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SUV 홍수에…'원조' 쌍용차, 내수보다 해외로

입력 2019-10-22 10:56   수정 2019-10-22 10:57


SUV 전성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원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명가인 쌍용자동차가 11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완성차 메이저 5개사뿐 아니라 해외 유명 수입차도 소형에서 대형까지 SUV 신형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면서다. SUV 니치마켓(수요가 비어 있는 시장) 메리트가 희석됐다는 분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손실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쌍용차는 총 3만1126대의 자동차를 팔아 매출과 영업 손실을 각각 8364억원, 1052억원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079억원이다.

이는 2016년 4분기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한 후 11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이 1000억원을 넘었다.

쌍용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침체와 내수 시장 둔화,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 비용 증가, 신제품 출시를 위한 투자 확대를 실적 악화의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UV가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경쟁업체들이 SUV 라인업을 대폭 강화해 쌍용차의 메리트가 줄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의 판매량을 보면 SUV는 1만9454대로 세단(1만7949대)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세단 판매의 상당 부분이 법인용 차량인 점을 감안하면 개인 소비자 시장에서 SUV와 세단의 판매량 차이는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SUV가 이미 세단을 제치고 대세를 이루는 차종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SUV 판매대수는 47만 여대로 201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쌍용차는 실적이 줄어드는 등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과거 쌍용차는 원조 SUV 명가로 명성을 떨쳤다. 국내 SUV 시장을 개척하며 1980~90년대 자동차 시장을 이끈 코란도는 누적 판매 대수가 36만대를 넘기며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잇따라 경쟁 차종이 등장하면서 2005년 단종됐었고 이후 6년 만에 '코란도C'라는 이름으로 부활했지만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코란도로 시작된 쌍용차 SUV 라인업은 1993년 무쏘, 2000년대에 들어서는 렉스턴으로 이어지며 황금시대를 구축했다. 노사갈등, 매각 위기를 지나면서 쌍용차의 부활을 이끈 것도 SUV인 티볼리였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쌍용차는 올해 3분기 판매 대수가 3만1126대로 11% 감소했고 그 중 내수는 2만4020대로 10% 줄었다"며 "그동안 쌍용차가 내수시장에서 누려왔던 SUV 니치마켓 프리미엄이 경쟁사들의 신차 출시로 약화됐고 신차 개발과 규제 대응 관련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가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 코나, 베뉴로 이어지는 SUV 라인을 완성하며 국내 SUV 시장 잠식에 돌입했고 기아차도 모하비, 쏘렌토, 스포티지, 니로 등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에는 셀토스의 돌풍이 거세 티볼리의 입지가 점점 약화되는 추세다.

쌍용차도 문제를 인식하고 실적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착수했다. 코란도 가솔린 모델을 선보이며 상품성 개선을 꾀하고 있으며 근본적인 경영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쇄신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이 앞으로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기 때문에 영업 손실과는 상관없이 전기차 개발 비용을 투입하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및 중부 유럽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쌍용차는 사활을 걸고 있다. 수출 판로를 다변화해 내수 판매 하락세를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쌍용차는 지난 10일 사우디 내셔널 오토모빌스(SNAM)와 제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사우디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21일엔 최대 수출시장인 중부 유럽지역의 우수 딜러 관계자 60여명을 평택 본사로 초청해 코란도 수출물량을 직접 경험케했다. 코란도 가솔린 모델은 이번 말부터 유럽 현지에 판매된다. 쌍용차는 코란도의 우수한 주행성능과 넉넉한 내부 공간, 동급 최대 적재공간, 다양한 안전사양 등 힘입어 하반기 수출 확대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초에는 마힌드라와 포드가 인도에 합작사를 세우고 신차 10종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쌍용차도 신차 플랫폼 관련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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