리 등 조합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불렸습니다. 미국에는 아시아계 여성에 대해 ‘수줍음이 많으며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고 창의성이 부족해 리더로서 적합하지 않다’ 등의 각종 선입견이 있습니다. 저는 의견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죠. 제 원래 본성인지 제가 겪어온 편견에 맞서 적응한 결과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약력

△1975년 한국 출생
△2003년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졸업
△2006~2008년 컨설팅기업 언스트앤영 디렉터
△2008~2012년 인사조직 컨설팅기업 에이온휴잇 수석컨설턴트(AP) △2016~2018년 보험중개업체 마시앤드매클레넌 최고 다양성·포용 책임자(CDIO) △2018년~ 우버 CDIO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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