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빠진 철강도시 포항…'기회 특구'로 새로운 활력 찾는다

입력 2019-10-28 16:00   수정 2019-10-28 16:01


철강 공장이 밀집한 포항 남구 호동 포항철강관리공단. 철강 경기침체 여파로 운영난에 내몰린 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공장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철강생산기지인 포항철강공단에 등록된 350개 공장 가운데 15% 정도가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용 인원도 1만4266명으로 4년 사이 1879명이 떠났다. 포항의 인구도 2011년 7월 52만 명이었으나 지난 9월 말 기준 51만 명 선이 붕괴해 50만7800여 명으로 1만 명 이상 줄었다. 포항철강공단이 이처럼 극도의 침체를 겪는 이유는 세계 철강경기 둔화와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 철강 수요산업인 조선업 불황, 유가 하락으로 인한 유정용 강관 수요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포항시는 철강도시 포항이 갖고 있는 이런 구조적 어려움을 타개할 해결책을 포항국가전략특구 조성에서 찾았다. 포항국가전략특구를 ‘대한민국 기회 특구’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포항국가전략특구는 △바이오·에너지·나노를 중심으로 미래형 먹거리산업을 이끌어갈 ‘강소연구개발특구’ △2차전지·신소재 등 부품소재 산업 고도화에 앞장설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포스코에서 추진 중인 ‘포항 벤처밸리’ 조성 사업 등을 한데 모아 특구별 신성장산업 발굴과 육성, 성과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다시 말해 강소특구에서 실험실 창업을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벤처밸리와 지곡밸리에 들어선 첨단기술사업화센터,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센터 등 첨단 연구개발 기관의 지원을 받아 사업화하고, 인큐베이팅과 자금 지원 등을 거쳐 영일만 일반산업단지와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서 완전한 제품 개발과 양산에 들어가도록 하는 선순환 체인을 구축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시는 지난 8월 특구별 관련 사업 육성정책 수립, 지역 내 다양한 유관기관 협력 및 투자기관의 지원을 받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포항 국가전략특구추진단’을 구성하고 비전 선포식도 열었다.

○포항 강소연구개발특구

포항시는 올 6월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기술핵심기관으로 정하고 포항테크노파크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를 배후공간으로 하는 강소연구개발특구에 지정됐다. 정부가 지정한 강소연구개발특구는 대형화한 기존 연구개발특구를 보완하는 새로운 특구모델로, 포항시는 바이오·나노·에너지 등 첨단 신소재와 인공지능(AI) 분야를 특화산업으로 선정하고 연구개발을 통한 신기술 창출 및 연구개발 성과의 확산을 통한 사업화를 촉진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미래전략 핵심 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로봇·첨단신소재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기술개발 및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가는 한편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 발전을 주도한다는 야심찬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강소특구는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일대 2.75㎢에 걸쳐 조성되며 2024년까지 250개 신규 기업을 유치해 55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하기로 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지난 7월에는 포항이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영일만산단 등지에서 2차전지 생산 및 리사이클링 기술·설비를 갖춘 에코프로GEM, GS건설 등 중견기업들을 특구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포항시는 배터리 특구 지정을 계기로 단기적으로 2차전지 소재산업 종합클러스터인 ‘가속기 기반 배터리파크(ABC-M)’를 조성하고, 장기적으로는 ‘배터리산업 국가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관련 핵심소재 중 30% 정도 수입대체가 가능해지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향후 4년간 1000여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기업 투자유치 활성화는 물론 배터리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경제 도약의 청신호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포항벤처밸리

포항시는 포스코가 중심이 돼 조성한 ‘포항벤처밸리’를 통해 포스텍과 연관 기관의 우수한 기반은 물론 기술사업화 역량을 활용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산업화, 벤처창업까지 모두 아우르는 지역산업체계를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포항지역 내 창업여건이 열악한 점을 감안해 포스텍 동문기업의 연구소를 집중 유치하고 우수한 벤처를 발굴·육성하고, 향후 이들이 자연스럽게 포항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간다는 전략이다. 지역 내에 벤처기업협의체 구성과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1조원 펀드 조성 등 실질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미래형 신산업 생태계 조성에 ‘박차’

포항시 ‘국가전략특구추진단’은 강소연구개발특구·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벤처밸리 추진단 등으로 구성해 △추진단별 관련 사업 육성정책 수립 및 사업 추진의 플랫폼 역할 △3개 사업 추진단 간 창업, 사업화 지원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 △우수한 기업의 지역정착 유도 및 강소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 등 혁신주체들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추진단에는 포항시를 중심으로 경북테크노파크, 포항테크노파크,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POMIA) 등 다양한 분야의 유관기관이 연계해 협력하고 있다. 경북기술신용보증기금, 중소벤처진흥공단 등과는 글로벌 지원 플랫폼도 구축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올해 말까지 지원방법, 운영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조례 제·개정을 통해 국가전략특구추진단의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 이어 ‘국가전략특구 기업협의체’ ‘국가전략특구 커뮤니티포럼’ 등을 구성해 범시민이 참여하는 지역혁신의 조기 거점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국가전략특구 조성을 통한 신산업 육성과 함께 기존 철강산업의 혁신을 위한 사업추진에도 강도 높게 나서기로 했다.

포항시는 현 정부의 지역공약으로 채택된 총 사업비 3000억원 규모의 ‘상생혁신 철강생태계 육성사업’의 경우 연구개발과 실증인프라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기획 및 사업화가 진행 중이며 조만간 국가예비타당성 조사대상 사업으로 국비 지원을 신청하기로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 사업은 초경량, 고강도, 초내열 등 철강소재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 상태에서도 포항철강산업이 지속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시는 2019년 정부 추경에서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 임대전용 산업단지조성사업에 국가예산 168억원을 확보해 임대용지 20만㎡에 대해 기업에 ㎡당 21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장용지를 최장 50년간 장기 임대할수 있는 길을 열었다.

포항시는 블루밸리국가산단에 대한 투자 장벽이 크게 낮아져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을 대한민국 기회특구(opportunity zone)로 조성해 벤처기업 육성과 국내외 기업투자 유치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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