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인세 인하는 국민 위한 것'이란 마크롱

입력 2019-10-13 17:27   수정 2019-10-14 00:26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복합 문제 탓에 경제성장의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잘못된 정책 선택과 해외요인으로 인해 최근 경기 하강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2.4~2.5%로 전망했다.

국내외 경제연구소의 최근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올해 성장률은 1.8~2.0%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당분간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L자형 불황 국면에 빠졌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이 음울한 추세를 반전시키는 일이다.

“기업을 돕는 정책은 부자를 위한 게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르사유 궁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시장친화적 경제정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크롱은 노동개혁과 더불어 법인세율 인하 정책을 추진 중이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33.3%에서 내년부터 31%로,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25%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 이와 거꾸로다. 정부는 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릴 정도로 노동시장 경직성을 강화하는 한편, 24.2%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지난해 27.5%로 높였다. 그 결과 시장은 더 크고, 해고와 채용이 훨씬 자유로운 미국(법인세율 25.8%)보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더 높아졌다.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다. 2009~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의 법인세(국세+지방세) 최고세율은 평균 25.3%에서 23.7%로 떨어졌다. 이 기간 법인세율을 올린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그리스, 포르투갈, 칠레 등 소수다. 대부분의 경쟁국은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내렸다. 그 이유는 첫째 경기 하강기일수록 기업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처방으로 법인세율 인하만 한 게 없고, 둘째 법인세는 기업이 납부하는 형식을 취할 뿐 법인세의 실질적인 최종 부담자는 주주, 노동자, 협력사, 소비자임을 알기 때문이다. 마크롱이 말했듯이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세금 인하만큼의 이익이 기업 안에 쌓여갈 뿐, 경제순환 과정에 재투입되지 않는 것처럼 주장하는 이도 없지 않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사내유보금’ 가설이 대표적인 경우다.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법인세 논란에 대해 여당의 모 의원은 “100대 기업 사내유보금이 2009년부터 매년 100조원씩 증가했다. 현금을 움켜쥐고 있으면서 연구개발 투자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해묵은 무지와 오해에, 진실을 외면하는 나태함이 더해진 결과다. 사내유보금은 주주 배당까지 하고 남은 재원을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개념이다. 쌓아둔 현금이 아니라 상당 부분은 이미 투자 등 경영활동에 사용되고 있다. 정확히 따지려면 대차대조표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봐야 하는데, 한국 기업의 자산 대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주요 경쟁국 대비 높지 않거나 낮다.

법인세 인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최근 연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 비용에 관한 연구’에서 법인세율을 24.2%에서 27.5%로 인상함에 따라 총 국내투자는 20조9000억원 감소,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1.1% 감소, 가구당 근로소득은 연평균 75만~84만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해외직접투자는 6조7000억원 증가, 외국인직접투자는 3조6000억원 감소해 투자 순유출 효과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 환경개선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시작해야 한다. “당신이 기업가라면 지정학적 위험이 높고, 규제 리스크와 노동시장 경직성은 심각하며, 법인세는 물론 준조세 부담까지 높은 나라에 대규모 투자를 계속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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