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ㅣ'블랙머니' 일타 강사 조진웅의 론스타 '먹튀' 강의록

입력 2019-10-29 08:28  



요점만 쏙쏙, 중요한 부분은 반복해서. 일타강사 강의의 기본 특징이다. 영화 '블랙머니'는 이런 강의의 기본에 충실한 영화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낯설고 어려운 금융 용어까지 나쁜 놈인 건 알았지만, 얼마나 어떻게 왜 나쁜지 '너무 어려워서' 몰랐던 사모펀드 론스타의 실체와 이들이 진행한 외환은행 인수와 '먹튀'까지 차근차근 알기 쉽게 전한다. 여기에 범죄 스릴러와 코미디까지 버무리며 관객들의 눈길 끌기에 나섰다.

론스타 사건은 대한민국 자본시장법을 바꾼 대형 사건이었다.

1998년 IMF로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서, 외환은행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활하는 듯 보였던 외환은행은 2003년 미국 론스타 펀드에 매각됐다.

하지만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의 51%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됐다.

국내법상 금융 분야에는 '금융자본'만 들어올 수 있는데, 일본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던 사적인 자본인 론스타는 산업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불가했다.

더불어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전에 주가를 조작해 더욱 값싸게 인수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또한 론스타가 외환은행으로 막대한 돈을 긁어 모으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세금도 받지 못했다.

이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되팔아 차액을 얻으려 시도하지만 이런 불법적인 행위와 각종 의혹으로 불거진 비난 여론 때문에 8년이 지난 2011년에야 매각 결정이 내려졌다. 결국 외환은행은 하나은행에 인수됐고, 론스타는 순수 차익만 4조6634억 원을 받아 챙겼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론스타 측은 2015년, 한국 정부 때문에 매각이 늦어져 손해를 받다면서 ISD를 제기했다. 소송에서 한국이 패소할 경우 5조3000억 원의 배상금을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이 사건을 극화하면서 '블랙머니'는 금융과 경제는 '1도' 모르지만 뜨거운 심장을 가진 양민혁(조진웅)을 내세웠다. "날 제발 구속시켜달라"며 이상한 말을 하던 교통사고 가해자가 '검사의 스킨십 때문에 괴롭다'는 문자를 남긴 후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성추행 검사'라는 오명을 벗으려 이리뛰고 저리뛰던 양민혁이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를 발견하게 되는 것.

마음만 앞서던 양민혁에게 때론 정보를, 때로는 이성을 일깨워주는 존재로 유학파 출신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이하늬)를 내세웠다. 학자 집안에서 태어났고,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엘리트였던 김나리가 양민혁에게 동화돼 펼치는 공조가 '블랙머니'의 주요 줄거리다.

론스타는 스타펀드, 외환은행은 대한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등장시켰고, 김나리를 비롯해 엘리트 금융 관료들이 유려하게 상황을 선보이면 양민혁 검사가 알기쉽게 요점 정리를 한다. 복잡하게 얽혀 보였던 관계들도 양민혁 검사의 요점 정리면 손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지루한 타이밍엔 적절한 유머로 수강생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유명 학원 일타강사들처럼 양민혁이 선보이는 유머는 시종일관 무겁고 진중하며 비장한 '블랙머니'의 긴장을 완화시켜 준다.

다만 "최대한 쉽고 재밌게 만들려 했다"는 정지영 감독의 의도가 지나친 탓인지 반복되는 설명체의 대사들이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순간도 여럿 등장한다. 특히 마지막 클라이막스의 양민혁의 외침은 "밑줄쫙, 별표3개"와 같이 '블랙머니'가 갖는 메시지를 떠먹여주는 수준이다.

런닝타임 113분. 12세이상 관람가. 11월 13일 개봉.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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