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내집마련 '강남行 vs 脫서울' 양극화

입력 2019-10-16 17:15   수정 2019-10-17 00:43


38세 회계사 A씨는 최근 23억5000만원에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11㎡를 구입했다. 15억원의 강북 아파트를 정리하고 부모의 지원금(5억원), 대출(5억원) 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했다. 반면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 1억~2억원 수준인 30대(30~39세)들은 서울 탈출을 생각하고 있다. 정부 규제로 대출이 막혀 주택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30대 사이에서 부동산 자산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일부 30대는 여유 있는 부모로부터 증여를 통해 강남 아파트에 속속 입성하고 있지만, 사정이 열악한 30대는 대출이 막히고 청약도 불가능해져 수도권으로 밀려나는 ‘엑소더스’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30대들이 인천 검단이나 경기 김포신도시 등 수도권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추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80년대 밀레니얼 세대 청약 양극화

30대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분야가 청약시장이다. 금수저 30대는 청약시장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자금력이 부족한 30대는 서울 진입이 불가능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분양한 9억원 이상 아파트 당첨자 중 35~40세 당첨자가 2991명(18.8%)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분양대행사 한아름기획의 윤점식 대표는 “강남에 사는 부모들이 막 결혼한 자녀들과 함께 모델하우스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물량의 50%를 추첨으로 뽑는 전용 85㎡ 초과 주택형 청약에 관심을 갖는다”고 전했다.

반면 자금이 부족한 30대는 서울에서 근처 수도권으로 이탈하고 있다. 정부가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금지하면서 돈 없는 30대의 아파트 청약이 어려워진 탓이다.

통계청의 지난해 ‘연령별 서울 순이동 자료’를 보면 30대에서 4만2521명이 서울을 탈출했고, 4만9579명이 경기로 유입됐다. 2016년 164만9848명이던 서울 30대 인구는 작년 156만1136명으로 약 8만 명 줄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2016년 이후 서울 아파트값과 분양가가 급상승하는데 대출이 막히자 30대들의 ‘서울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마통’, P2P까지 손 뻗는 30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담보인정비율(LTV) 40% 제한 등으로 대출받지 못하는 30대는 신용대출이나 규제가 덜한 개인 간 대출(P2P)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P2P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방법이다. 이자는 연 9~15% 수준으로, 만약 이자를 90일간 갚지 못하는 등 원리금 상환이 힘들어질 경우 집을 경매로 넘겨야 하는 고위험 대출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부동산 임대업 및 서비스업을 포함한 법인이 빌려간 누적 부동산담보대출액은 5603억원으로 집계됐다. 협회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3월 대비 481%(4639억원) 급증했다.

신용대출도 늘고 있다. 김상훈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마통(마이너스 통장)’ 계좌 수는 2017년 말 390만 개에서 올 6월 407만 개로 늘었다. 잔액 역시 같은 기간 45조1000억원에서 50조1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제2금융권 등도 대출 규제를 받으면서 규제를 받지 않는 부동산 P2P 시장이 활성화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서민들의 금융비용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30대 금수저들은 부모로부터 증여받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지난 7월 953건에서 8월 1681건으로 76% 급증했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 중개사는 “최근 강북에 사는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30대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녀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강남에 있는 매물을 보러 오는 경우가 늘었다”며 “가격이 상승한 강북의 신혼집을 정리하고 부모 도움을 받아 강남으로 오려는 수요”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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