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패소했다면 한국 정부 '줄피소' 역풍 맞았을 것"

입력 2019-10-06 17:42   수정 2019-10-07 03:00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공기압 밸브를 수출하면서 덤핑을 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공기압 밸브에 반덤핑 관세(11.66~22.77%)를 매긴 것은 부당하다며 제소한 지 3년여 만의 최종 결론이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70%를 차지하는 일본산 밸브의 공세를 누그러뜨리는 데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선봉에 섰지만 그 뒤에는 법무법인 세종의 지원이 있었다. 김두식 세종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2기·사진)가 ‘일본산 밸브’ 법률대응팀(국제통상·제재 전문그룹)을 직접 지휘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기압 밸브 사건은 덤핑 피해를 해소하는 차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본의 ‘도미노 제소’를 차단하게 됐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일본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때마다 이번 사건을 근거로 시비를 걸고 나올 수 있어서다.

일본은 이번 제소에서 한국 정부가 덤핑을 했다고 주장하는 일본산 공기압 밸브의 가격이 한국 제품보다 비쌌기 때문에 덤핑으로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덤핑이라고 하려면 한국 제품보다 가격을 더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으므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세종은 덤핑의 판단 기준은 일본의 판매 가격보다는 덤핑으로 인해 국내 가격에 영향을 줬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로 나뉜다는 주장을 폈고 WTO가 이를 받아들였다. 김 대표변호사는 “WTO가 일본 제품의 가격이 한국 제품보다 비쌌지만 가격 인하만으로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줬으니 덤핑으로 봐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소재·부품·장비산업에서 일본을 이겨보겠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에서 걸림돌을 하나 뺀 셈”이라며 “우리가 국산화한 부품에 대해 일본 기업들이 가격을 낮춰서 들고 왔을 때 반덤핑 관세를 물릴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통상법 분야의 개척자’로 불리는 김 대표변호사는 지금까지 9건의 국제통상 분쟁에 참여하며 국내 변호사 가운데 가장 많은 경험을 쌓았다. 김 대표변호사는 얼마 전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품목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WTO에 제소한 사건도 대리하고 있다.

김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판정문만 15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사실관계와 쟁점이 방대했다”며 “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고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정부 관료와 법률가들이 좋은 팀워크를 발휘해 어려운 싸움을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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