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북한 뉴스 대놓고 읽기] (10) '광고모델'로 나서는 김정은…'자력갱생' 이름으로 관광 육성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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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0-27 18:08   수정 2019-11-18 09:28

[이미아의 북한 뉴스 대놓고 읽기] (10) '광고모델'로 나서는 김정은…'자력갱생' 이름으로 관광 육성 노려


[들어가며] 통일부에 출입하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읽기 시작한 게 2017년 4월부터였습니다. 때로는 어이 없고, 때로는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고, 때로는 쓴웃음도 나오는 북한 뉴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우리의 설계력량도 튼튼하고 평양시에 일떠세운 현대적인 건축물들과 삼지연군건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 양덕군 온천관광지구건설을 통해 준비된 강력한 건설력량이 있으며 당의 구상과 결심이라면 그 어떤 난관과 시련도 뚫고 무조건 실현하는 우리 군대와 로동계급이 있기에 금강산에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를 꾸리는 사업은 문제로도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였다.”(노동신문, 2019년 10월 23일 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방문해 내놓은 자체 관광사업 청사진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는 발언도 독자적 관광 개발을 잘해낼 수 있다는 호언장담을 하면서 나왔다.


김정은은 지난 16일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온 후 북한 내 주요 관광지를 잇따라 돌고 있다. 백두산도 그 일환이었다. 이른바 ‘백두혈통’을 강조하고, 김씨 일가 3대 세습을 선전하는 목적도 있지만 백두산은 무엇보다 훌륭한 관광지로 손꼽힌다. 첫눈 내린 백두산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평안남도 양덕군 양덕온천지구에선 새로 지은 휴양시설 곳곳을 다니며 스스로 ‘광고모델’을 자처했다. 수증기가 펄펄 솟아오르는 온천물에 몸을 담근 사람들과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포즈를 취하고, 온천달걀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사진도 나왔다. 평소 같으면 누가 감히 김정은 앞에서 옷을 벗고 태연히 온천을 즐길까. 철저히 연출된 것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25일 보도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김정은)께서는 전망대에 오르시여 온천관광지구의 봉사건물들을 보시면서 정말 특색이 있다고,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봉사단위 종업원들의 살림집들도 고급한 별장같다고, 온천관광지구주변의 농촌마을들은 농촌마을건설의 본보기가 되였다고, 이것이 우리 식, 조선식건설이라고 기쁨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김정은이 이렇게 북한 관광지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유엔 대북제재에 개인 관광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돈줄이 관광산업이다. ‘자력갱생’을 과시하기 위해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내년은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인데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다. 미국과의 협상도 잘 풀리지 않는 마당에 김정은은 그 비대한 몸을 스스로 부둥켜 안고 바삐 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선 투자 유치가 필수다. 숙박과 휴양시설도 갖춰야 한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만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러브콜을 보내줄 것이라고 믿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 자신의 존재가 딜레마다. 훌륭한 ‘광고모델’이자 최악의 독재자란 극단적 양면성을 갖고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예선 사상 첫 방북 원정경기를 치른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엔 단 한 명의 관중도 들어오지 않았다. 생중계도 허락되지 않았다. 사전 공지대로였다면 4만여 명의 관중이 몰려들었어야 할 현장이다. 하지만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은 그렇게 치러졌다. 국민은 ‘문자 중계’에 의존해야 했다. 21세기에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는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게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그 말은 “살아 돌아온 게 다행이었다”란 말로 들렸을 것이다.

북한은 극도로 폐쇄적인 체제다. 이런 체제에서 신용도 판단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철저히 감시당하고, 다녀야할 곳만 다녀야 한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사건은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그와 같은 체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계속 ‘북한 관광’을 선전한다. 과연 김정은은 관광산업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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