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달말? 내년 1월말?…이번주가 최대 고비

입력 2019-10-13 17:17   수정 2020-01-11 00:02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약속한 브렉시트 최종 시한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는 17~1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EU 집행부와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해 이달 31일까지 EU를 탈퇴하겠다는 계획이다. EU와의 합의 여부는 아직 점치기 힘들다. 31일까지 EU와의 협상에 실패하면 영국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을 선택하거나, 협상 시한을 내년 1월 말로 3개월 늦춰야만 한다.

일각에선 제2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다만 노딜이나 시한 연장과 관계없이 브렉시트가 철회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브렉시트는 영국 국민의 충동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수백년간 이어져온 영국의 전통적 외교노선인 ‘고립주의’에 기반한 역사적 뿌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유럽 대륙과 거리 둔 영국

EU의 전신은 1958년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EEC)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6개국 주도로 출범했다. 영국은 15년이 지난 1973년에야 EEC에 가입했다. 1960년대까지 영국의 외교노선은 ‘위대한 고립(splendid isolation)’이라는 용어로 표현된다. ‘하나의 유럽’을 꿈꾸는 EU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18세기부터 세계를 주름잡는 제국으로 부상한 영국은 유럽 대륙의 세력 균형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독자 외교노선을 추진했다. 유럽 문제에 섣불리 개입하기보다 세계 식민지를 통한 자유무역으로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 영국의 방침이었다.

문제는 영국 경제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불거졌다. EEC는 전후 복구에 성공해 성장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유럽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자 EEC에 1963년, 1967년, 1973년 세 차례에 걸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프랑스는 영국의 EEC 가입을 반대하며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이 미국과 한편이 돼 유럽을 넘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럽 국가들조차 영국을 유럽의 일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1973년 EEC에 간신히 가입한 지 불과 2년 만에 당시 영국 노동당 정부는 EEC 잔류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했다. 오일 쇼크로 글로벌 경제가 어려워지고 EEC로부터 얻을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때는 국민의 67%가 잔류를 선택했다. 다만 이후에도 ‘위대한 고립’이라는 기존 외교노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1992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이 대표적이다. 유로화와 유럽중앙은행(ECB)을 출범시킨 계기가 된 이 조약을 영국 정부는 경제 주권을 내세워 끝까지 반대했다. 영국은 지금도 자국 화폐인 파운드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세 차례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

잠잠하던 EU 탈퇴론이 다시 불거진 것은 2013년이다. 당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EU 회의론자들의 표를 의식해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하자 캐머런 총리는 2016년 6월 23일을 투표일로 정했다. 그는 EU 잔류파가 승리를 거둘 것으로 판단했다. 예상과 달리 국민의 51.9%가 EU 탈퇴에 찬성했다. EU 회의론에 더해 이민자 유입에 따른 일자리 축소, EU의 각종 규제 등에 대한 불만이 겹친 데 따른 것이었다.

캐머런 총리의 뒤를 이어 집권한 테리사 메이 총리는 2017년 3월 29일 EU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서 탈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50조를 발동했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하고 지난 3월 29일을 기해 브렉시트를 완료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당사자인 영국과 EU가 아니라 영연방 일부인 북아일랜드에서 문제가 터져나오면서 협상이 꼬이기 시작했다. 메이 총리와 EU는 브렉시트와 상관없이 영국 전체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당분간 잔류하도록 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을 야구장 포수 뒤편에 놓인 철망을 뜻하는 ‘백스톱(backstop)’이라고 부른다.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면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국경에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하드보더’ 충격을 피할 수 있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EU 관세동맹 잔류 시 영국이 제3국과 자유롭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 없는 등 EU 탈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올초 영국 하원에선 브렉시트 협상안이 세 차례 부결됐다. 브렉시트 시한도 당초 3월 29일에서 4월 12일에 이어 오는 31일로 두 차례 연기됐다.

EU와 극적 합의하나

메이 총리의 뒤를 이어 지난 7월 취임한 존슨 총리는 EU와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31일까지 EU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존슨 총리는 지난 2일 백스톱은 폐기하되,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하드보더를 최소화하겠다는 이른바 ‘두 개의 국경’ 방안을 EU에 제안했다. 북아일랜드만 유일하게 2025년까지 EU 단일시장에 남겨두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EU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하드보더를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존슨 총리가 10일 하드보더 당사국인 아일랜드의 리오 버라드커 총리와 “합의의 길을 찾을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존슨 총리는 아일랜드 정부에 대규모 재정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영국 하원이 노딜 방지법에 명시한 EU와의 협상 마감시한인 19일까지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영국 하원은 이날까지 EU와의 협상에 실패하면 정부가 EU에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딜 방지법을 지난달 통과시켰다.

영국 정부와 EU가 합의하더라도 영국 하원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만 노딜 브렉시트를 피할 수 있다. 영국 하원의원은 650명으로, 의장단(4명) 및 북아일랜드 신페인당 의원(7명) 등 표결권이 없는 의원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은 320명이다. 이 중 보수당 의석은 288석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정당인 민주연합당(DUP·10석)을 합쳐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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