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주춤한데 농가 뿔난 이유는

입력 2019-10-20 18:04   수정 2019-10-21 02:25

“멧돼지 관리나 잔반 단속에 대한 농가 요구는 1년이 넘도록 듣지 않다가, 이제 멀쩡한 집돼지 다 죽이는 게 대책입니까. 정부의 방역 실패로 돼지 농가의 생존권만 위협받고 있습니다.”

경기 연천에서 돼지를 키우는 김모씨의 하소연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11일째 사육 돼지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농가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감염 원인과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돼지사육 농가에만 살처분의 고통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연천 지역 돼지 농가들은 급기야 정부의 돼지 수매 정책을 전면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한돈협회 등 양돈농가는 지난 14일부터 청와대 앞 시위를 시작했다. 축산 관련 단체장들도 17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의 공통적인 주장은 ‘정부의 일괄 살처분 반대’와 ‘멧돼지 관리 우선’이다. 돼지 사육 농가에 대한 생존권을 보장하고, ASF 감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야생 멧돼지 대책을 먼저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파주와 김포, 연천 등의 사육 돼지 중 농가가 희망하는 만큼 돼지를 수매하고 나머지는 모두 살처분하고 있다. 3개 지역에 총 150개 돼지 농장이 있는데, 이 중 김포 등 70개 농장이 신청해 지금까지 2만7237마리의 수매가 끝났다.

파주 일부 지역과 연천 지역 농가들은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는 ‘재입식’을 정부가 보장, 일괄 살처분은 발병 농가 10㎞ 이내로 제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양돈 전문 수의사는 “공기로 전파되는 구제역과 달리 접촉으로 전파되는 ASF는 전적으로 다른 질병”이라며 “시·군 단위 살처분은 쓸데없는 자원 소모”라고 지적했다.

양돈농가들은 보상금 기준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구제역과 달리 ASF의 살처분은 ‘폐업’ 수준에 해당한다. 최소 2~3년에서 몇십 년까지 다시 농사를 짓지 못할 수도 있다. 한돈협회 한 관계자는 “돼지 이동중지 해제 등으로 돼지 출하가 몰리고, 수요는 크게 줄어 도매가가 9년 만의 최저 수준인 ㎏당 3000원 이하로 떨어졌다”며 “살처분 당일 전국 평균 가격으로 보상하는 것으로는 양돈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 부진에 대한 양돈 농가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향후 2~3개월간은 돼지고기 수요가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매가격 기준으로 호주산 소고기와 국산 돼지고기 가격은 큰 차이가 없어 소비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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