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펀드'의 눈물…올 수익률 아직도 마이너스

입력 2019-10-28 17:40   수정 2019-10-29 03:44

한국을 대표하는 ‘공룡펀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영마라톤’ ‘한국밸류10년투자’ ‘삼성중소형FOCUS’ 등 설정액 5000억원 이상의 주식형 펀드들은 올해 코스피지수 수익률조차 따라가지 못한다. 부진한 성적에 스타 펀드매니저들의 이탈이 맞물리면서 시중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코스피 올랐는데 펀드는 ‘마이너스’

28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신영밸류고배당(설정액 2조3142억원)의 올해 수익률은 -1.20%다. 신영마라톤(-3.07%), 한국밸류10년투자(-6.27%), 삼성중소형FOCUS(-4.10%), KB밸류포커스(-4.11%) 등 설정액 5000억원 이상인 다른 공룡펀드들도 올해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가 되는 코스피200지수는 5.62% 올랐고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1.88%였다. 주식형 펀드들이 올해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유독 공룡펀드 부진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대부분 가치주펀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저평가된 우량주를 발굴해 끈질기게 기다린 뒤 차익을 내는 가치투자 전략을 내세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가 이끄는 한국밸류10년투자는 2012~2013년 연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한때 설정액이 1조원대까지 불어났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이 운용하는 신영마라톤도 마라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2012~2015년 꾸준히 10%대 수익률을 찍으며 인기를 끌었다. 허남권, 이채원,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 스타 펀드매니저 이름값을 믿고 수억원의 ‘뭉칫돈’을 맡긴 자산가가 적지 않았다.

공룡펀드들이 부진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삼성전자를 앞세운 대형주 장세와 바이오주 등의 성장주 장세가 이어지면서 가치주 펀드 수익률이 뒤처졌다. 중소형 가치주 펀드를 표방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와 메리츠코리아가 먼저 무너졌고 꿋꿋하게 버티던 신영마라톤도 작년부터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반도체·바이오 장세에서 소외

올해 시장도 공룡펀드들에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가 올해 32.56% 급등한 것부터 공룡펀드들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은 21.08%에 달하는데,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들은 삼성전자 비중이 이보다 낮다. 공룡펀드들도 신영마라톤(16.09%)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삼성전자 비중이 10%를 밑돈다.

코스닥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코스닥시장은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휴젤 등 바이오주들이 주도하고 있다. 바이오주는 대부분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 등이 높아 가치주 전략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스타매니저들 이탈도 나타나고 있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를 운용하던 박인희 전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이 올해 헤지펀드(씨앗자산운용)로 이직한 것이 대표적이다.

성장주-가치주 격차 좁혀질까

투자자 이탈도 나타나고 있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에서는 올해 2760억원이 빠져나갔다. 한때 설정액이 1조원을 넘었던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는 521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올해도 645억원이 줄었다. 삼성중소형FOCUS도 894억원이 순유출됐다.

시장 일각 전망대로 반도체 경기가 반등하면서 삼성전자 주도 장세가 지속된다면 공룡펀드 부진은 더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물론 가치주와 성장주 간 벌어진 격차가 다시 좁혀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채원 대표는 “지난 10년간 미국은 물론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성장주 주도의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가치주와 성장주 간 괴리가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벌어져 있다”며 “과거 주식의 역사를 봤을 때 가치주와 성장주 간 벌어진 격차는 항상 다시 좁혀지곤 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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