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최악 생산절벽' 르노삼성, 900명 구조조정 유력

입력 2019-10-28 09:25   수정 2019-10-28 11:41



생산 절벽 앞에 선 르노삼성자동차가 추가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내년 일감이 없어 현 인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최근 노동조합에 추가 구조조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현재 45대인 시간당 생산량(UPH)을 유지하는 대신 노조 조합원들의 연차를 30일 소진하는 1안, △현재 45대인 시간당 생산량을 35대로 더 줄이는 2안, △시간당 생산량을 이전과 같은 60대로 늘리는 대신 2교대를 1교대로 전환하는 3안을 내놨다.

1안의 경우 노조에게 지급하는 연차수당을 줄이는 정도이기에 큰 영향은 없다.

다만 3안의 경우 구조조정 확대가 예상된다. 르노삼성은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위탁생산이 끝나며 일감이 떨어지자 기존 시간당 60대던 생산량을 10월부터 45대로 줄인 바 있다. 이 결과 1800명 수준인 르노삼성 근로인력 가운데 400명은 잉여인력이 됐다. 2교대를 1교대로 전환한다면 잉여인력은 900명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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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조정 3안 유력한 이유

업계에선 현재 3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본사인 르노그룹도 3안을 지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룹에서는 3안을 요구하지만 르노삼성이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에 이를 막아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르노삼성이 중간에서 애를 쓰더라도 그룹이 신차 배정을 무기로 압박하면 결국에는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르노그룹이 2교대의 1교대 전환을 지지하는 이유는 르노삼성 노조의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1년 넘게 끌어 올해 6월에야 합의했다.

당시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 그룹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이 “신차 배정 및 로그의 위탁 생산을 두고 여러 공장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르노삼성이 신뢰를 잃을 경우 물량 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협상은 진행하되 파업은 중단해달라”고 호소했지만, 파업은 장기간 지속됐다. 약 70차례, 250시간의 부분·전면파업이 있었고 르노삼성은 280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

르노삼성 노사갈등이 단기간 내 진정되기도 어려워보인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존 60대였던 시간당 생산량을 45대로 줄인 것이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사측을 임단협 위반으로 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생산량 변경으로 인한 생산직 전환배치에도 반대하며 특근도 거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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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M3 유럽 수출물량 배정 '생존 관건'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위탁생산 만료가 예정돼 내년 신규 생산물량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부산공장 자동차 생산대수 21만5680대 가운데 닛산 로그는 절반인 10만7251대를 차지했다. 올해 역시 9월까지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완성차 17만2521대 가운데 8만1313대는 닛산 로그였다. 르노삼성은 로그 위탁생산이 끝나고 대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2022년 생산량 9만5000대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르노삼성은 위탁생산 만료가 예정됐던 닛산 로그의 생산 기간을 늘리고 이를 대체할 후속 차종을 수주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장기간 파업을 지켜본 르노그룹이 노사갈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올해 로그 생산물량은 연 10만대에서 6만대로 줄었고, 르노삼성이 위탁생산을 타진하던 닛산 캐시카이 3세대 모델 역시 올해 초 수주에 실패했다.

르노삼성에 배정이 유력했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 유럽 수출물량 8만대도 배정이 보류됐다. 그보다 먼저 르노그룹에서 내수용 XM3 생산 허가를 받았기에 국내 판매할 차량은 생산할 계획이지만, 시장 규모부터 한계가 명확한 내수 물량이 로그의 빈 자리를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SM3, SM5, SM7 등 기존 노후 모델의 단종도 예정됐다.


르노삼성은 지금이라도 유럽향 XM3를 온전히 배정받기를 원하지만, 해외 르노 공장들의 경쟁 탓에 XM3 배정을 확신할 수도 없다. 아예 배정받지 못하거나 해외 공장과 물량을 나눠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초소형 전기차 르노 트위지를 부산 공장(동신모텍)에 빼앗긴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된다.

유럽향 XM3 관련해 르노그룹은 연말까지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다만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이 원하는 답변을 들려줄지는 미지수다. 르노삼성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는 기본급 15만3335원(8%) 인상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조원 한정 매년 통상임금의 2% 추가 지급 △추가 인력 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 및 격려금 400만원 등도 요구했다.

르노삼성 노조의 요구는 올해 국내 완성차 노조 사이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을 요구했고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전쟁 등의 상황을 감안해 4만원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해 장기 파업을 단행한데 이어 올해도 비현실적인 요구를 주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르노그룹도 유럽향 XM3의 거취 결정에 이러한 상황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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